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백설공주 - 키쿠치 칸 역 옛날 먼 옛날, 한겨울의 일이었습니다. 눈이 새 깃털처럼 하늘하늘 내려올 때, 한 여왕님이 흑단틀에 둘러싸인 창가에 앉아 재봉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왕님은 재봉을 하면서 눈을 바라보았는데 그만 쿡하고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쌓인 눈 속에 뚝뚝 세 방울의 피가 떨어졌습니다. 하얀 눈 속에서 새빨간 피가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기에 여왕님은 홀로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다. "이 눈처럼 몸이 새하얗고 피처럼 붉은 뺨을 지니고 이 흑단처럼 검은 머릿결을 가진 아이가 있으면 좋겠는걸."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여왕님께선 공주님을 낳으셨습니다. 그 공주님은 피부색이 눈처럼 하얗고 뺨은 피처럼 붉었으며 머릿결은 흑단처럼 검었습니다. 때문에 이름도 백설공주라 지었습니다. 하지만 여왕님은 공주님을 낳고.. 2021. 6. 25. 타바타 사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번에는 타바타 사람들 이야기를 서볼까 한다. 꼭 교유라고는 할 수 없다. 되려 나의 스승들이라 해야 하리라. 시모지마 이사오 시모지마 선생님은 의사이다. 우리 일가는 항상 선생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 또 공욕산인이라 하여서 걸식 하이진 세이게츠의 구를 모은 세이게츠 구집의 편집자이다. 나하고는 부모 자식 정도의 나이차인데 그 나이에도 톨스토이 같은 걸 읽으시며 논전에 임하시는 자세는 감복해 마땅하다. 글과 그림을 사랑하는 내 마음도 선생님께는 이기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기왕 더 말해보자면 선생님께서는 이따금 꿈속에서 괴물에게 쫓기곤 하는데 도망치는 법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선생님의 대담함은 혹여 타조알보다 크지 않을까. 카토리 호즈마 카토리 선생님은 통칭 "이웃 선생님"이시다. 주금가이자 .. 2021. 6. 24. 네 번째 남편의 편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편지는 인도 다즐링의 라아마 찹즌 씨께 보낼 편지 안에 넣었어. 그분께서 일본으로 보내주실 거야. 무사히 네게 도착할지 조금 걱정이긴 해. 하지만 너라고 딱히 내 편지를 기대하는 건 아닐 테니 설령 도착하지 않더라도 그 점만은 안심하고 있어. 만약 네가 이 편지를 받는다면 분명 내 운명에 놀라고 말겠지. 첫째로 난 지금 티벳에 살고 있어. 둘째로 나는 중국인이 되었어. 셋째로 나는 세 남편과 한 아내를 공유하고 있어. 이전 편지는 다즐링에 살 적에 보낸 거야. 나는 이미 그 시절부터 중국인 흉내를 내고 있었지. 사실 세상에 국적만큼 성가신 짐 덩어리도 없지. 단지 중국이란 국적만큼은 누가 묻거나 따지는 일이 없는 만큼 굉장히 형편이 좋아. 고등학교 다닐 적에 네가 내게 '방황하는 유대인'이란 별명을 .. 2021. 6. 23. 봄볕이 드는 거리를 홀로 느긋이 걷는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봄볕이 드는 거리를 홀로 느긋이 걷는다. 반대편에서 보이는 건 지붕 가게 주인이었다. 지붕 가게 주인도 이 계절엔 남색 정장에 중절모를 쓰고 고무인지로 된 장화를 신고 있다. 그건 그렇고 참 긴 장화다. 무릎――정도가 아니다. 허벅지도 절반가량 가려져 있다. 저런 장화를 신었을 때엔 장화를 신었다기보다도 모종의 박자로 장화 속에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 테지. 단골 골동품상을 찾았다. 정면의 붉은 선반 위에 무시아케에서 만든 듯한 술병 하나가 놓여 있었다. 술병 입구가 묘하게 외설적이다. 그래그래, 언젠가 본 고비젠의 술병도 살짝 입을 얹어 보고 싶었다. 눈앞엔 문양이 그려진 접시 한 장이 놓여 있다. 남색 버들 가지 아래에 역시 남색으로 된 사람 하나가 바보 같이 긴 낚시대를 뻗고 있다. 누구인가 싶어 .. 2021. 6. 22. 타츠무라 헤이조 씨의 예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현대는 참 어려운 세상이다. 이 어려운 세상 속에서 타츠무라 헤이조 씨처럼 하나에 이, 삼천 엔이나 하는 온나오비를 짜는 건 어쩌면 시대의 여론에 괜한 비난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개중에는 그런 사치품에 생산 능력이 낭비된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온나오비가 단순한 온나오비로 그치지 않는다면――공예품보다도 예술품으로서 감상해야 마땅할 성질을 지녔다면 아무리 내일 먹을 쌀밥마저 구하기 어려운 어려운 세상이라도 마냥 사치품 퇴치라 소리 높이며 타츠무라 씨의 사업과 작품을 나무랄 건 없지 싶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절박한 시대 앞에 악랄무쌍히도, 거리낌도 없이 당당히 타츠무라 씨의 온나오비를 천하에 절찬할 수 있단 사실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직.. 2021. 6. 21. 포의 일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포란 애드거 앨런 포를 말합니다. 포가 처음 프랑스에 소개되었을 때에는 포어라 불렸습니다. 영국인 중에서도 이렇게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포가 바른 건 명확합니다. 또 하나 이름 이야기를 하자면 애드거는 괜찮지만 앨런은 결코 스스로가 바란 게 아니라 합니다. 즉 앨런만은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 포의 아버지는 에드거 데빗 포라고 하며 포는 차남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포를 포함해 세 아이를 남기고 죽었습니다. 때문에 도리 없이 포는 존 알란이란 담배학자 아래서 자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을 벗어납니다. 때문에 포 본인은 단 한 번도 앨런 포라는 서명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 앨런이라 불리게 된 건 포의 전집을 편집한 그리스보트란 남자가 고의로 덧붙인 게 처음입니다.. 2021. 6. 20. 이전 1 ··· 53 54 55 56 57 58 59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