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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타츠무라 헤이조 씨의 예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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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는 참 어려운 세상이다. 이 어려운 세상 속에서 타츠무라 헤이조 씨처럼 하나에 이, 삼천 엔이나 하는 온나오비를 짜는 건 어쩌면 시대의 여론에 괜한 비난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개중에는 그런 사치품에 생산 능력이 낭비된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온나오비가 단순한 온나오비로 그치지 않는다면――공예품보다도 예술품으로서 감상해야 마땅할 성질을 지녔다면 아무리 내일 먹을 쌀밥마저 구하기 어려운 어려운 세상이라도 마냥 사치품 퇴치라 소리 높이며 타츠무라 씨의 사업과 작품을 나무랄 건 없지 싶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절박한 시대 앞에 악랄무쌍히도, 거리낌도 없이 당당히 타츠무라 씨의 온나오비를 천하에 절찬할 수 있단 사실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물론 나는 직물 감상에 대단한 식견을 가진 건 아니다. 하물며 그런 방면의 역사나 지식에는 더더욱 부족한 인간이다. 때문에 타츠무라 씨의 온나오비가 당세의 뛰어난 니시진오리에 비해――좀 더 정확히는 쿠레하토리나 아야하토리에서 카와시마 진베이에 이르는 그 흐름 속에서 어떠한 지위를 점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에도 모른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나의 이러한 절찬이 한없이 얄팍해지는 건 타츠무라 씨를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유감이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같은 일을 하는 예술가 제군을 허투루 깔보는 무례도 범하지 않으며 기꺼이 타츠무라 씨를 절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같은 일을 하는 예술가 제군을 위해서도, 나아가서는 나 자신을 위해서도 경사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을 테지.
 타츠무라 씨가 만든 대다수의 오비는 그 독특한 경위의 조직을 말 그대로 종횡무진 살린 결과, 마키에니, 퇴주니, 나전이니, 킨카라가와니 칠보니, 도기니, 나아가서는 대나무 조각이나 금조각 같은 다양한 예술품의 특징을 자유자재로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내가 감복한 건 단순히 그러한 예술품을 옮겨 쓰는 재미만이 아니다. 만약 그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근래에 흔히 보는 유화구를 쓰지 않은 서양화 같은 일본화처럼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도로 그쳤으리라. 하지만 그러한 예술품의 특색을 교묘히 본땄기에 비로소 직물 본래의 특색이 보다 풍부하게 살아나 조화를 이룬다. 타츠무라 씨의 오비에는 그런 식으로 심심미묘라 해도 좋을 정도의 예술적 완성이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예술적 완성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사양 없이 말한다면 막대한 시가를 얻은 무로마치 시대의 노 의상보다도 이 앞에 더욱이 간결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타츠무라 씨를 절찬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이 감복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감복이란 내게는 엄숙한 사실이다. 때문에 나는 위에서 이야기한 내 경험을 통해 우리의 도쿄니치니치신분의 독자 제군께서 타츠무라 씨의 예술에 주목해주기를 바라본다. 특히 "니치니치분게이"와 인연이 깊은 문단 제군도, 제군과 마찬가지로 예술을 위해 애태우고, 힘겹게 싸우고, 절망하고 끝내 신경지를 연 이 존경해 마땅할 콘프렐의 사업에 한 층 더 주의해주길 바란다. 내가 아는 한 이따금 제군들이 의논하는 천재란 말에 값어치 하는 사람 중에 타츠무라 헤이조 씨를 넣어야 마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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