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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6월 19일 - 다자이 오사무 아무런 볼일도 없이 원고용지를 마주했다. 이런 게 진짜 수필이란 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6월 19일이다. 맑은 날이다. 내가 태어난 날은 메이지 42년 6월 19일이다. 나는 어릴 적에 묘하게 삐뚤어져서 자신을 부모님의 진짜 아이가 아니라 믿었던 적이 있었다. 형제 중에서 나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용모가 곱지 않아 일가족이 챙겨주는 통에 서서히 삐뚤어진 걸지 모른다. 한 번은 창고에 들어가 여러 서류를 찾아 본 적도 있었다.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옛날부터 우리 집에 출입하던 사람들에게 몰래 물어보고 다닌 적도 있다. 그 사람들은 크게 웃었다. 내가 태어난 날의 일을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이었죠. 저 작은방에서 태어나셨어요. 모기장 안에서 나셨지요. 굉장히 순조로웠어요. 금.. 2021. 6. 19.
선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 언제 적 일인지는 알 수 없다. 중국 북쪽의 마을서 마을로 오가는 거리 공연가 중에 이소이李小二라는 남자가 있었다. 쥐에게 연극을 시켜 벌어먹고사는 남자였다. 쥐를 넣은 주머니 하나, 의상이나 가면을 넣은 상자 하나. 그리고 무대 역할을 하는 작은 노점 같은 것 하나――그 외에 건 특별히 지닌 게 없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왕래가 많은 사거리에 선다. 먼저 노점 같은 걸 어깨로 짊어맨다. 그리고 북을 두드리고 노래를 불러 사람을 끌어모은다. 호기심 강한 거리인들은 어른아이를 가리지 않고 하나같이 발을 멈춘다. 그렇게 사람들이 주위를 두르면 이는 주머니 안에서 쥐 한 마리를 꺼낸다. 쥐에게 의상을 입히고 가면을 씌운 후 판자의 귀문도로 무대에 오르게 한다. 쥐는 꽤나 익숙한 듯했다. 무대 위를 졸졸졸.. 2021. 6. 18.
선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선인"은 비와코 근처의 O마을의 재판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가장 큰 취미는 오래된 표주박을 모으는 일이었다. 따라서 그가 빌린 집에는 2층 찬장은 물론이요 기둥이나 창틀의 못에도 표주박이 몇 개나 걸려 있었다. 3년가량 지난 후, 이 '선인'은 O마을에서 H시로 전임하게 되었다. 집안 살림을 옮기는 건 물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래저래 이백 개 가량의 표주박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기차에 실어도 마차에 실어도 무사히 도착하지 않을 게 분명하지." 이 선인은 이래저래 생각한 끝에 기어코 표주박을 한데 모아서 그걸로 비와코 위에 띄어 배로 삼기로 했다.(또 표주박배 중심이 된 건 역시 그가 '파내서 가져온' 유교야나기의 뿌리였다.) 날씨는 마침 한없이 말게 개인 데다가 운 좋게 바람도 .. 2021. 6. 17.
선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여러분. 저는 지금 오사카에 있습니다. 그러니 오사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과거에 오사카에 일을 구하러 온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단지 일을 하러 온 남자니 곤스케라는 것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곤스케는 입구의 노렌을 지나서는 담뱃대를 물고 있던 가게 주인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사장님, 저는 선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곳에 살게 해주십쇼." 주인은 황당하여 한동안 입도 열지 못 했습니다. "사장님, 안 들리시나요? 저는 선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곳에 살게 해주십쇼." "정말 유감입니다만――" 주인은 겨우 평소처럼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가게는 아직 선인을 받아들인 적이 없습니다. 부디 다른 곳에 가주시지요." 그러자 콘스케는 불만이라는 양 치쿠사 .. 2021. 6. 16.
세 가지 의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파우스트는 왜 악마와 만났나? 파우스트는 신을 모셨다. 따라서 그에게 사과란 항상 '지혜의 열매'였다. 그는 사과를 볼 때마다 지상낙원을 떠올리고 아담이나 이브를 떠올렸다. 하지만 어느 눈 그친 오후, 파우스트는 사과를 보는 사이 한 장의 유화를 떠올렸다. 어딘가의 대가람에 있던 색채가 선명한 유화였다. 그 후로 그에게 사과란 과거의 '지혜의 열매' 외에도 근대의 '정물'로 변모했다. 파우스트는 경건함 때문인지 한 번도 사과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심한 태풍이 불던 어느 밤, 문득 배가 주려와 사과 하나를 구워 먹었다. 그 후로 사과는 음식으로도 변모했다. 따라서 그는 사과를 볼 때마다 모세의 십계명을 떠올리고 유화 도구를 떠올리고 배에서 울리는 소리를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어느 추운 아침, 파우스.. 2021. 6. 15.
세 가지 보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숲속. 세 도둑이 보물을 두고 다투고 있다. 보물은 단숨에 천 리를 뛰는 장화, 입으면 모습이 사라지는 망토, 철이라도 두 동강 내는 검――단지 생김새만은 하나같이 골동품 같다. 첫 번째 도둑 그 망토를 내게 넘겨. 두 번째 도둑 헛소리 마. 그 검이야말로 나한테 넘겨――이 자식, 내 장화를 훔쳤겠다. 세 번째 도둑 이 장화는 내 거 아냐? 네놈이야말로 내 물건을 훔친 거지. 첫 번째 도둑 좋아좋아. 그럼 이 망토는 내가 받아 가지. 두 번째 도둑 개소리 마! 네놈 따위한테 넘길 거 같아? 첫 번째 도둑 잘도 날 때렸겠다――이 자식, 또 내 검을 훔쳤군? 세 번째 도둑 뭐라고 이 망토 도둑이! 세 사람의 싸움이 커진다. 그때 말에 탄 왕자 하나가 숲속 길을 지난다. 왕자 너희는 뭐 하는 거냐?(말에..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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