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소설의 재미 - 다자이 오사무 소설이란 본래 여자들이 읽는 것이지 소위 머리 좋은 어른이 얼굴색을 바꿔가며 읽거나, 하물며 탁상을 두드리며 독후감을 논하는 성질의 물건이 아닙니다. 소설을 읽고 자세를 고쳤다느니 고개를 숙였다느니 하는 사람은, 농담이라면 또 몰라도 그러한 행동을 한다면 미치광이의 행동이라 해야 할 테지요. 이를 테면 집에서도 그렇습니다. 아내가 소설을 읽고 남편이 출근 전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묶으며 요즘 어떤 소설을 읽냐고 묻습니다. 아내가 대답하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가 재밌었어요. 남편이 조끼 단추를 잠그며 바보 취급하듯이 묻길 어떤 내용인데. 아내가 살짝 상기되어 그 줄거리를 이야기하다 스스로의 설명에 감격해 웁니다. 남편은 웃옷을 입으며 말하길 흠, 그건 재밌겠네. 그렇게 남편은 출근하여 밤.. 2021. 6. 3. 늪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비 내리는 날의 오후였다. 나는 어느 그림 전시회장의 한 방에서 작은 유화 한 장을 발견했다. 발견――그렇게 말하면 거창하게 들려도 실제로 그렇게 말해도 별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럴만한 게 이 그림만이 채광이 좋지 않은 구석에서 굉장히 빈곤한 액자에 담긴 채 잊힌 것처럼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은 "늪지"라고 하는 듯하며 화가는 알려진 사람도 아니었다. 또 그림 자체도 단지 탁한 물과 습기 찬 흙, 그리고 그 흙에 자란 목초를 그린 게 전부이니 아마 일반적인 관객에겐 말 그래도 눈길조차 받지 못 하리라. 그런데다 신기하게도 이 화가는 울창한 목초를 그리면서 녹색은 조금도 쓰지 않았다. 갈대나 버들, 무화과를 칠한 건 아무리 보아도 탁한 노란색이었다. 마치 젖은 벽만 같은 무겁기 짝이 없는 노.. 2021. 6. 2. 연말의 하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잘 모를 잡목이 자란 쓸쓸한 언덕 위를 걷고 있었다. 언덕 아래에는 바로 연못이 있었다. 또 연못의 끝자락에는 물새 두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어느 쪽도 옅은 이끼가 낀 돌색에 가까운 물새였다. 나는 딱히 물새가 신기한 건 아니었다. 단지 날개가 너무나 선명히 보이는 건 꺼림칙했다―― ――나는 이런 꿈속에서 덜컹덜컹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서재와 이어진 손님방의 유리문에서 나는 소리인 듯했다. 나는 신년호 작업 중에 서재서 잠을 취하고 있었다. 세 곳의 잡지사와 약속한 세 편은 하나 같이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마지막 일을 오늘 동이 트기 전에 정리할 수 있었다. 이불 끝자락의 장자에 대나무 그림자가 힐끔힐끔 드리워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소변을 보았다. 요즘 들어 .. 2021. 6. 1. 마사오카 시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키타하라 씨. "알스 신문에" 시키의 이야기를 쓰라고 하신 말씀 분명히 읽었습니다. 시키라면 말씀하시지 않아도 쓰고 싶지만 이번에는 다른 볼일이 많아 도무지 쓰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쓰라고 하신다면 시키에 관한 나츠메 선생님이나 오오츠카 선생님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시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급조한 시키론보다도 더 흥미로울 테니까요. × "먹물 한 방울"인지 "병상 육 척"인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키는 둘 중 하나서 나츠메 선생님과 산책했더니 선생님이 벼를 몰라 놀랐다는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이 벼 이야기를 나츠메 선생님께 해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벼를 왜 모르겠어"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시키가 거짓말을 쓴 거냐 반문하니 "그것도 .. 2021. 5. 31. 타키타 테츠타로 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타키타 군과 처음 만난 건 나츠메 선생님의 집이었으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 하고 있다. 타키타 군이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온 건 내가 대학을 나온 해 가을――내가 처음으로 "츄오코론"에 "한케치"라는 소설을 썼을 때이다. 타키타 군은 소설을 보고 내게 "조금 냉소적이군요"하고 말했다. 그로부터 타키타 군은 두세 달 간격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 어느 해 봄, 나는 원고가 써지지 않아 적잖이 고심하고 있었다. 그때 타키타 군은 나를 위하 타네자키 준이치로 군의 원고를 보여주어(그건 정말로 고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원고였다.) 나를 크게 격려해주었다. 나는 그 덕에 용기를 얻어 어떻게든 완성해낼 수 있었다. 내가 타키타 군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항상 연말에 열리는.. 2021. 5. 30. 묘한 이야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겨울 밤, 나는 오랜 친구 무라카미와 함께 긴자 거리를 걷고 있었다. "요전 번에 치에코가 편지 보냈어. 너한테 안부 부탁하던데." 무라카미는 불숙 떠올랐다는 것처럼 지금은 사세보에 살고 있는 여동생 이야기를 꺼냈다. "치에코 씨, 잘 지내나 보네." "그래, 요즘에는 잘 지내나 봐. 그 녀석도 도쿄에 있을 때는 꽤나 신경쇠약도 심했으니까――그 당시는 너도 알지?" "알고 있지. 그런데 신경쇠약이었는지는――" "몰랐나 보네. 당시의 치에코는 꼭 미치광이 같았어. 우는가 싶으면 웃고 있지, 웃는가 싶으면――묘한 이야기를 하더라고." "묘한 이야기?" 무라카미는 대답하기 전에 어떤 카페의 유리문을 밀었다. 그렇게 거리가 보이는 테이블에 나와 마주 앉는다. "묘한 이야기지. 너한테는 아직 이야기 안 했나.. 2021. 5. 29.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