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만적인 촌뜨기라서 시인의 베레모나 비로드 바지를 보면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또 그 작품을 보아도 산문을 괜히 행을 바꿔 써 읽기 어렵게 만들고는 의미심장하게 꾸미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애당초 시인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곱게 보일 리도 없다. 검은 안경을 쓴 스파이는 스파이로 써먹을 수 없는 것처럼 소위 '시인답다'라는 허영의 히스테리즘은 문학의 불결함이라 생각했다. '시인답다'란 말에는 오싹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츠무라 노부오의 동료 시인들에게선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 대체로 평범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촌뜨기인 나에겐 그게 무엇보다도 듬직했다.
특히 츠무라 노부오는 나와 동년배기도 하고 다른 이유도 있어서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다. 츠무라 노부오와 알게 되어 십 년이 되었는데 언제 만나도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츠무라가 밝은 사람 같지는 않았다. 햄릿은 항상 웃고 있다. 또 돈키호테는 자신을 "울적한 얼굴의 기사"라 불러 달라고 종자한테 부탁한다. 츠무라의 가정은 소위 '좋은 집'인 듯하다. 하지만 좋은 집에는 또 좋은 집의 불쾌한 우울함이 있으리라. 특히 '좋은 집'에서 태어나 시를 쓴다는 건 묘하게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나는 츠무라의 웃는 얼굴을 보면 항상 그야말로 우울의 밑바닥에서 올라온 쓸쓸한 빛 같은 걸 느꼈다. 불쌍하다 여겨졌다. 잘 버티고 있다고 감탄했다. 나라면 성이라도 낼 법한데 츠무라는 얌전히 웃고 있다.
나는 츠무라의 삶을 본받으려 생각한 적마저 있다.
내가 츠무라를 생각하는 만큼 츠무라 또한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자아도취하고 싶지 않다. 나는 츠무라에게 꽤나 많은 폐를 끼쳤다. 그 시절엔 같은 대학생이었는데 고향 소바집에서 술을 먹다 계산이 어려워질 거 같아 츠무라에게 전화했다. 소바집 주인들에게 주머니 사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헬프! 헬프!"하고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츠무라에게는 전해졌다. 방실방실 웃으며 찾아왔다.
나는 그렇게 두세 번 가량 도움을 받았다. 잊을 수가 없다. 분명히 내 잘못이니 언젠가 사과해야지 싶었는데 노부오가 죽었단 속달을 츠무라의 형에게 받았다. 그때는 또 아내의 출산 탓에 일가가 코후에 가있던 참이었다. 속달을 본 게 며칠 뒤였기에 나는 고별식에도 또 동료 추도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운이 나빴다. 언젠가 홀로 묘를 찾아갈 생각이다.
츠무라는 분명 천국에 갔을 테지. 나는 죽으면 다른 곳에 갈 테니 이제 영원히 츠무라의 얼굴은 보지 못할 것이다. 지옥 밑바닥에서 "헬프! 헬프!"하고 소리쳐도 이제 츠무라는 오지 않을 터이다.
이제는 헤어져 버렸다. 나는 나카하라 츄야도 타치하라 미치조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츠무라만은 좋아했다.
'고전 번역 > 다자이 오사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작을 말하다 - 다자이 오사무 (1) | 2021.12.02 |
---|---|
같은 별 - 다자이 오사무 (0) | 2021.11.30 |
금주 - 다자이 오사무 (0) | 2021.10.11 |
하나의 약속 - 다자이 오사무 (0) | 2021.10.07 |
6월 19일 - 다자이 오사무 (0) | 2021.06.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