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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자작을 말하다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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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이제까지 내 작품을 이야기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내키지 않았다. 독자가 끝까지 읽었다면 그뿐이다. 작품집에 서문을 더하는 것마저 내키지 않는다.

 자심의 작품을 설명하는 건 작가가 지는 거라 생각한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나는 A란 작품을 만든다. 독자가 읽는다. 독자는 A가 재미없다고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뿐이다. 아니, 재밌는데 당신이 모르는 거다. 그런 항변은 성립되지 않는다. 작가는 더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마음에 안 들면 별 수 없단 뜻이다.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 되도록 정성 들여 썼을 터이다. 그럼에도 모르겠다면 조용히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친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나는 그 몇 안 되는 되는 친구에게도 내 작품을 해설한 적이 없다. 발표하더라도 구태여 말하지 않는다. 거기 쓸 때는 고생 좁 했지. 그런 말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감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겨웠던 이야기로 남을 압도해가며 의리뿐인 갈채를 받고 싶지는 않다. 예술이란 그렇게 남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지 싶다.

 하루에 서른 장은 어려움 없이 쓰는 작가도 있다고 한다. 나는 하루에 다섯 장만 써도 힘 꽤나 준 편이다. 묘사가 못나서 고생한다. 어휘가 빈약하니 펜이 무겁다. 글이 늦는 건 작가의 수치다. 한 장 쓰면서 두세 번은 사전을 조사한다. 잘못 쓴 건 아닌지 불안하다.

 자기 작품을 이야기하라.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나는 내 작품을 별로 높게 사지 않고 또 남의 작품도 그렇게 높게 사지 않는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걸 그대로 솔직히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곧 나를 미치광이 취급하리라. 미치광이 취급받고 싶지는 않다. 역시 나는 침묵해야 한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아아 빨리 한 장에 삼 엔 이상의 소설만 쓰고 싶다. 이래서야 작가는 쇠약해지기만 한다. 내가 처음으로 '분케이'에 창작을 판지 벌써 칠 년이 되었다.

 유행을 따르고 싶지는 않다. 또 유행될 리도 없다. 유행의 허무함도 알고 있다. 한 해에 창작집 한 권을 내서 삼 천 부 정도는 팔려줬으면 한다. 내가 이제까지 낸 열 권의 창작집 중엔 이천오백만 부가 최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작품은 영화화나 연극화될 여지가 없다. 그래서 우수한 작품이란 건 아니다. '죄와 벌'도 '전원교항악'도 '아베 일족'도 영상화가 되고 있다.

 '여자의 결투'의 영상화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자기 작품을 이야기하는 건 역시 내키지 않는다. 자기혐오로 한가득이다. '자식 이야기'를 해달라면 시가 나오야 정도의 달인이라도 조금 주저할 게 분명하다. 잘난 녀석은 잘난 대로 귀엽고 못난 녀석은 차라리 애처로워서 귀엽다. 그 둘 사이의 미묘함을 정확하게 남에게 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 걸 또 억지로 이야기하는 건 지독한 일이지 않은가.

 나는 내 작품과 함께 살고 있다. 나는 항상 작품 내에서 할 말을 다 하고 있다. 달리 하고 싶은 말은 없다. 그러니까 그 작품이 거절당하면 그뿐이다. 한 마디도 할 게 없다.

 나는 내 작품을 칭찬해주는 사람 앞에서는 극도로 왜소해진다. 그 사람을 속이는 것만 같다. 반대로 내 작품에 심한 매도를 던지는 사람은 예외 없이 경멸한다.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생각한다.

 

 이번에 카와데쇼보에서 신작만 모은 '여자의 결투'란 창작집이 출판되었다. 여자의 결투는 이 잡지(분쇼)에 반년 동안 연재되어 괜히 독자를 지루하게 만든 모양이다. 이번에 한데 엮어 책으로 만들게 되었으니 감상을 적아달라, 다른 작품도 같이 적어주면 좋겠다는 게 편집자인 츠지모리 씨의 당부였다. 츠지모리 씨께는 이제까지 신세만 졌다. 거절할 수가 없었다.

 새삼스레 감상이랄 것도 없다. 요즘에는 다음 창작에 한창이다. 친구 야마기시 가이시에게 편지를 받았다.('달려라 메로스'의 그 뜻은 신에게 통하고 '직소'의 그 애욕은 땅에 돌아갈 터이다.)

 카메이 카츠이치로 군에게도 편지를 받았다. ('달려라 메로스'를 다시 읽고 세 번 읽었다. 좋다. 걸작이다.)

 친구란 고마운 일이다. 한 권의 창작집 안에서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적출해준다. 야마기시 군도 카메이 군도 괜한 말을 하는 경박한 사람이 아니다. 두 사람이 이해해준다면 그걸로 됐다.

 자기 작품을 이야기하는 건 노작가가 된 후에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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