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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내 친구 두세 명-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 오아나 류이치 군(괜히 '군'을 붙이는 것도 우스울 정도다)은 나보다 어리다. 하지만 오아나의 일처리는 비범하다. 만약 내 이름이 남는다면 내 작품의 작가로 남기보다도 오아나 군이 디자인을 한 책의 작가로 남으리라. 이건 오아나 군에게 아양 떠는 게 아니다. 세간에 겸손을 떠는 건 더더욱 아니다. 조형 미술과 문예의 차이를 생각하여 하는 말이다.(문에라는 건――특히 소설이란 삼백 년 지난 후에는 쉽사리 통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지진이나 대화재로 오아나 군의 그림도 불타버리면 이번에는 되려 오아나 군의 이름 또한 나와 나눈 인연 덕에 남으리라. 오아나 군은 신경질적이다. 이따금 용맹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지만 결코 호방한 성격의 소유주지는 않다. 하지만 해학적 정신은 적잖이 갖추고 있다. 나는 언.. 2021. 5. 28.
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겐지 원년 11월 26일, 교토 수호 임무를 받은 카슈가 세력은 쵸슈 토벌에 참가하기 위해 쿠니가로 오오스미노 카미를 대장으로 삼아 오사카의 아지카와구치에서 배를 내보냈다. 소대장은 츠쿠다기우 다이후, 야마자키 산쥬로 두 명이었으며 츠쿠다기우의 부대에는 하얀 깃발을, 야마자키 부대의 배에는 붉은 깃발을 걸어두었다. 오백석척의 금비라선이 제각기 홍백의 깃발을 바람에 나부끼며 강에서 바다로 나서는 모습은 정말 용맹스러웠다. 하지만 배를 타고 있는 녀석들은 용맹하다고 할 처지가 아니었다. 애당초 어느 배나 한 척에 주종 서른네 명에 선두 네 명을 더해 도합 서른여덟 명씩 타고 있다. 때문에 배 안은 움직임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좁았다. 또 배의 몸체에는 절인무를 담은 통이 발 디딜 곳도 없이 빼곡히 늘어.. 2021. 5. 27.
독특한 작품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당신의 작품 중 애착을 가진 작품이나 좋아하는 작품은 있나요?" 그런 물음을 들으면 조금 곤란해진다. 그런 조건을 가진 소설을 특별히 골라내는 건 불가능하고, 또 특별히 취급해야 하는 소설이 존재할 거 같지도 않다. 애당초 자신의 소설이란 걸 생각해 보면 그 수많은 소설 속에서 특별히 제가 소설입니다 하고 뛰쳐 나오는 녀석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하면 모처럼 하는 질문에 대답이 되지 않으니, 내 소설 중 조금 특이한 작품을 두 개 꺼내보려 한다. 내 소설 중 대부분은 현대서 평범하게 사용하는 말로 적혀 있다. 예외가 있다면 "기독교인의 죽음"과 "키리시토호로 상인전"이 그 안에 들어간다. 양쪽 모두 분로쿠, 케이초 시절에 아마쿠사나 나가사키에서 나온 일본 예수회 출판서의 문체를 모방해.. 2021. 5. 26.
O군의 초가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무릎을 안은 채로 서양화를 그리는 O군과 이야기하였다. 붉은 셔츠를 입은 O군은 다다미 위에 배를 대고 누워 끊임없이 골든배트를 피우고 있었다. 또 O군의 옆에는 묘하게 뒤숭숭한 의족 하나가 하얀 양말을 신은 발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 늦더위가 남은 거 같네." O군은 대답하기 전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는 툇마루 너머의 시온을 보았다. 몇 송이의 시온은 어느 틈엔가 얇은 꽃을 피운 채로 꼼짝도 않고 햇살을 받고 있었다. "어, 이게 벌써 피었네………뭐라고 하더라. 부채 그림 속에 있는 꽃이었는데." × 바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기가 맑은 날의 저녁이었다. 나는 역시 O군과 함께 넓은 모래길을 산책했다. 그러자 반대편에서 아가씨 한 사람이 나무 울타리를 따라 걸어왔다. 하얀 옷에 붉은 오비를 묶.. 2021. 5. 24.
병상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병상에서 한가해진 걸 틈타 아무개 잡지의 소설을 열 편 가량 읽었다. 타키이 군의 "게테모노"는 타키이 군의 다른 작품 중에서도 한 층 빼어난 완성도를 지녔다. 아버지에게도, 아들에게도, 풍경에게도, 소박하면서 우아함을 깨트리지 않는다. 수수떡 같은 맛이 있다. 이러한 선명한 수완은 아마 9월 소설 중 제일이지 않을까. 둘. 사토미 군의 "모깃불" 또한 10월 소설 중 백미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살짝 힘이 빠진 것이 아쉽긴 하나, 다른 건 인정적인지 무엇인지 몰라도 여전히 교묘함에 마주하고 있다. 셋. 여행 중 앓는 일이 드물지 않다.(이번에도 카루이자와에서 감기에 걸렸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괴로웠던 건 마침 중국으로 건너기 전, 시모노세키의 여관에 쓰러졌을 때이다. 그때도 단순한 감기였지만.. 2021. 5. 23.
병중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매년 1, 2월쯤이 되면 위가 아프고 창자를 해치며 또 신경성 협심증에 걸려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멍하니 난로불을 쬐고 있으면 미치광이가 되기 전의 심정이 이런 건가 싶을 때마저 있다. 둘 내 신경쇠약이 가장 심했던 건 다이쇼 10년의 연말이었다. 그때는 잠에 들면 누군가가 이름을 부르는 거 같아 뛰쳐 일어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또 오래된 영화를 보는 것마냥 노란빛의 단면이 눈앞에 나타나 "어라" 싶을 때도 많다. 11년 정월, 문득 나와 만나 "죽을상이 있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는데 정말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을 터이다. 셋 "먹물 한 방울"이나 "병상 육 척", "뇌병을 앓다" 운운하는 건 신경쇠약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마사오카 시키가 뇌병을 앓으면서 어떻.. 2021.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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