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작품 중 애착을 가진 작품이나 좋아하는 작품은 있나요?" 그런 물음을 들으면 조금 곤란해진다. 그런 조건을 가진 소설을 특별히 골라내는 건 불가능하고, 또 특별히 취급해야 하는 소설이 존재할 거 같지도 않다. 애당초 자신의 소설이란 걸 생각해 보면 그 수많은 소설 속에서 특별히 제가 소설입니다 하고 뛰쳐 나오는 녀석도 찾아 볼 수 없다.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하면 모처럼 하는 질문에 대답이 되지 않으니, 내 소설 중 조금 특이한 작품을 두 개 꺼내보려 한다.
내 소설 중 대부분은 현대서 평범하게 사용하는 말로 적혀 있다. 예외가 있다면 "기독교인의 죽음"과 "키리시토호로 상인전"이 그 안에 들어간다. 양쪽 모두 분로쿠, 케이초 시절에 아마쿠사나 나가사키에서 나온 일본 예수회 출판서의 문체를 모방해 만든 것이다.
"기독교 인의 죽음"은 그 종교인이 읽던 당시의 구어역 헤이케이모노가타리를 모방한 것이며, "키리시토호로 상인전" 쪽은 이솝 이야기를 모방한 것이다. 모방했다 한들 원문처럼 잘 쓰지는 못 했다. 소박하면서도 옛된 정취가 묻어나지 못 했다.
"기독교인의 죽음"은 일본 기독교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온전히 내 상상 속에서 나온 작품이다. "키리시토호로 상인전"은 크리스토포로스의 전기서 소재를 따와 만들었다.
다 쓰고 나서 되돌아 보아 완성도를 따지자면 "키리시토호로 상인전" 쪽이 좋지 싶다.
"기독교인의 죽음"을 발표했을 때는 재밌는 일이 있었다. 그 소설을 발표했을 적엔 꽤나 다양한 비평 편지가 날아왔다. 개중에는 내용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키리시탄의 원문이 있다고 착각하여 오백 엔의 선금을 내며 구매하기를 요청하는 사람이 있었다. 유감스러운 한 편으로 우습기도 했다.
그 후, 나가사키 우라카미의 천주교회의 라게라는 신부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라게 씨와 "키리시토호로 상인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게 씨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크리스토포로스가 머물던 땅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기에 조금 연결 지어 생각했던 것이다.
장래에 어떤 작품을 낼지는 아마 누구도 확실히 대답하지는 못 하리라. 소설이란 건 다른 사업과 달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임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더욱 공부한 걸, 혹은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여 본격 소설, 사소설, 역사 소설, 화류 소설, 하이쿠, 시, 와카 등등 그 외에 아는 걸 가르쳐준다면 뭐든지 써보고 싶다.
항아리나 접시나 옛날 그림 등을 사랑하고 시간이 남으면 과거의 문학자나 화가의 평론도 해보고 싶고 다른 사람과 논쟁도 해보고 싶다.
이렇 듯이 내 앞날은 굉장히 끝없이 넓으며 장래 유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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