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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마사오카 시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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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타하라 씨.
 "알스 신문에" 시키의 이야기를 쓰라고 하신 말씀 분명히 읽었습니다. 시키라면 말씀하시지 않아도 쓰고 싶지만 이번에는 다른 볼일이 많아 도무지 쓰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쓰라고 하신다면 시키에 관한 나츠메 선생님이나 오오츠카 선생님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시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급조한 시키론보다도 더 흥미로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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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물 한 방울"인지 "병상 육 척"인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키는 둘 중 하나서 나츠메 선생님과 산책했더니 선생님이 벼를 몰라 놀랐다는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이 벼 이야기를 나츠메 선생님께 해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벼를 왜 모르겠어"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시키가 거짓말을 쓴 거냐 반문하니 "그것도 거짓말은 아니지"하고 말씀하십니다. 모르는 것도 사실이었고 모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니 조금 우습게 들리겠지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설명하시길 "나도 벼에서 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쯤은 진작 알고 있었지. 또 논밭에 자란 벼도 이따금 봤어. 단지 그 논밭에 자란 벼가 쌀을 얻는 벼라는 걸 발견하지 못 한 거야. 즉 머릿속에 있는 벼와 눈앞의 벼 두 개를 동일화하지 못 한 거지. 그러니 마사오카가 쓴 내용은 마냥 거짓도 아니고 마냥 사실인 것도 아닌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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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나츠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시키는 선생님의 하이쿠나 한시를 평가해주셨다 합니다. 선생님은 물론 시키의 자부심에 살짝 속이 꼬이셨겠지요. 어느 날 영문을 만들어 보이니――시키는 어떻게 했을까요? 기운 차게 그 위에 이렇게 적었답니다――베리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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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오오츠카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선생님은 귀국 후 서양옷과 일본옷의 미추를 비교하는 강연을 하셨다지요. 그 이야기를 직접 들은 건지 강연 필사본을 읽은 건지는 몰라도, 그 사실을 안 시키는 오오츠카 선생님께 이렇게 말하였다 합니다――
 "너는 인간이 서있을 때에 보이는 복장의 미추만을 논하고 있어. 앉아 있을 때의 미추 또한 함께 생각해야 하지." 저는 이 이야기를 오오츠카 선생님의 미학 강의에 출석하여 들었는데, 선생님은 히죽히죽 웃으며 "그 후에 생각해 봤는데 시키는 그렇게 자고만 있었으니 앉은 사람만 본 겁니다. 저는 외국에 있었으니 앉지 않은 사람만 본 거고요"하고 지극히 말이 되는 주석을 붙이셨습니다.
 그럼 이만 마치겠습니다. 또 요전 번에 찾아 뵙지 못 한 일은 조금 죄송합니다만 부디 "시키 전집" 예약자 중에 제 이름더 더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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