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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세 가지 의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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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파우스트는 왜 악마와 만났나?

 

 파우스트는 신을 모셨다. 따라서 그에게 사과란 항상 '지혜의 열매'였다. 그는 사과를 볼 때마다 지상낙원을 떠올리고 아담이나 이브를 떠올렸다.
 하지만 어느 눈 그친 오후, 파우스트는 사과를 보는 사이 한 장의 유화를 떠올렸다. 어딘가의 대가람에 있던 색채가 선명한 유화였다. 그 후로 그에게 사과란 과거의 '지혜의 열매' 외에도 근대의 '정물'로 변모했다.
 파우스트는 경건함 때문인지 한 번도 사과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심한 태풍이 불던 어느 밤, 문득 배가 주려와 사과 하나를 구워 먹었다. 그 후로 사과는 음식으로도 변모했다. 따라서 그는 사과를 볼 때마다 모세의 십계명을 떠올리고 유화 도구를 떠올리고 배에서 울리는 소리를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어느 추운 아침, 파우스트는 사과를 보던 사이 불쑥 상인에게는 사과 또한 상품인 걸 떠올렸다. 실제로 열두 개의 사과를 팔면 은화 한 장이 될 게 분명했다. 그 후로 사과는 금전으로도 변모했다.
 어느 구름 낀 오후, 파우스트는 어두컴컴한 서재에서 홀로 사과를 생각했다. 사과란 대체 무엇인가?――이제는 과거처럼 가볍게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그는 책상에 마주한 채로 어느 틈엔가 그 수수께끼를 입에 올렸다.
 "사과란 대체 무엇인가?"
 그러자 마른 검은개 한 마리가 어디선가 서재로 들어왔다. 그분 아니라 몸을 한 번 떨더니 곧 한 명의 기사로 변모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파우스트는 왜 악마를 만났나?――그건 앞에 쓴 바와 같다. 하지만 악마를 만난 건 파우스트의 비극 중 다섯 막째가 아니다. 어느 추운 저녁, 파우스트는 기사가 된 악마와 함께 사과 문제를 논하며 인기척이 많은 거리를 걸었다. 그러자 깡 마른 아이 하나가 얼굴을 눈물로 적신 채 빈곤한 어머니의 손을 잡아당겼다.
 "저 사과 좀 사줘!"
 악마는 잠시 발을 멈추고는 파우스트에게 아이를 가리켰다.
 "저 사과를 보시지요. 저건 고문 도구도 된답니다."
 파우스트의 비극은 그런 말에 겨우 다섯 번째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
 

둘 솔로몬은 왜 시바의 여왕과 단 한 번밖에 보지 않았는가?

 

 솔로몬이 시바의 여왕과 만난 건 단 한 번뿐이었다. 그건 꼭 시바의 여왕이 먼 나라에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타르시시의 배나 히람의 배는 삼 년에 한 번 금은이나 상아, 원숭이나 공작을 옮겼다. 하지만 솔로몬의 사신이 탄 낙타는 예루살렘을 둘러싼 언덕이나 사막을 넘어 시바에 가는 법이 없었다.
 솔로몬은 그날도 궁전 안쪽에 홀로 앉아 있었다. 솔로몬의 마음은 공허했다. 모압인, 아모인, 에돔인, 시돈인, 헷인 왕비도 그의 마음을 위로하지는 못했다. 그는 평생에 단 한 번 만난 시바의 여왕을 생각했다.
 시바의 여왕은 미인이 아니었다. 그뿐 아니라 그보다 나이도 많았다. 하지만 보기 드문 재능인이었다. 솔로몬은 그 여자와 문답할 때마다 자신의 마음이 비약하는 걸 느꼈다. 그건 어떤 마술사와 점성 비밀을 논할 때에도 느껴 본 적 없는 기쁨이었다. 그는 두 번이든 세 번이든――혹은 평생 그 위엄 있는 시바의 여왕과 대화하고 싶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솔로몬은 동시에 시바의 여왕을 두려워했다. 그건 그 여자와 만난 동안 그의 지혜를 잃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가 자랑하던 게 자신의 지혜인지 여자의 지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솔로몬은 모압인, 아모인, 에돔인, 시돈인, 헷인 왕비들을 지녔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의 정신적 노에였다. 솔로몬은 그녀들을 애무할 때에도 남몰래 그녀들을 경멸했다. 하지만 시바의 여왕만큼은 되려 그 자신이 그녀의 노예임이 분명했다.
 솔로몬은 그녀의 노예가 되는 게 두려움이 분명했다. 하지만 다른 부분으로는 기뻐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런 모순은 항상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이 되었다. 그는 순금 사자를 세운 커다란 상아 옥좌 위에서 이따금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은 모종의 박자에 한 편의 서정시로 바뀌는 일도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자의 남자들 사이에 있는 건
숲 속에 사과가 있는 것과 같구나.
…………………………………………
그 위에서 나부끼는 깃발은 사랑일지니.
바란다, 그대들 건포도로 내게 힘을 다오.
사과로 내게 힘을 다오.
나는 사랑에 벌써부터 잠겼네.

 어느 날 오후, 솔로몬은 궁전의 발코니로 나와 저 먼 서쪽을 바라보았다. 시바의 여왕이 살고 있을 나라는 물론 보이지 않음이 분명했다. 그 사실은 무언가 솔로몬에게 안심에 가까운 감정을 주었다. 하지만 또 동시에 그 심정은 슬픔에 가까운 것도 주었다.
 그러자 환상은 불숙 누구도 보지 못한 동물 한 마리를 들어오는 햇살 속에 모습을 드러내게 했다. 동물은 사자에 가까운 날개를 펼치고 머리가 둘 달려 있었다. 심지어 그 머리 중 하나는 시바의 여왕의 머리였고 또 하나는 솔로몬의 머리였다. 두 머리는 서로를 물어뜯으며 의아하게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후에는 단지 눈부신 은빛 사슬에 닮은 구름 한 줄이 비스듬하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었다.
 솔로몬은 환상이 사라진 후에도 발코니에 머물렀다. 환상의 의미는 명백했다. 설령 그것이 솔로몬 이외엔 아무도 알지 못 하는 것이라 해도.
 예루살렘의 밤도 무르익었을 즘, 아직 젊은 솔로몬은 많은 왕비나 가신들과 함께 포도주를 나누었다. 그가 사용하는 잔이나 그릇은 하나같이 순금이었다. 하지만 솔로몬은 평소처럼 웃거나 이야기하지 않았다. 단지 오늘까지 알지 못했던 묘하게 갑갑한 감개가 올라오는 걸 느낄 뿐이었다.

사프란이 붉은 걸 나무라지 말라.
계수나무껍질이 냄새나는 걸 나무라지 말라.
하지만 나는 슬프구나.
사프란이 너무 붉어서.
계수나무껍질의 냄새가 너무 강해서.

 솔로몬은 이렇게 말하며 커다란 하프를 울렸다. 그뿐 아니라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의 노래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격한 정서를 두르고 있었다. 왕비들이나 가신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마주했다. 하지만 누구도 솔로몬에게 노래의 의미를 묻지는 않았다. 솔로몬은 겨우 노래를 마치고는 왕관을 슨 머리를 숙이고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고는――그러고는 불쑥 웃으며 고개를 들더니 왕비들이나 가신들에게 평소처럼 이야기했다.
 타르시시의 배나 히람의 배는 삼 년에 한 번 금은이나 상아, 원숭이나 공작을 옮겼다. 하지만 솔로몬의 사신이 탄 낙타는 예루살렘을 둘러싼 언덕이나 사막을 넘어 시바에 가는 법이 없었다.
 

셋 로빈손은 왜 원숭이를 길렀는가?

 

 로빈손은 왜 원숭이를 길렀는가? 그건 가까이서 자신의 캐리커처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총을 품은 로빈손은 너덜너덜한 바지를 입은 무릎을 안은 채 항상 원숭이를 바라보며 굉장히 작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연색 얼굴을 일그린 채로 우울하게 하늘을 올려다 보는 원숭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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