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만년과 여학생 - 다자이 오사무 "만년"도 품절된 모양이고 "여학생" 또한 마찬가지로 품절된 듯하다. "만년"은 초판이 오백 부 정도로 그 후에 다시 천 부 가량 찍었을 터이다. "여학생"은 초판이 이천이고 그 후로 약 2년가량 지나 겨우 다 팔려 올해 초여름에 다시 천 부를 증쇄하게 되었다. "만년"은 쇼와 11년 6월에 냈으니 그로부터 다섯 해 동안 천오백 부를 판 셈이다. 한 해에 삼백 부 가량 판 듯한데 그럼 하루에 한 권씩 팔린 꼴이다. 다섯 해 동안 천오백 부라면 한 달새에 십만 부 팔리는 평판 소설에 비해 참 빈약해 보이지만 하루에 한 권 팔렸다니 마냥 싫지는 않다. "만년"은 이번에 스나고야쇼보에서 마흔여섯 판으로 개판해 출시되는 모양인데 빨리 내줬으면 한다. 품절인 채로 두 해, 세 해 지나면 하루에 한 부 팔렸다는 내.. 2021. 12. 27. 베이징 일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용화궁 오늘도 나카노 코칸 군을 따라 오전부터 용화궁을 보러 다녀왔다. 라마사에 별 관심은 없지만 아니, 되려 라마사 따위 아주 싫지만 베이징 명물이라면 기행에 적을 필요상 의리로라도 한 번은 봐야 하리라. 나도 참 고생이 많지 싶다. 더러운 인력거를 타고 겨우 문 앞에 이르니 확실히 큼지막한 사찰임은 분명하다. 물론 보통 큰 사철이라 하면 큰 당 하나가 있는 걸 떠올릴 텐데 이 라마사는 그 정도가 아니다. 영우전, 유성전, 천왕전, 법륜전 등 수많은 당의 집합체이다. 또 일본의 절과 달리 지붕은 노랗고 벽은 붉으며 계단은 대리석을 썼고 돌로 된 사자니 청동 석자탑이니(중국인은 문자를 존귀히 여겨 문자를 쓴 종이를 주우면 이 탑 안에 넣는다고 나카노 군이 설명해주었다. 즉 다소 예술적인 청동제 종이.. 2021. 12. 26. 장강 유랑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서론 이는 3년 전 중국에 놀러 가 장강을 거슬러 올랐을 때의 기행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 속에서 3년 전 기행에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생이 여행이라면 필경 갖은 추억은 몇 년 전의 기행이다. 내 문장의 애독자 제군은 '호리카와 야스키치'를 대하듯이 이 '장강'의 한 편에도 힐끔 눈길을 주었으면 한다. 나는 장강을 거슬러 오를 때 끊임없이 일본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에서――찌는 듯한 도쿄서 넓은 장강을 그리워하고 있다? 장강을?――아니, 장강만이 아니다. 우후를, 한커우를, 여산의 소나무를, 동정의 파도를 그리워하고 있다. 내 문장의 애독자 제군은 '호리카와 야스키치'를 대하듯이 나의 이런 추억벽에 힐끔 눈길을 줄 수 없을까. 하나 우후 나는 니시무라 사다.. 2021. 12. 25. 상하이 유랑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상하이 도쿄를 뜨는 날에 나가노 소후 씨가 찾아왔다. 듣자 하니 나가노 씨도 보름 후에 중국 여행을 떠날 생각이시란다. 그때 나가노 씨는 친절하게도 뱃멀미의 묘약을 가르쳐주셨다. 하지만 모지에서 배를 타면 이틀 밤낮도 걸리지 않고 곧장 상하이에 도착하고 만다. 고작 이틀 밤낮 가량 되는 항해에 뱃멀미 약을 휴대하다니 나가노 씨의 엄살도 알만 하다――이렇게 생각한 나는 삼 월 이십일 일 오후, 지쿠고마루의 사다리에 올랐을 때에도 비바람이 부는 항구를 보며 다시 한 번 나가노 소후 화백이 바다를 두려워한 사실을 유감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고인을 경멸한 벌은 배가 겐카이에 오르는 동시에 서서히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선실을 받은 마스기 군과 윗갑판의 등의자에 앉아 있으니 배 옆에 부딪히는 파도.. 2021. 12. 24. '중국 유랑기' 두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중국 유랑기" 한 권은 필경 내가 축복받은(혹은 내게 재앙으로 내린) Journalist적 재능의 산물이다. 나는 오사카 매일 신문사의 명을 받아 다이쇼 10년 3월 하순부터 같은 해 7월 상순에 이르는 백이십여 일 동안 상하이, 난징, 주장, 한커우, 창사, 낙양, 베이징, 다퉁, 톈진 등을 돌아보았다. 그로부터 일본에 돌아와 '상하이 유랑기', '장난 유랑기'를 하루에 하나씩 집필했다. '장강 유랑기' 또한 '장난 유랑기' 후에 역시 하루에 하나씩 집필한 미완성품이다. '베이징 일기'는 꼭 하루에 하나씩 쓴 건 아니다. 하지만 전체를 이틀 동안 쓴 기억이 있다. '잡신일속'은 후기에 쓴 걸 거의 그대로 담기로 했다. 하지만 나의 저널리스트적 재능은 이러한 통신에도 전광처럼――적어도 연극 속 전광처럼.. 2021. 12. 23. 마나고야 - 다자이 오사무 서점을 전개한지 벌써 5주년을 맞이하셨다니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서점 주인 야마자키 코헤이 씨는 저마저 몰래 혀를 내두를 정도로 굉장한 몽상가였습니다. 몽상가가 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해도 좋지요. 하지만 야마자키 씨는 신기하게도 지금 성공하신 모양입니다. 야마자키 씨의 아버지의 덕徳이 분명 크게 공헌을 한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서점 이름인 마나고야는 그가 태어난 땅인 하리마슈 "마나고무라"에서 유래한 모양입니다. 출생지를 가게 이름으로 삼는 건 보통 야심이 아니란 증거입니다. 고향 이름을 제 손으로 일본 전국에 퍼트려 그 고향의 명성을 몸에 질 마음가짐이 없으면 자신이 태어난 장소의 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과거에 키노쿠.. 2021. 12. 22.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