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이 "선인"은 비와코 근처의 O마을의 재판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가장 큰 취미는 오래된 표주박을 모으는 일이었다. 따라서 그가 빌린 집에는 2층 찬장은 물론이요 기둥이나 창틀의 못에도 표주박이 몇 개나 걸려 있었다.
3년가량 지난 후, 이 '선인'은 O마을에서 H시로 전임하게 되었다. 집안 살림을 옮기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래저래 이백 개 가량의 표주박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기차에 실어도 마차에 실어도 무사히 도착하지 않을 게 분명하지."
이 선인은 이래저래 생각한 끝에 기어코 표주박을 한데 모아서 그걸로 비와코 위에 띄어 배로 삼기로 했다.(또 표주박배 중심이 된 건 역시 그가 '파내서 가져온' 유교야나기의 뿌리였다.) 날씨는 마침 한없이 말게 개인 데다가 운 좋게 바람도 불지 않았다. 그는 그런 표주박배에 올라타 스스로 노를 저으며 조용히 연못 위를 건너갔다.
과거의 선인은 모두가 불로불사의 길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선인'만은 세간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나이를 먹고 끝내 위암에 걸려 버렸다. 듣기로는 죽기 전날 밤에 얇아진 두 팔을 들고는 "내일은 분명 행복한 날이 될 테지 만세!"하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그의 유족들은 이 '선인'의 유언장을 하나하나 충실히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그의 표주박을 노리고 그의 남화를 배우던 연소 제자도 존재했다. 따라서 그가 사랑하던 이백 개 가량의 표주박은 그가 죽어 일주기다 되지 않아 어딘가로 흘려 가 버렸다.
728x90
반응형
LIST
'고전 번역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의 일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0) | 2021.06.20 |
---|---|
선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0) | 2021.06.18 |
선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0) | 2021.06.16 |
세 가지 의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0) | 2021.06.15 |
세 가지 보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0) | 2021.06.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