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어떤 충고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1. 12. 6.
728x90
반응형
SMALL

 "작가의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작품에도 드러나는 거지요. 속이려 해도 쉽지 않아요. 생활 이상의 작품은 쓰지 못하는 거죠. 느슨히 생활하면서 좋은 작품을 쓰는 건 불가능하죠.
 '문인' 중 한 사람이 된 게 그렇게 기쁜가요. 감투를 뒤집어쓰고 '요즘 청년은 조사 사용이 엉망이란 말이죠'하고 떠들어대니 구역질이 나올 거 같군요. '선생' 소리 듣는 게 그렇게 기쁜가요. 길거리 점술사도 선생님 소리는 듣지요. 세상이 명사 대접을 해주며 영화 시사회니 스모 경기에 초대받는 게 그렇게 그렇게 기쁜가요. 소설을 쓰지 않아도 명사 소리 듣는 법이야 얼마든지 있을 테죠. 특히 돈은 또 어떻습니까. 벌 방법이 어디 한두 개인가요.
 입신출세라도 한 모양입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할 적의 비장한 각오는 어디 갔나요.
 참 쫌스럽지 않습니까. 거들먹거리고 있죠. 뭐라도 썼다 이건가요. 주위가 평가하길 당신의 심경이 드디어 물이 올랐답니다. 아하하. 가정의 행복이라. 처자식이 있는 게 어디 당신 하나입니까?
 뻔뻔해요. 요즘 들어 아주 색이 바래버렸어요. 만요슈를 읽고 있다 했었죠. 독자를 속이면 못쓰죠. 거만해져서 사람을 얕보면 전부 다 밝혀 버릴 겁니다. 제가 모를 거 같나요.
 책임이 무거운 겁니다. 아시겠어요? 하루하루 책임이 무거워지고 있어요. 좀 더 제대로 괴로워합시다. 제대로 생활하려 노력합시다. 내일의 생활 계획보다는 어제에 몰두하는 열정이 중요한 겁니다. 전장에 간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정직이란 어느 시대나 미덕 아니겠습니까. 속이려 해본들 소용없어요. 내일의 훌륭함을 각오하느니 어제의 보잘것없는 헌신이 지금 필요한 겁니다. 당신의 책임은 가볍지 않아요."
 어떤 시인이 제 집에 와서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술에 취해 있지 않았습니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