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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15년 - 키시다 쿠니오 우리가 문학좌를 시작하여 이래저래 십오 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을 했는가. 그 부분에 엄격한 자기평가를 해도 좋을 듯하다. 확실히 개인적으로는 배우 다운 배우도 나오기 시작했다. 산파역인 내가 나이를 먹은 걸 생각하면 극단의 폭도 무게도 갖춘 거 같다. 하지만 일하는 양에 비해 질 쪽은 전체적으로 그리 높아진 거 같지 않다. 원인은 많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전쟁이리라. 적어도 예술 활동면에서 무력이 무언가를 결정짓는 시대만큼 불행한 건 없다. 대신 패전이란 경험은 훗날 어떤 게 올지에 관계없이 우리에게 귀중한 걸로 남으리라 믿고 있다. 문학좌는 현재 지그재그로 된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신선한 싹도 자라려 하고 있다. 올해는 희곡계에 연이은 변종이 나타날 거 같은 기척이 느껴지.. 2022. 6. 3.
생활에서 배우다 - 눈에 띄지 않는 습관 - 키시다 쿠니오 어릴 적부터 내 몸에 밴 습관이라면 평범한 일본인의 습관 이외엔 이렇다 할 게 없다. 단지 지금 생각하면 이것만은 더 많은 일본인이 그랬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극히 사사로운 일이지만 의외로 사람 눈에 들지 않는 습관이 소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심어졌다. 노년이 된 지금 와서도 그 습관이 별 무리 없이 이어지고 있어 남이 신기해할 때가 있다. 한두 시간 서있는 정도는 조금도 어려울 게 없다는 게 바로 그렇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사람들이 앞다투어 자리에 앉으려는 모습을 보면 나는 왜 저렇게 다퉈가며 앉으려 하나 싶어진다. 또 젊은 남자가 앉고 그 옆에 노인이나 여자가 서있는 걸 보면 참 우스우면서도 부끄러워진다. 서서 자리를 양보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문명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한다. 젊은 남자가 도덕을 .. 2022. 6. 1.
'현대 희곡 전집 제17권' 후기를 대신하여 - 키시다 쿠니오 연극이란 걸 구태여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야 한다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연극을 쓰는 게 아니다. 연극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말한다. 소위 '극적'이지 않은 극이 있어도 좋다. 소위 '소설적'이지 않은 소설이 있는 것처럼 음악을 들으러 가는 것처럼 연극을 보러 가는 사람들――그런 사람을 위해 희곡을 쓰고 싶다. 연극을 보러 가는 게 싫어진 정도로 연극을 쓰는 걸 멈추진 않는다. 연극을 쓴다는 것에는 연극을 보는 즐거움도 많이 포함된다. 오늘의 무대는――극장은, 배우는――'어제의 희곡'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되지 않은가. 2022. 5. 31.
문예상 - 키시다 쿠니오 국민문예회가 작년도 연극상금을 히지카타 요시 군에게 준 건 정확한 조치이다. 히지카타 군은 얼마 안 되는 상금을 받는 정도로 별 차이도 없을 테지만 이런 건 세간이 좀 더 문제 삼아도 좋다. 여러 병폐가 동반하기 쉬운 제도이면서도 예술과 사회가 접촉하는 기회는 이런 연중행사로도 조장되는 법이다. 예술가의 사생활을 운운하는 관심보다도 한 층 더 광채와 활기, 또 소위 '문예소식'에게 주는 게 맞다. 나카무라 무라오 씨나 마사무네 하쿠쵸 씨는 또 불쾌한 표정을 지을지 모르나 프랑스에선 이런 상금이 한 해에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아카데미 공쿨이 흑인 마란의 소설에 상을 주어 인종평등론에 크게 기염을 토하고 엘뷔유상이 엘뷔유를 싫어하는 걸로 알려진 코포의 처녀극작 '생가'에 상을 주어 파리인을 기쁘게 한 것은.. 2022. 5. 30.
근황 - 키시다 쿠니오 문학좌 3월 공연인 고리키의 '밑바닥에서'를 연출하게 되어 시나노쵸의 아틀리에 근처에 여관을 잡아 연습에 매진할 생각이다. 모르는 사람 없는 '밑바닥에서'서 일본 배우를 활용하는 게 얼마나 러시아적이며 밝은 극이 될지 시도해보는 게 기대된다. 각본은 진자이 키요시 군의 새로운 번역본으로, 21일 리딩 전까지 내게 전달될 예정이다. 나는 그렇게 믿으며 제각기 인물에 어울리는 명대사를 모든 배우가 기상천외한 분위기로 떠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비가 그친 오다와라 해변가를 일을 도와주러 온 N양과 터덜터덜 걷고 있자면 물가서 몇몇 남자가 기세 좋게 무언가를 낚아채고 있다. 이미 모래사장으로 던져진 꽤나 큰 물고기를 들여다 보니 숭어가 분명하겠지 싶었다. 그때 아이를 업은 부인 하나가 다가왔다. 나는 그 부인에.. 2022. 5. 29.
출발점 - 키시다 쿠니오 츠키지 소극장의 '밤여관'을 보고 '이거 좋은걸'하고 생각했다 '진짜구나' 싶었다. 가장 먼저 각본이 좋다. 둘째로 '연출자'의 이해가 닿아 있다. 세 번째로 번역이 훌륭하다. 네 번째로 배우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논할 여지가 없다. 두 번째도 새삼스레 의외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네 번째는 이번만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에 그게 특히 도움이 되고 있을 뿐이다. 중요한 건 세 번째다. '밤여관'의 성공을 전부 번역의 가치로 돌리는 건 '연출자'에게 실례되는 일은 아닐 터이다. 적어도 오늘까지 상연목록을 보고 가장 큰 성과를 이룬 '밤여관'은 오늘까지 가장 등한시되는 것처럼 보이는 번역에서 한 걸음 쑥 나간 작품이란 걸 주의해줬으면 한다. 츠키지 소극장의 출발점은 먼저 현재의 배우를 이용해 얻을.. 2022.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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