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난 사람에게 무관심할 수 있을까.
나는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는데 이 "마스"라는 잡지의 편집을 하는 미야자키 죠 씨 또한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다고 한다.
7, 8년도 더 된 일인데 나는 미야자키 씨께 편지를 받았다. 그에는 대강 다음 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음을 기억하고 있다.
문예연감을 통해 네가 메이지 42년 6월 9일생인 걸 알았다. 정말 기묘한 느낌이다. 실은 나도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다. 이 신비한 합치를 이제까지 몰랐다니 아쉬운 일이다. 마시자. 네 형편 좋은 날을 가르쳐달라. 나는 시인이다.
그런 내용의 편지를 받은 나는 꿈이라도 꾸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단언해도 좋을 거 같은데 메이지 42년에 태어나 행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별이다. 심지어 6월, 심지어 19일.
죄란 태어난 시각에 있다.
스스로의 도리 없는 심정을 나는 자신이 태어난 시각에 귀착시키려 한 적마저 있다.
그 무서운 날에, 라느니. 그런 '무서워해야 할', 라느니. 고작 흔해 빠진 형용으로 가볍게 정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거울을 마주하여 상의 수를 세보는 절망과 비슷한 어려운 형용사가 필요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날 태어난 시인과 같이 술을 마시는 게 지독히 주저되었다.
결과는 청량했다. 만나 보니 이 미야자키 죠 씨란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이었다. 순수하다란 형용 또한 굉장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성실하다 바꾸어도 여전히 마음에 걸린다.
어찌 되었든 나는 미야자키 씨와 만나 구원을 받은 구석이 있었다. 구원받다. 그런 말도 참 경박하긴 하지만 나는 미야자키 씨가 별 탈 없이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잘 지내시길. 하고 천만의(이것도 영 걸리지만) 기도를 보내 미야자키 씨께 말해주고 싶다.
이번에 잡지를 내신다 들었는데 이제까지처럼, 이제까지처럼 당신 살던 대로 살아주시길. 후략.
쇼와 21년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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