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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프로그램 - 키시다 쿠니오 내게도 매월 각종 극단의 프로그램과 티켓이 전해진다. 프로그램은 한 번 훑어보지만 티켓을 이용하는 일은 드물다. 실례지만 내 식욕을 자극하는 게 없다. 작가도 각본도 배우도 연출가도 아느냐 모르느냐에 무관하게 무대가 대개 상상이 간다. 프로그램의 냄새를 맡으면 알 거 같다. 개중에는 내 각본을 무단 상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건 더더욱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겉모습만큼은 제법 꾸며 놓았으나 줄거리 문장이 유치하고 볼품없어 한심한 게 많다. 요컨대 프로그램 하나로 극단의 정신, 두뇌, 면모, 걷는 방식까지 저절로 알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아무리 선전에 힘을 줘도 믿을 수 없다면 누구도 보러 갈 생각이 들지 않으리라. 하지만 얼마 전 드물게 나를 긴장시킨 프로그램이 있다. 또 무단 상연인가... 2022. 5. 27.
기대하는 사람 - 키시다 쿠니오 극단을 한 바퀴 둘러볼 때 젊은 시대의 발랄한 움직임을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건 연극의 성격 때문일까? 그런 경향도 확실히 없지 않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도 최근의 신극이 살짝 늙고 성숙된 모습을 띄어 새로운 바람을 가로 막는 경향이 현저하기 때문이라 본다. 그런 현상 속에서 기대할만한 사람을 꼽아서야 많이 꼽든 꼽지 않아든 매한가지라 나도 보람이 없다. 또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힘이 어디서 자라고 있지 않을까 하고 끝없이 주의하고 있는데 구태여 기대하자면 그런 곳에서 서서히 크게 자세를 고치려 하는 한 무리의 신진 작가들에 있으리라. 하지만 이 '자세를 고친다'는 게 단순히 시국과 파장만 맞추면 되는 게 아닌 만큼 굉장히 어려운 일로 이제까지한 공부가 도움은 고사하고 방해만 되는 경우도 없다고는 할.. 2022. 5. 26.
키타카루이자와에서 - 키시다 쿠니오 일 년의 대부분을 산에서 지내는 저는 어느 틈엔가 계절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팔 월쯤 되면 벌써 가을 기분이 느껴지는데 가축 돌보기나 낚시, 이따금 책상에 앉아 하는 일까지 포함해 저는 지금 자연의 품 안에 커다란 매력과 말로 못할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가을이 찾아오는 걸 기다리는 건 단순한 풍류로 끝나지 않는단 심정을 알아주실까요. 2022. 5. 25.
육군사관이 - 키시다 쿠니오 청일러일 두 전쟁을 두고 군인 가문서 나고 자란 나는 '자라서 무엇을 한다'는 문제를 지극히 간단히 생각했다. 친구가 중학교에 들어갈 쯤, 나는 유년 학교에 들어가 그로부터 세상과 관계를 가지지 않는 생활을 보냈다. 자신의 기질이 군인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 시작할 적엔 군인칙유 오개조가 머리에 박혀 있었다. 그런 생활 속에서 나는 프랑스어 교과서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문학의 향기를 맡기 시작했다. 물론 일본 문단 따위는 알 여지도 없어서 사관 학교를 나와 쿠루메 연대 소속이 될 때까지 코요와 소세키의 이름조차 듣지 못했다. 자유롭게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수 있는 신분이 된 후에야 닥치는대로 읽었다. 아오시마전에선 부재중대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소위 '개선장사'의 오만과 그걸 감싼 병영의 분위기가 도저.. 2022. 5. 24.
'벚나무' 서장 - 키시다 쿠니오 현재 모든 일본인이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게 있다. 여러 방면으로 그것이 존재한다. 이를 테면 소설도 이제까지 겪은 것보다 더 가깝게, 그러면서도 많은 걸 딱 잘라 말은 못할지언정 모두 마음 속으로 찾고 있지 싶다. 작가는 물론 그걸 알고 잇다. 하지만 쓴다는 건 하나의 습관이기에 마음을 먹고 자신의 껍질을 깨지 않고서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준비는 물론 이미 되어 있다. 기회만 주면 된다. 나는 이따금 익찬회 문화부에서 일하는 관계로 이번에 진용을 다시 세운 익찬출판협회에게 '건전하고 재미난 소설'의 출판 기획 상담을 받았다. 내 머리에는 곧장 중견 작가 몇 명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 재능, 사상, 기개면에서 내가 생각하는 '일본인 전체를 대상으로 할 법한 소설'의 집필 의뢰를 하겠다는 게.. 2022. 5. 23.
'붉은 오니'의 작가 사카나카 마사오 군 - 키시다 쿠니오 신극을 자주 보는 사람일 수록 사카나카 마사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 또 창작좌의 지지자면서 '말'의 무대에서 무언가 '새로운 걸' 느끼지 않은 사람도 없으리라. 사카나카 군은 희곡가로서 리리시즘(서정미)서 출발해 현실 해부로 나아간 우수한 작가 중 한 명이나 최근에 이르러 그의 착안은 서서히 인간 생활의 복잡한 기구인 '이해관계'의 심리라 해야 마땅할 일종의 소박하며 처참한 정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천성의 예술가이며 그의 정의는 차가운 냉소를 지닌 채 항상 이 비극을 내려보고 있다. 그점에서 판타지가 만들어지고 해학미가 묻어난다. 그가 기획하는 건 아마 하나의 타입이 발생하는 동기와 환경, 그리고 그 타입이 과거와 미래에 걸쳐 작용하는 힘에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는.. 2022.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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