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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원숭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제가 원양항해를 마치고 겨우 구슬 반쪽(군함에선 후보생을 이렇게 부릅니다) 시기를 마쳤을 때였습니다. 제가 타고 있던 A가 요코스카항에 들어 와 3일째 되던 오후, 이래저래 세 시쯤이었겠지요. 기세 좋게 상륙원 정렬의 나팔이 울렸습니다. 분명 우현이 상륙할 차례였는데, 우현이 상갑판에 정렬하자 이번에는 대뜸 전원 집합의 나팔이 울렸습니다. 물론 평범한 일은 아닐 테지요. 사정을 모르는 우리는 해치를 오르며 서로 "무슨 일이지"하고 말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집합했습니다. 그러자 부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요 근래 함내에서 도난 사건이 두어 건 있었다. 특히 어제 거리의 시계 장수가 왔을 때도 은제 회중시계가 두 개 분실되었다는군. 때문에 오늘은 전수 신체검사를 진행하며 동시에 소지품 .. 2021. 5. 15.
MENSURA ZOILI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배의 살롱 한가운데서 테이블을 두고 묘한 남자와 마주하고 있다―― 잠깐 기다려줬으면 한다. 배의 살롱이란 것도 사실은 별로 확실하지 않다. 방의 상황이나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는 점으로 그렇게 추정했을 뿐이지, 어쩌면 좀 더 평범한 장소일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 아니, 역시 배의 살롱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흔들릴 리가 없다. 나는 키노시타 모쿠타로 군이 아니니까 몇 센티로 흔들리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흔들리고는 있다. 거짓말 같다면 창밖의 수평선이 위아래로 출렁이는 걸 보면 된다. 하늘이 어두워 바다는 더할 나위 없는 청록색을 한없이 펼치고 있는데, 그와 잿빛 구름이 하나가 되는 장소가 창틀의 원형을 여러 현으로 잘라내고 있다. 그 안에 하늘과 같은 색을 한 게 하늘하늘 떠올라 있.. 2021. 5. 14.
소설의 희곡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글장사에 관한 법률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이를테면 어떤 잡지사에 약 몇 장의 단편을 하나 건네 약 몇 엔을 받았다 치자. 그때 그 돈은 소설만 판 돈인가 혹은 소설이 쓰인 약 몇 장의 원고용지가 팔린 돈인가. 법률은 무엇 하나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게 우리의 원고라면 모를까 나츠메 선생님의 원고쯤 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가장 곤란한 건 어떤 종류의 저작권 침해이다. 이를 테면 얼마 전 키쿠치 칸은 소설 "기민진베이"를 세 막의 희곡으로 고쳐 썼다. 그런 걸 키쿠치 본인이 하지 않고 내가 희곡으로 고쳐 썼다고 치자. 그 경우 나는 의리 상, 혹은 관습 상 일단 키쿠치의 허가를 받은 후 희곡으로 바꿔 쓸 게 분명하다. 그뿐 아니라 그 원고료 내지는 상영료의 .. 2021. 5. 13.
나의 일상 도덕 - 키쿠치 칸 하나, 나는 나보다 부유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든 기꺼이 받고 있다.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밥도 얻어먹는다. 나는 남에게 무언가를 받을 때 사양하지 않는다. 서로 무언가를 주고 기꺼이 받는 건 인생을 밝게 만들기 때문이다. 받는 건 흔쾌히 받고, 줄 건 흔쾌히 주고 싶다. 하나, 다른 사람에게 얻어먹을 때는 되도록 많이 먹는다. 맛있다 맛없다는 말할 필요가 없지만, 맛있는 건 확실히 말한다. 하나, 사람과 같이 먹을 때에 상대가 나보다 어지간히 수입이 부족한 경우에는 조금 분투해서라도 내가 낸다. 상대의 수입이 상당한 사람이며, 낸다고 분투하면 내게 한다. 하나, 누군가 돈을 부탁할 때는 그 사람과 나의 친밀감으로 결정한다. 상대가 아무리 곤란해해도 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거절한다. 하나, 나는.. 2021. 5. 12.
'미천한 자의 말' 두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미천한 자의 말"이 꼭 내 사상을 늘어 놓은 건 아니다. 단지 내 사상의 변화를 이따금 드러내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한 총의 풀보다도 한 줄기의 덩굴――심지어 그 덩굴은 여러 갈래로 뻗어 있을지 모른다. '미천한 자의 말(侏儒の言葉)':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수필, 경구집. 다이쇼 12년(1923년)부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자살한 쇼와 2년(1927년)까지 집필되었다. 또 분케이순쥬 1923년 1월호부터 1925년 11월호에 걸쳐 연재되었다. 미천한 자의 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별 태양 아래에 새로운 게 없다는 건 옛사람이 설파한 말이다. 하지만 꼭 태양 아래에만 새로운 게 없는 건 아니다. 천문학자의 설에 따르면, 헤라클레스 자리가 내뿜는 빛은 우리 지구에 도달하 noh0058.tistory... 2021. 5. 10.
장례식의 기록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멀리서 전화를 걸고 주름진 프록코트의 소매를 신경 쓰며 현관으로 오니 아무도 없었다. 손님방을 들여다보니 아내분이 누구인지 검은 몬츠키를 입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과 서재의 경계에는 아까까지 관의 뒤에 세워져 있던 하얀 병풍이 세워져 있다. 어찌 된 건가 싶어 서재 쪽으로 가보니 입구에 와츠지 씨와 두세 명 가량이 멈춰 서있었다. 안에도 물론 많은 사람이 있었다. 마침 다들 선생님의 얼굴에 마지막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나는 오카다 군의 뒤를 따라 내 순서가 오는 걸 기다렸다. 이미 밝아진 유리창문 바깥에는 서리 방지용 밀짚을 씌운 파초가 가장 빠르게, 어두컴컴한 곳에서 올라와 있었다――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이윽고 사람이 줄어 서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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