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은 제 첫 번째 소설집입니다. 이게 제 유일한 유작이 되리란 생각에 제목도 "만년"이라 지었습니다.
재밌는 소설도 두세 개 가량 있으니 한가하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제 소설을 읽어 본들 당신의 생활은 조금도 편해지지 않습니다. 조금도 대단해지지도 않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는 별로 권할 수 없습니다.
"추억" 같은 건 읽으면 재밌지 않을까요. 분명 대폭소할 겁니다. 그거면 됐습니다. "로마네스크" 같은 것도 우스꽝스럽고 엉망진창이지만 이건 조금 난잡하여 별로 권할 수 없습니다.
다음엔 단지 이유도 없이 재밌는 장편 소설을 써보겠습니다. 요즘 소설은 모두 재미없잖아요?
상냥하고, 슬프고, 우습고, 숭고하고 달리 뭐가 필요할까요.
애당초 재미없는 소설이란 못 쓴 소설입니다. 무서울 게 없어요. 재밌지 않은 소설은 착실히 거부하는 게 좋습니다.
다 재미없으니까요. 재밌으려 노력해도 도무지 재미없는 소설은 어쩐지 당신을 죽고 싶게 만들죠.
이런 말투가 얼마나 불쾌하게 들릴지 잘 압니다. 그야말로 남을 바보 취급하는 말투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제 감각을 속일 수 없습니다. 하찮아요. 이제 와서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격정의 끝에서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무표정. 저는 미소를 슨 가면을 섰습니다. 아뇨, 잔인한 부엉이가 되었습니다. 무서울 건 없어요. 저도 겨우 세상을 알았다, 그뿐입니다.
"만년"은 읽으셨나요? 아름다움이란 남에게 지정되어 느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혼자서 발견하는 겁니다. "만년"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지는 당신의 자유입니다. 독자의 황금권이죠. 그러니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모를 녀석은 때려도 모르는 법이니까요.
이걸로 이만 실례할까 합니다. 저는 지금 굉장히 재밌는 소설을 쓰고 있어서 반쯤 정신이 팔려 적었습니다. 용서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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