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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벚나무' 서장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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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모든 일본인이 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게 있다. 여러 방면으로 그것이 존재한다. 이를 테면 소설도 이제까지 겪은 것보다 더 가깝게, 그러면서도 많은 걸 딱 잘라 말은 못할지언정 모두 마음 속으로 찾고 있지 싶다.
 작가는 물론 그걸 알고 잇다. 하지만 쓴다는 건 하나의 습관이기에 마음을 먹고 자신의 껍질을 깨지 않고서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준비는 물론 이미 되어 있다. 기회만 주면 된다.
 나는 이따금 익찬회 문화부에서 일하는 관계로 이번에 진용을 다시 세운 익찬출판협회에게 '건전하고 재미난 소설'의 출판 기획 상담을 받았다.
 내 머리에는 곧장 중견 작가 몇 명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 재능, 사상, 기개면에서 내가 생각하는 '일본인 전체를 대상으로 할 법한 소설'의 집필 의뢰를 하겠다는 게 즉석에서 결정되었다.
 동료인 카미이즈미 군과 인선을 두고 신중히 논의했다.
 모두 흔쾌히 받아주었다.
 국민 문학 같은 명칭을 일부러 붙일 필요는 없다. 요컨대 이제까지의 소설은 어떤 일정한 독자――지식층이나 대중, 혹은 문학에 인연에 있는 사람이라던가 바빠서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던가 부인이나 아이――어찌 됐든 특별한 조건이 붙은 독자 범위를 염두에 두고 써졌다. 그런 것도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문학에 추구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건 작가로서 가장 성가시고, 하지만 목숨을 걸어도 아까울 게 없는 길이다.
 출판자측의 꽤나 비타산적인 의뢰를 신뢰한 작가들의 열의와 노력에 감사를 품고 있다.
 후쿠다 키요토 씨의 '벚나무'는 이렇게 이곳에 탈고되었다.
 이 이상 내가 해야 할 말은 없다. 넓게 읽히길 바랄뿐이다.

쇼와 17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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