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선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6. 16.
728x90
반응형
SMALL

 여러분.
 저는 지금 오사카에 있습니다. 그러니 오사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과거에 오사카에 일을 구하러 온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일을 하러 온 남자니 곤스케라는 것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곤스케는 입구의 노렌을 지나서는 담뱃대를 물고 있던 가게 주인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사장님, 저는 선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곳에 살게 해주십쇼."
 주인은 황당하여 한동안 입도 열지 못 했습니다.
 "사장님, 안 들리시나요? 저는 선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곳에 살게 해주십쇼."
 "정말 유감입니다만――"
 주인은 겨우 평소처럼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가게는 아직 선인을 받아들인 적이 없습니다. 부디 다른 곳에 가주시지요."
 그러자 콘스케는 불만이라는 양 치쿠사 모모히키를 입은 다리를 뻗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이야기가 다르지요. 가게 노렌에 무어라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누구나 환영한다고 되어 있지요? 그럼 누구라도 들여야 마땅합니다. 아니면 설마 가게 노렌 위에 거짓말을 적어두신 겁니까?"
 듣고 보니 콘스케가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아뇨, 노렌에 쓴 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선인이 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으신다면 내일 다시 오시지요. 오늘 중에 짐작 갈만한 구석을 물어두겠습니다."
 주인은 일단 상황을 피하기 위해 콘스케의 부탁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보내야 선인이 될 수행을 할 수 있는지는 알지 못 했습니다. 그러니 일단 콘스케를 돌려보내고 근처 의사를 찾았습니다. 그렇게 콘스케 이야기를 하고는,
 "어떻습니까, 선생님? 선인 수행을 하려면 어디서 일하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까?"하고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그 말에는 의사도 곤란했겠지요. 한동안 팔짱을 낀 채로 멍하니 정원의 소나무만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주인의 이야기를 들은 의사 아내가 옆에서 끼어듭니다. 그녀는 늙은 여우란 별명을 가진 교활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럼 우리집에 보내요. 우리집에서 2, 3년 쯤 지내면 분명 선인이 되어 있을 테니까."
 "그런가요? 그거 좋은 이야기군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선인과 의사 선생님은 어딘가 인연이 가까운 거 같아서요."
 아무것도 모르는 가게 주인은 곧장 인사를 하고는 크게 기뻐하며 돌아갔습니다.
 의사는 씁슬한 얼굴을 한 채로 그 등을 바라봅니다만 이윽고 아내를 돌아보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만약 그 시골 사람이 몇 년이 지나더라도 왜 선술을 가르치지 않냐고 불평하면 어쩌려 그래?"하고 원망스럽게 잔소리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사과는 고사하고 코끝으로 흐흥, 하고 웃고는
 "뭐, 당신은 가만히 보고만 계세요. 당신 같이 정직하기만 한 사람은 이 힘든 세상 속에서 밥그릇 하나 제대로 못 챙기니까"하고 의사의 약한 구석을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약속대로 촌뜨기 곤스케와 가게 주인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첫 만남이라 그럴까요. 곤스케도 몬츠키가 된 하오리를 입고 있습니다만 척 보기엔 평범한 백성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게 되려 의외였겠지요. 의사는 마치 천축에서 온 사향수라도 보는 것처럼 뚫어져라 그 얼굴을 바라보며,
 "너는 선인이 되고 싶다 들었는데 어디서 그런 바람을 얻었느냐"하고 수상쩍어하듯이 물었습니다. 그러자 곤스케가 대답하길,
 "별달리 이렇다할 건 없습니다. 단지 저 오사카성을 보며 타이코우 님 같은 대단한 분이라도 언젠가 한 번은 죽고 만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아무리 부귀영화를 누려도 덧없다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럼 선인만 될 수 있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네?"
 교활한 의사의 아내는 재빨리 끼어들었습니다.
 "네, 선인만 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부터 내 밑에서 20년간 일하렴. 그럼 20년이 되는 해에 선인이 되는 방법을 가르칠 테니."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대신 앞으로 20년 동안 봉급은 한 푼도 주지 않을 거야."
 "그럼요, 그럼요. 물론이죠."
 곤스케는 그로부터 20년간 의사의 집에서 일했습니다. 물을 뜨고, 장작을 패고,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덤으로 의사가 외출할 때면 약상자를 짊어지고 함께했습니다――그런 와중에 돈은 한 푼도 달라 하지 않으니 이만큼 기특한 일꾼이 일본에 또 있을까요.
 하지만 기어코 20년이 지났습니다. 곤스케는 찾아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몬츠키 하오리를 입고서 주인 부부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20년 동안 신세를 졌다며 기특하게 인사를 합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약속의 날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불로불사가 될 수 있는 선술을 배울 수 있겠지요."
 곤스케가 그렇게 말하자 주인 의사는 입을 꾹 다뭅니다. 그럴 만도 한 게, 봉급 한 푼 주지 않고 20년 동안 부려 먹었으니까요. 이제 와서 선술은 알지 못 한다 할 수는 없었습니다. 때문에 의사는 도리 없이,
 "선인이 되는 방법을 아는 건 우리 아내니 아내한테 배우거라"하고 차갑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그럼 선술을 가르쳐줄 테니 대신 제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내 말을 따라야 해. 안 그러면 선인이 되지 못 하는 건 물론이고 또 20년 동안 봉급 없이 일하지 않으면 별 받아 죽고 말 테니까."
 "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반드시 해내 보이겠습니다."
 곤스케는 굉장히 기뻐하며 아내의 말을 기다렸습니다.
 "그럼 저 정원 소나무에 올라보렴."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당초 선인이 되는 방법은 알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곤스케가 도무지 못할 법한 어려운 일을 시키고 해내지 못 했을 때에는 또 20년 동안 공짜로 부려 먹을 생각이었겠지요. 하지만 곤스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정원 소나무로 올랐습니다.
 "더 높이, 더 높이 올라보렴."
 아내는 복도 앞에 선 채로 소나무 위로 오른 곤스케를 올려다봅니다. 곤스케가 입은 몬츠키 하오리는 그 커다란 소나무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가지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오른손을 놓으렴."
 곤스케는 왼손으로 나뭇가지를 꽉 잡으며 천천히 오른손을 놓습니다.
 "그리고 왼손도 놓으렴."
 "아니 이 사람이, 왼손을 놓으면 저 촌뜨기가 떨어질 거 아닌가? 떨어지면 저 밑이 다 돌인데 목숨은 어떻게 건져?"
 의사도 기어코 복도에 걱정스레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당신이 나설 차례 아니에요. 뭐, 저한테 맡겨주세요――자, 왼손도 놓으렴."
 곤스케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왼손도 놓아버렸습니다. 나무 위에 오른 채로 두 손 모두 놓은 셈이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곤스케의 몸은, 곤스케가 입고 있던 몬츠키 하오리는 나뭇가지에서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리 멀어지지는 않은 채, 떨어지지도 않은 채, 신기하게도 대낮의 하늘에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똑바로 서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선인이 되었습니다."
 곤스케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조용히 하늘을 밟으며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의사 부부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단지 정원의 소나무는 그 후로도 줄곧 남아 있었습니다. 듣자 하니 요도야타츠고로는 이 소나무의 눈경치를 보기 위해 네 명이 안고도 남을 거목을 일부러 정원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