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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압류 당하는 이야기 - 키쿠치 칸 나는 소득세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부가세를 더하면 매년 사백 엔 가까이 내게 된다. 나는 관사나 사업가처럼 국가의 직접적인 은혜를 받는 것도 아닌데, 사백 엔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처사이지 싶다. 문사文士라는 직업은 국가가 조금도 환대하지 않을뿐더러 보호장려하지 않는다. 장려하지 않을 뿐일까. 출판 금지니 상연 금지니 협박이나 하면서 수입에만 일반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 작년 소득 결정액은 일본 제일, 제이를 다투는 부호 야스다 씨의 40분의 1이며 시부사와 에이치로 씨의 4분의 1이었기에 분개했다. 사업가란 막대한 벌이에 더해 이자 수입도 있다. 나도 벌이가 있고 매해 일정한 수입이 있다면 기꺼이 납세하고 싶다. 하지만 벌이가 없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건 아니라도 한 .. 2021. 5. 21.
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거친 발이 입구에 걸려 있어 작업장에서도 길거리가 잘 보였다. 키요미즈로 이어지는 길거리선 아까부터 인파가 끊이지를 않았다. 금고를 짊어 맨 스님이 지난다. 츠보쇼조쿠 차림을 한 여자가 지난다. 그 뒤에선 보기 드물게 황소가 끄는 우차가 지났다. 다들 듬성듬성 뚫린 창포발을 좌우서 다가오는가 하면 멀어지고 만다. 그런 가운데 달라지지 않는 건 오후의 햇살이 봄을 그을리는 좁은 골목의 모래색뿐이었다. 작업장 안에서 그런 길거리를 묵묵히 바라보던 한 젊은 사무라이는, 문득 떠올랐다는 양 주인의 토기장이에게 말했다. "여전히 관음상에 기도하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로군." "그런 모양입니다." 일에 집중하던 탓일까. 토기장이는 조금 성가시다는 양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눈이 작고 코가 위를 향한 어딘가 경박스러.. 2021. 5. 20.
조개껍질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고양이 그들은 시골에 사는 동안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기로 했다. 고양이는 꼬리가 긴 검은 고양이였다. 그들은 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여 겨우 쥐의 재난만은 피할 수 있으리라고 기뻐했다. 반년이 지난 후 그들은 도쿄로 이사 가게 되었다. 물론 고양이도 함께 갔다. 하지만 도쿄로 이사한 후로 고양이는 어느 틈엔가 쥐를 잡지 않게 되었다. "왜 이러지? 고기나 생선을 줘서 그런가?", "요전 번에 R씨가 그러던데요. 고양이는 소금맛을 익히면 점점 쥐를 잡지 않게 된데요."――그런 대화를 나눈 그들은 시험 삼아 고양이를 굶주리게 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아무리 기다려도 쥐를 잡지 않게 되었다. 더군다나 쥐는 매일 밤마다 천장 위쪽을 뛰다녔다. 그들은――특히 아내는 고양이의 거만함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 2021. 5. 19.
아사쿠사 공원 ――어떤 시나리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 아사쿠사 니오몬 안에 걸린 불이 들어오지 않은 대제등. 제등은 서서히 위로 올라 난잡한 상점가를 드러나게 한다. 하지만 대제등 아랫부분만은 남는다. 문 앞에 나는 무수한 비둘기. 2 카미나리몬에서 세로로 본 상점가. 정면에선 저 멀리 니오몬이 보인다. 나무는 모두 시들어 있다. 3 상점가 한 쪽. 외투를 입은 남자 하나. 열두어 살 먹은 소년과 함께 어슬렁어슬렁 상점가를 걷는다. 소년은 아버지의 손을 놓고 이따금 장난감 가게 앞에 멈춘다. 아버지는 물론 소년을 혼낸다. 하지만 이따금 아버지 스스로도 소년이 있는 걸 잊고 모자 가게를 바라본다. 4 그런 아버지의 상반신. 아버지는 촌뜨기 같다. 정돈되지 않은 긴 수염을 가진 남자. 소년은 귀엽다기 보다도 되려 가련한 얼굴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뒤에는.. 2021. 5. 18.
TZSCHALLAPPOKO - 키쿠치 칸 □키타하라 하쿠슈 씨가 있던 잡지의 이름 "잔보아ザンボア"는 잘못된 발음으로 실제론 "잔본ザンボン"이라 발음 해야 한다. 이런 걸 보면 과거에 자본이라 부를 때가 더 정확하다. 괜히 글자를 아는 게 실수의 시작이라고 우에다 빈 선생님께선 말씀하셨다. □쇼의 "암즈 앤드 맨"을 팔과 사람이라 번역한 사람은 논외지만, 츠보우치 선생님께서 감수한 번역본엔 "무기와 인간"이라 되어 있다. 단지 암즈 앤드 맨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성어로 "전쟁과 사람"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한다. 하기사 골스와이시의 Joy를 "기쁨"이라 번역하는 사람도 있는 세상이지 않은가. □오사카에는 문예공동회란 게 세워졌다. 요미우리에 "어머니"를 쓴 이시마루 고헤이 씨 등의 발촉으로 관서 예술을 부흥시켜 오사카를 영국의 더블린처럼 만들겠다는.. 2021. 5. 17.
아그니의 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중국 상하이의 어느 마을입니다. 낮임에도 어두컴컴한 어떤 집 2층에 인상 나쁜 인도 할머니 한 사람이 상인으로 보이는 한 미국인과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실은 이번에도 할머님께 점을 부탁하러 왔는데요――" 미국인은 그렇게 말하며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점인가요? 점은 당분간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는 비웃기라도 하듯이 상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요즘엔 모처럼 봐줘도 제대로 사례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져서요." "그야 물론 사례는 해야죠." 미국인은 아끼는 기색 없이 삼백 달러의 수표 한 장을 할머니 앞에 던져줬습니다. "일단 이것만 드리죠. 만약 할머니 점이 맞으면 그때는 따로 사례를 하겠습니다――" 할머니는 삼백 달러 수표를 보자 갑자기 붙임성이 좋아졌습니다...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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