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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

'종이풍선'에 대해 - 키시다 쿠니오

by noh0058 2022.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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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순서상 내 네 번째 작품이다. 처녀작 '오래된 완구'를 다이쇼 십사 년 봄, 당시 야마모토 유조 씨가 편집하는 '엔게키신쵸'서 발표하였고 두 번재 작 '티롤의 가을'을 같은 해 같은 잡지를 위해 썼고 그다음 해 4월, 분게이슌주에서 희곡호에 30장 정도 써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나는 기뻐서 츠지도 해안가서 거의 즉흥적으로 글을 적었다. 말 그대로 벼락치기로 만든 작품으로 야심도 고심도 자신도 대단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단지 그 시절 희곡단엔 비교적 스케치풍 작품이 부족했기에 이런 작품이라도 독자가 숨돌리는 용도는 될지 모르겠단 생각에 발표 기회를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바라지도 않던 호평을 받았다. 앞선 두 작이 하나같이 서양이 무대였던 탓인가 이걸 보고 '그 또한 일본인이었다'하고 소리친 비평가도 있을 정도이다. 아무래도 나와 문단의 인연은 이걸 통해 생긴 듯하다. 이런 판타지에 어쩐지 반감을 가진 사람도 없지는 않았다――그런 면에서 사실 나는 선구자인 체했다. 신극단은 표현파라 불리는 자들의 시대였고 일부에선 경박하단 목소리도 들렸으나 더 심한 야유에 비하면 차라리 화만 나니 다행 아니냐며 자신을 위로하고 그 후로 그 '경향'을 더 고집하는 '경향'에 더욱 빠져들었다. 지금이라면 이런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을 거 같다. 아니, 누구도 쓰지 않을 게 분명하다. 추억의 작품이라곤 할 수 있으나 이런 걸 대표작 취급 당하면 나는 부끄러워 죽으리라. 단 이 작품집에는 이걸 넣을 수밖에 없다 생각했다. 발자취는 발자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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