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향수 - 다자이 오사무 나는 야만적인 촌뜨기라서 시인의 베레모나 비로드 바지를 보면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또 그 작품을 보아도 산문을 괜히 행을 바꿔 써 읽기 어렵게 만들고는 의미심장하게 꾸미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애당초 시인이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곱게 보일 리도 없다. 검은 안경을 쓴 스파이는 스파이로 써먹을 수 없는 것처럼 소위 '시인답다'라는 허영의 히스테리즘은 문학의 불결함이라 생각했다. '시인답다'란 말에는 오싹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츠무라 노부오의 동료 시인들에게선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 대체로 평범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촌뜨기인 나에겐 그게 무엇보다도 듬직했다. 특히 츠무라 노부오는 나와 동년배기도 하고 다른 이유도 있어서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다. 츠무라 노부오와 알게 되어 십 년이 되었는데.. 2021. 11. 27. 사이고 타카모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는 나보다 두세 해 전에 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혼마 씨의 이야기다. 혼마 씨가 흥미로운 유신사 논문 두어 개의 저자라는 건 알고 있는 사람도 많으리라. 나는 작년 겨울 카마쿠라로 이사하기 대략 일주일 전에 혼마 씨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가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내용은 아직도 내 머리서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이야기를 쓰는 걸로 새소설 편집자에게 줄 내 기고를 완성시키려 한다. 물론 이는 "혼마 씨의 사이고 타카모리"라 해서 친구나 지인 사이에선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이 이야기도 어떤 사회에는 의외로 알려져 있을지 모른다. 혼마 씨는 이 이야기를 할 때에 "진위 판단은 각자 자유롭게 하세요"하고 말했다. 혼마 씨마저 주장하지 않으니 나는 물론 주장할 필요.. 2021. 11. 26. 존중해줘야 할 곤란한 사람――다자이 오사무 - 사토 하루오 '푸른 꽃'에 드러난 얼핏 동화풍이면서 내부에는 근대인의 자기분열과 정신박약의 자기반성을 동반한 현실감을 바람처럼 자연스레 묻어나게 하며 골격에 잘 담은 걸 발견한 건 일 년도 더 된 일이다. 이제 제목은 떠오르지 않아도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인 것만큼은 인상에 강하게 남았다. 같은 작가의 이름을 분게이서 보고 곧장 읽어 보니 이전 번엔 털실을 푸는 듯한 문체였던 반면 금속적 느낌이 드는 지독히 교묘한 엽편소설 세 개를 모아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스며 드는 듯한 현실감은 이전과 일맥상통하여 외견은 달라졌어도 같은 작가의 것이라 연결 지을 수 있었다. 다시 분게이순슈에 서평을 쓰던 나는 이 작가와 이 작품에 한 마디를 남기고 싶었으나 작품이 아직 낟알이 작고 작가의 풍채가 내 취향에 들어맞는 게 아닐.. 2021. 11. 25. 타니자키 문학의 대표작 '세설' - 사토 하루오 타니자키 문학의 특징은 느긋하면서도 풍부한 풍격의 중후함에 있다. 마치 탄탄한 도심의 큰 길을 가는 것만 같다고 해야 할까. 이 특징은 초기 작품에서도 잘 드러났으나 대성한 모습을 드러낸 게 이 세설이지 않을까. 이 중후하면서도 거창한 것에 더욱이 세밀함을 더해 정말로 뛰어난 작품을 이뤄냈다. 이는 작가가 겐지모노가타리의 현대어 번역을 통해 본래의 좋은 자질 위에 고전의 뼈대란 좋은 비료를 더해 이뤄낸 작품이다. 그러니 이만큼 부족함 없는 작품이 가능했으리라. 고전적인 진정된 분위기와 근대풍의 사실이 잘 뒤섞여 정말로 좋은 풍자와 좋은 양식을 이룬 듯하다. 이상 타니자키 문학의 좋은 점만 꼽아 보았다. 세설이 그만큼 타니자키 문학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니자키 문학도 전체적으.. 2021. 11. 24. 유혹――어떤 시나리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 천주교도의 낡은 달력 중 한 장, 그 위에 보이는 건 이런 문자이다―― 탄생하신지 천육백삼십사 년. 세바스치안세바스찬 기록하다. 이 월. 작은 달. 이 월 육 일. 산타 마리야처녀 마리아가 수태하신 날. 이 월 칠 일. 도미이고domingo, 주일. 삼 월. 큰 달. 오 일. 도미이고, 후란시스코Francesco. 십이 일. …………… 2 일본 남부의 어떤 산길. 커다란 녹나무 가지 너머로 동굴 하나가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꾼 둘이 산길 아래로 온다. 나무꾼 하나는 동굴을 가리키며 다른 한 명에게 무어라 말한다. 두 사람은 십 자를 긋고는 동굴을 향해 크게 예배한다. 3 이 커다란 녹나무 가지. 꼬리가 긴 원숭이 한 마리가 가지 위에 앉은 채로 가만히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 위에는 .. 2021. 11. 23. 다이쇼 12년 9월 1일 대지진에 관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대지진 잡기 하나 다이쇼 십이 년 팔 월, 나는 일유정과 가마쿠라에 가서 히로나야 별장의 손님이 되었다. 우리방 처마 끝에는 덩굴시렁이 이어져 있었다. 또 덩굴시렁 잎 사이로 힐끔힐끔 보라색 꽃이 보였다. 팔 월의 등나무 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뿐일까. 화장실 창문으로 뒤뜰을 보면 수없이 겹친 황매화 나무도 꽃을 달고 있다 황매화 나무 향하는 햇살 담은 당목 지팡이 일유정 (주, 일유정은 당목 지팡이를 짚고 있다.) 또 신기한 건 작은 정원 연못에 붓꽃과 연꽃이 서로 겨루기라도 하듯이 피어 있었단 점이다. 잎이 갈라진 연꽃잎과 활짝 핀 붓꽃이구나 일유정 등나무, 황매화, 붓꽃이 모이니 이게 참 예사 일이 아니다. "자연"서 발광할 기미가 보이는 건 의심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나는 그 후로 누굴 .. 2021. 11. 22.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