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촌뜨기 - 다자이 오사무 저는 아오모리현 키타츠가루군이란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콘칸 이치하고는 같은 고향 출신입니다. 그도 꽤나 촌뜨기인데 저는 그가 태어난 곳보다 열 리는 더 산속입니다. 말하자면 저는 좀 더 지독한 촌뜨기인 셈입니다. 2021. 12. 9. 신들의 웃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봄 저녁, Padre Organtino는 홀로 긴 아비토habito(법의) 자락을 끌면서 남만절 정원을 걷고 있었다. 정원에는 소나무나 노송나무 사이서 장미니 감람이니 월계수 같은 서양 식물이 심어져 있었다. 특히 꽃피우기 시작한 장미는 나무들을 희미하게 만드는 저녁노을 속에서 옅은 단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향기는 이 정원의 정숙함에 어쩐지 일본처럼 느껴지지 않는 신비한 매력을 곁들게 했다. 오르간티노는 쓸쓸하게 모래가 붉어진 좁은 길을 걸으며 멍하니 추억에 잠겨 있었다. 로마의 대본산, 리스보아Lisboa, 리스본의 항구, 라베이카rabeca, 하베카 소리, 천도복숭아의 맛, 노래 "주, 나의 아니마(영혼)의 거울"――그러한 추억은 어느 틈엔가 이 서양 샤먼의 마음에 회향의 슬픔을 옮겨다 주었.. 2021. 12. 8. 봄 - 다자이 오사무 벌써 서른일곱이 되었습니다. 요전 번에 어떤 선배가 잘도 살아 있다고 뼈에 사무친 듯이 말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서른일곱까지 산 게 거짓말 같을 때가 있습니다. 전쟁 덕에 겨우 살아남을 힘을 얻은 듯합니다. 벌써 아이가 둘입니다. 위는 여자아이로 올해로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아래는 남자아이인데 작년 8월에 태어나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적기가 공격이라도 할 때면 아내가 아래 아이를 등에 메고 제가 위 아이를 안고서 방공호에 뛰어 듭니다. 저번에 적기가 강하하여 바로 근처에 폭탄을 터트리는 통에 방공호에 들어갈 새도 없이 가족이 둘로 갈라져 옷장으로 뛰어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쨍그랑하고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위에 애가 어머 유리가 깨졌어하고 공포도 무엇도 없는 감각으로 무심히 소란을.. 2021. 12. 7. 어떤 충고 - 다자이 오사무 "작가의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작품에도 드러나는 거지요. 속이려 해도 쉽지 않아요. 생활 이상의 작품은 쓰지 못하는 거죠. 느슨히 생활하면서 좋은 작품을 쓰는 건 불가능하죠. '문인' 중 한 사람이 된 게 그렇게 기쁜가요. 감투를 뒤집어쓰고 '요즘 청년은 조사 사용이 엉망이란 말이죠'하고 떠들어대니 구역질이 나올 거 같군요. '선생' 소리 듣는 게 그렇게 기쁜가요. 길거리 점술사도 선생님 소리는 듣지요. 세상이 명사 대접을 해주며 영화 시사회니 스모 경기에 초대받는 게 그렇게 그렇게 기쁜가요. 소설을 쓰지 않아도 명사 소리 듣는 법이야 얼마든지 있을 테죠. 특히 돈은 또 어떻습니까. 벌 방법이 어디 한두 개인가요. 입신출세라도 한 모양입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적의 비장한 각오는 어디 갔나요. 참 쫌스럽.. 2021. 12. 6. '만년'에 관해 - 다자이 오사무 "만년"은 제 첫 번째 소설집입니다. 이게 제 유일한 유작이 되리란 생각에 제목도 "만년"이라 지었습니다. 재밌는 소설도 두세 개 가량 있으니 한가하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 소설을 읽어 본들 당신의 생활은 조금도 편해지지 않습니다. 조금도 대단해지지도 않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는 별로 권할 수 없습니다. "추억" 같은 건 읽으면 재밌지 않을까요. 분명 대폭소할 겁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로마네스크" 같은 것도 우스꽝스럽고 엉망진창이지만 이건 조금 난잡하여 별로 권할 수 없습니다. 다음엔 단지 이유도 없이 재밌는 장편 소설을 써보겠습니다. 요즘 소설은 모두 재미없잖아요? 상냥하고, 슬프고, 우습고, 숭고하고 달리 뭐가 필요할까요. 애당초 재미없는 소설이란 못 쓴 소설입니다. .. 2021. 12. 5. 안두의 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코콘지츠모노가타리古今実物語 하나 오사카 화공 호쿠센의 저작 중에 코콘지츠모노가타리란 책이 있다. 전후 사 권, 작가가 직접 붓을 든 삽화가 섞여 있다. 딱히 희소한 책은 아니나 조금 독특한 정취가 있어 조금 소개해볼까 한다. 코콘지츠모노가타리는 기담 스물한 편을 수록한다. 기담은 괴담 같으나 사실은 조금도 괴담이라 할 수 없다. 이를테면 "유령 니가츠도의 우왕을 두려워하다"를 보라. "이마니시무라에 헤이에몬이란 돈 많은 백성이 있었는데 그 집의 시녀가 겉보기에 뛰어나고 마음도 착하니 주인인 헤이에몬이 이를 아꼈다. 그러나 헤이에몬의 아내는 질투가 많아서 이를 듣고 분노에 가슴을 태우며 시종을 몰래 부르더니 '그 여자를 죽여라, 잘 해내면 금은을 주마'하고 말했다. 남자도 당초엔 놀랐으나 본래 욕심이.. 2021. 12. 4.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