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패자의 양식 - 다자이 오사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약한 사람이 많다. 나도 마음이 약해졌을 땐 영화관에 빨려 들어간다. 마음이 거셀 때는 영화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시간이 아깝다. 뭘 하더라도 불안할 때에는 영화관에 뛰어들면 조금 안심이 된다. 어두운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누구도 나를 보지 않는다. 영화관 구석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은 세간과 벗어날 수 있다. 그만큼 좋은 곳은 또 없다. 나는 대부분의 영화를 보고 울게 된다. 반드시 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졸작이니 걸작이니 그런 평가를 할 여유를 가져 본 적이 없다. 관중과 함께 껄껄 웃고 관중과 함께 울었다. 5년 전, 치바켄 후나바시의 영화관에서 "신사도죠와"란 시대극을 보았는데 지독히 울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서 그 영화를 떠올렸더니 오열이 .. 2021. 12. 21. 일문일답 - 다자이 오사무 "최근 들어 느낀 감상을 이야기해주시죠." "곤란하네요." "곤란하네요라고만 하시면 제가 더 곤란해집니다. 뭐라도 말씀해주세요."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 최근 들어 똑똑히 느끼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감상인데 어제도 길을 걸으면서 분명히 느꼈지요. 속이려 드니까 생활이 어려워지고 성가셔지는 겁니다. 정직히 말하고 정직히 나아가면 생활은 정말로 간단해집니다. 실패랄 게 없지요. 실패라는 건 속이려다 미처 속이지 못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떠 욕심 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요. 욕심을 부리면 도리 없이 조금 속이고 싶어지니까요. 속이려 들면 이래저래 성가셔지고 이윽고 들통나서 곤란해집니다. 뻔한 감상이지만 이만한 사실을 깨닫는데 34년이 걸렸지요." "젊을 적의 작품을 다시 읽어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 2021. 12. 20.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인가 - 사토 하루오 다자이 오사무는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란 말을 남기며 죽었다 들었다. 이는 꽤나 중요한 유언이라 생각하니 나는 이를 해설하여 이부세 마스지가 다자이 오사무에게 나쁜 사람이었던 걸 뒷받침해주고 싶다. 다자이 오사무는 역설적 표현을 즐겨 쓰던 남자였으니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라 써져 있어도 나는 크게 기이하다 느끼지 않는다. 되려 "이부세 씨께는 오랫동안 신세를 졌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적혀 있다면 되려 이상하게 여겼을 정도이리라. 또 다자이가 이부세를 정말 나쁜 사람이라 느꼈다면 이부세 마스지는 나쁜 사람이라는 단순하고 멋없는 표현으로 만족했을까. 여시아문의 필법으로, 그런 표현도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부세 마스지는 다자이 오사무에게 그만한 독설을 할 가치도 없던 나쁜 사람.. 2021. 12. 19. 도당 - 다자이 오사무 도당은 정치이다. 그리고 정치는 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당도 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발명된 기계인 걸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 힘이 의지하는 건 역시 '다수'란 점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치의 경우엔 이백 표보다도 삼백 표가 절대적인, 그야말로 신의 심판이라도 받은 듯한 승리가 될지라도 문학의 경우엔 조금 다른 듯하다. 고고孤高. 그건 과거부터 아첨의 말로 사용되었다. 그런 아첨을 받는 사람을 보면 단순히 불쾌한 사람으로 누구도 어울리고 싶지 않아 하는 기질의 사람이 많은 듯하다. 그리고 소위 '고고'한 사람은 괜히 말을 꼬아서 '무리'를 매도한다. 왜 무리 짓는지 이해하지 못 한다. 단지 '무리'를 매도하여 자신의 소위 '고고'함을 자랑하는 게 외국서도 일본서도 과거의 위대한 사람들이 '고고'했다는.. 2021. 12. 18. 수국 - 사토 하루오 ――그 사람이 그렇게 얘기치 않게 죽어버리지 않았다면 가령 오랜 병이라도 앓은 후에 죽었다면 당신과 나 사이를 좋다느니 결코 안 된다느니 뭐라도 딱 잘라 말해주고 갔겠지……저는 도무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당신이 그로부터 칠 년이 지났음에도 왜 아직까지 혼자인지, 또 제가 왜 이따금 설교를 들으러 가고 싶어졌는지, 그 사람은 그 이유를 입 밖으로는 내지 않을지언정 분명히 알고 있었던 거겠죠. 그렇기에 저를 한층 더 잘 대해줬던 거겠지요. 그런 걸 생각하면 저는 그것만으로 어쩌면 좋을지 헤매고 말아야. 그리고 저와 당신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또 이런 걸 생각해보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요…… 방금 전 들은 눈물을 머금은 여자의 말. 남자는 그 말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되풀이해 보았다. 그리고 여자.. 2021. 12. 17. 어느 날의 오이시 쿠라노스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닫힌 장자에 아름다운 햇살이 드리우고 거칠고 늙은 매화나무의 그림자가 짧은 빛을 오른쪽 끝부터 왼쪽 끝까지 그림처럼 선명하게 점령하고 있다. 전 아사노타쿠미노카미 가문의 신하이자 당시엔 호소카와 가문서 가로家老로 있던 오이시 쿠라노스케요시카츠는 그런 장자 뒤에서 단정히 무릎을 꿇은 채로 독서에 여념이 없었다. 서적은 아마 호소카와 가문의 가신 중 한 명이 빌려 준 삼국지 중 한 권이리라. 방을 쓰는 아홉 명 중 카타오카 겐고에몬은 막 측간으로 향했다. 하야미 토자에몬은 아랫방에 가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 외에 요시다 츄자에몬, 하라 소에몬, 마세 큐다유, 오노데라 쥬나이, 호리베 야헤이, 하자마 키헤이의 여섯 명은 장자에 드리운 햇살도 잊은 것처럼 누군가는 책에 푹 빠져 있고 또 누군가는 편지를 .. 2021. 12. 16.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