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조개껍질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5. 19.
728x90
반응형
SMALL

     하나 고양이

 그들은 시골에 사는 동안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기로 했다. 고양이는 꼬리가 긴 검은 고양이였다. 그들은 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여 겨우 쥐의 재난만은 피할 수 있으리라고 기뻐했다.
 반년이 지난 후 그들은 도쿄로 이사 가게 되었다. 물론 고양이도 함께 갔다. 하지만 도쿄로 이사한 후로 고양이는 어느 틈엔가 쥐를 잡지 않게 되었다. "왜 이러지? 고기나 생선을 줘서 그런가?", "요전 번에 R씨가 그러던데요. 고양이는 소금맛을 익히면 점점 쥐를 잡지 않게 된데요."――그런 대화를 나눈 그들은 시험 삼아 고양이를 굶주리게 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아무리 기다려도 쥐를 잡지 않게 되었다. 더군다나 쥐는 매일 밤마다 천장 위쪽을 뛰다녔다. 그들은――특히 아내는 고양이의 거만함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거만함이 아니었다. 고양이는 눈에 보이게 마르기 시작하며 쓰레기통의 생선 가시 같은 걸 뒤지기 시작했다. "도시 고양이 다 된 셈이지."――그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러던 사이 그들은 다시 한 번 시골에 살게 되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여전히 조금도 쥐를 잡지 않았다. 그들은 기어코 정이 떨어져 드센 여종에게 명령해 고양이를 산속에 버리게 했다.
 그러자 어느 늦은 가을 아침. 그는 잡목림을 걷는 사이에 우연히 이 고양이를 발견했다. 고양이는 마침 참새를 먹고 있었다. 그는 자세를 낮추어 몇 번이나 고양이를 불러보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본 채 다가오는 기척조차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콰직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참새 뼈를 씹고 있었다.

     둘 기생개구리


 어느 온천에 있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전달한 물건――벚꽃 열매, 사사모치, 흙병에 넣은 기생개구리 열여섯 마리. 그리고 흙병의 뚜껑에 묶은 편지 하나.
 그 편지의 한 구절은 이렇다――"이 기생개구리는 모두 수컷이다. 암컷은 나중에 보내마. 다만 수컷과 암컷을 한 바구니에 넣지 말거라. 암컷은 모두 수컷을 잡아먹는단다."

     셋 어떤 여자의 이야기

 나는 12살 때에 수학여행으로 나오에츠에 갔습니다.(제 초등학교는 신슈의 X라는 거리에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바다란 걸 봤습니다. 또 증기선이란 걸 봤습니다. 증기선에 타려면 잔교에서 거룻배란 걸 타야 합니다 합니다. 우리가 있던 잔교에는 역시나 수학여행으로 온 듯한 다른 초등학교 학생도 잔뜩 있어 소란을 떨었습니다. 다른 초등학교 학생이 거룻배에 오르려 할 때였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24, 25쯤 되는 선생님 한 명이(저희 학교 선생님은 아니었습니다.) 저를 대뜸 안아 올려 거룻배에 태웠습니다. 사람을 잘못 본 것입니다. 그 선생님은 잠시 후, 저희 학교 선생님이 저를 받으러 왔을 때에 몇 번이나 이렇게 말하며 사과했습니다――"저희 학생이랑 똑닮아서요."
 그 선생님이 저를 안아 올려 거룻배에 태웠을 때의 심정이요? 저는 꽤나 놀랐고 무섭기도 했지만 어쩐지 기쁘기도 했습니다.

     넷 어떤 운전수

 긴자 욘쵸메. 어떤 전철 운전수 한 명이 붉은 깃발을 푸른 깃발로 잘못 보았는지 대뜸 전차를 움직였다. 하지만 잘못을 깨닫자마자 넋나간 투로 "죄송합니다"하고 말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곧 병영이나 연병장을 느꼈다. 내 직감은 맞았을까.

     다섯 실패

 그 남자는 뭘 하든 실패했다. 마지막에도――그 남자는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연극의 배우가 되어 시라세 중위의 이야기를 담은 "남극 탐험"이란 연극에 나가게 되었다. 물론 그건 여름 연극

이었다.그 남자는 펭귄이 되어 얼음산 사이를 마냥 걸었다. 그러는 사이 여름의 더위에 견디지 못 하고 죽고 말았다.

     여섯 도쿄 사람

 어느 카페 여주인 한 명이 친한 게이샤를 위해 옷가게에 오비 하나를 주문했다. 다만 만들어진 오비를 보니 주문한 여주인은 물론이요 젊은 옷가게 주인에게도 너무나 화려하게만 보였다. 옷가게 주인은 아무 말 않고 200엔의 오비를 150엔으로 깎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카페 여주인은 옷가게 주인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여주인은 돈을 내고는 게이샤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장 안에 넣어두었다. 그러자 게이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님, 그 오비는 아직 안 됐어요?"하고 물었다. 여주인은 도리 없이 오비를 보여주고 실제론 150엔을 냈음에도 120엔이라 이야기했다. 게이샤의 얼굴을 보고 역시 너무 화려하다 생각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샤 또한 아무 말도 않고 그 오비를 가지고 돌아가 120엔의 돈을 전달했다.
 120엔이라 들은 게이샤였지만 본래 가격대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하지 않고 여동생에게 주었다. 다들 바보처럼 사양만 한다고?――도쿄 사람이란 본래 이렇게 바보처럼 사양만 하는 인종인 것이다.

     일곱 행복한 비극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그 또한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자신들의 마음을 공개하는 걸 두려워 했다.
 그는 그 후 그녀 이외의――임시로 3이라 부를까. 3이라는 여자와 친해졌다. 그녀는 그에게 반감을 품고 그 이외의――임시로 4라 부를까. 4라는 남자와 친해졌다. 그는 불쑥 질투심을 느껴 4에게서 그녀를 뺏으려 했다. 그녀 또한 그와 친해지는 게 본래의 바람일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때는 행복히도――혹은 불행히도 어느 틈엔가 4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더욱 행복한 거――혹은 이 또한 불행했던 건 그도 여차 상황에 처하니 3과 차갑게 헤어질 수 없는 심정에 빠져 있었다.
 그는 3과 만나며 이따금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 또한 4와 데이트할 때마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계곡 소리를 듣고 이따금 그를 떠올렸다……


     여덟 실감

 어떤 살인범의 말――"저는 그 녀석을 죽였습니다. 그 녀석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단지 제가 죽인 대로 시체가 되어 나타나면 무서울 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살아 있을 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서있거나 무언가를 하는 게 무섭습니다. 정말이지, 기왕 유령으로 나타날 거면 시체가 된 모습으로 나오면 좋을 텐데."

     아홉 수레꾼

 나는 열하나인가 열둘일 적에 빈상자를 쌓은 짐수레 한 대가 언덕을 오르는 걸 보고 뒤에서 밀어주려 했다. 그러자 수레를 끌던 남자가 저를 돌아보며 "이 녀석"하고 소리쳤다. 나는 물론 남자의 오해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로부터 5, 6일이 지난 후, 남자가 다시 수레를 끌며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숯가마니였다. 하지만 나는 "멋대로 하라지"하는 생각에 그저 거리에 서있었다. 그러자 수레가 흔들리는 박자에 숯가마니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남자는 그제야 봉을 내려놓고 숯가마니를 다시 쌓았다. 내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남자는 앞으로 몸을 기울여 숯가마니를 어깨에 들쳐 매더니 남에게 말하듯이 "지랄, 뭘 그리 사람을 신경 써. 수레에서 내리려면 아직 멀었다"하고 말했다. 나는 그 후로 이 남자에게――이 검게 탄 수레꾼에게 어떤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다.

     열 어떤 농부의 논리


 어떤 산촌의 농부 한 명이 옆집의 암소를 훔친 탓에 세 달의 징역을 살게 되었다. 감옥 안의 그는 다른 사람처럼 조용히 옥칙 하나하나를 지켜 모범수 소리마저 들었다. 하지만 석방이 되어 돌아오니 다시 한 번 같은 암소를 훔쳤다. 옆집 주인은 화가 나서 이번에도 경찰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마을 파출소 순사는 재빠르게 그를 구속하고, 위세 좋게 그를 나무랐다.
 "반성할 줄 모르는 녀석이구나."
 그러자 그는 태연한 얼굴로 순사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저 소를 훔쳐서 세 달이나 복역한 게 아닙니까? 그러면 저 소는 제 것이 된 거지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보니 역시나 옆집에 있길래(물론 전보다 살이 오르긴 했지만.) 제 집에 데리고 온 거뿐입니다. 대체 제가 뭘 잘못한 겁니까?"


     열하나 질투

 "저는 꽤나 질투가 심해요. 이를테면 여관에 머무를 때 그곳의 경비나 여종이 제게 붙임성 좋게 인사하죠? 그리고 또 다른 손님이 오면 역시나 붙임성 좋게 인사하죠. 저는 그런 걸 보면 어쩐지 나중에 온 손님에게 반감을 가지게 되죠."――그런 주제에 내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정이 많은 신사였다.


     열둘 첫 번째 키스

 남자는 여자와 부부가 된 후, 이제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갖은 사정을 여자에게 밝히기로 했다. 그 결과는 남자가 예상한 것처럼 남자의 행복을 보증하게 되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단 하나의 사정만 밝히지 않았다. 그건 남자가 열여덟일 적, 어떤 연상의 여관 여종에게 키스를 한 사실이었다. 그는 꼭 이 사정만 말하지 않기로 한 건 아니었다. 단지 자잘한 일이기에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싶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2, 3년이 지난 후, 남자는 무언가의 이야기를 하는 김에 이 사정도 여자에게 밝혔다. 그러자 여자는 얼굴색으로 바꾸더니, "당신은 나를 속였어"하고 말했다. 그건 자그마한 가시처럼 꽂혀, 한사코 그들 부부 사이에 파란을 일으키는 씨앗이 되어버렸다. 남자는 여자와 싸운 후 몇 번이나 홀로 이런 생각을 했다――"내가 너무 정직했던 걸까. 아니면 마음 어딘가에선 미처 정직해지지 못 한 걸까."

     열셋 "이로하 노래"에 없는 말

 그는 에든버러에서 유학하던 중, 전차에 뛰어오르려다 굴러떨어져 인사불성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병원에 옮겨지는 도중에도 영어로 허튼소리를 했다. 그의 건강이 회복된 후, 그의 친구들은 별일도 아니라는 양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그 이후로 다른 사람처럼 자신의 어학력에 자신을 가지고 기어코 명성 높은 영어 학자가 되었다――이건 그의 입지담이다. 하지만 내게 재밌었던 건 그의 집에 살고 있던 어머니의 말이었다.
 "우리 아들은 학문으로 일본어를 다 뗐으니까요. 이번에는 일부러 서양까지 가서 '이로하 노래'에 없는 말을 배우고 있어요."


     열넷 어머니와 자식과

 그는 얼마 전 자신의 어머니가 게이샤였던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지금은 그의 어머니가 베이징 양고기 골목에서 요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업무상 볼일 때문에 2, 3일가량 베이징에 머물게 된 걸 이용해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려고 했다.
 그는 요리점을 찾아가 아직도 두툼한 화장을 한 어머니와 한 시간가량 이야기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성의 없는 태도에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어머니가 꼼꼼한 그에게 불쾌함을 느꼈기 때문이 분명했다. 하지만 또 하나는 지금 남편에게 아들이 찾아온 걸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그가 돌아 간 후 어깨 결림이 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어보니 모자의 정 따위를 생각에 그를 쌀쌀 맞게 대한 게 미안해졌다. 그가 어딘가에 머무는지는 물론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해가 지기 전에 그런 생각을 떠올려, 더러운 중국 인력거를 타고 그가 있는 여관을 찾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이미 항커우로 가기 위해 여관을 나선지 오래였다. 그녀는 묘한 섭섭함을 느끼며 도리 없이 다시 인력거를 타고 모래 먼지 속을 되돌아갔다. 어느샌가 자신도 백발이 빠지기 시작한 걸 생각하면서.
 날이 어두워질 즘, 그는 경한철도 객차서 짙은 화장을 한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러자 새삼스레 약간의 그리움도 느끼고는 했다. 하지만 금니가 많은 것만은 도무지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열다섯 수사학

 토카이도선의 삼등객차 안. 목공으로 보이는 시루시반텐을 입은 남자 하나. 에지리 근처의 바다를 바라보며 일행인 남자에게 이렇게 말했다――"봐라, 파도가 꼭 주사위라도 굴리는 거 같잖아."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