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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분신 같은 사람 - 사토 하루오 호리구치 다이가쿠는 에치고나가오카의 번토 집안서 아버지 쿠마이치가 도쿄 제국 대학서 유학 중에 혼고의 거처서 태어났다고 한다. 나와 같은 메이지 25년생인데 그는 1월이고 나는 4월이라 나보다 백 일은 더 살았다. 둘이 나란히 열아홉일 적의 어떤 날에 신시샤의 우타카이서 만난 게 첫 대면으로 요사노 아키코 씨의 소개를 받아 교우를 맺었다. 그 후로 사십칠 년 동안 함께 좋은 농담 나쁜 농담 섞어가며 담소를 기뻐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싸운 적 없는 막역한 친구이며 내 분신이란 느낌도 든다. 이 오랜 교우는 전적으로 그의 너그러운 성미에 이유를 둔다. 노녀에 이르러 그 시와 작품이 점점 가경에 들어서는 건 그가 타고난 시인이란 증명이리라. 소년일 적부터 동문끼리 시를 쓰고 마찬가지로 카후 선생님을 흠모하여.. 2021. 11. 15.
철사 세공 시 - 사토 하루오 "철사 세공으로 시를 지어라." ――이 말은 내가 아끼는 친구 호리구치 다이가쿠가 일반 시인에게 한 충고였다. 또 근대시의 창작에 대한 선언처럼도 느껴진다. 소위 감상적인 시정을 내려놓고 드라이한 시를 추구한 말이지 싶다. 그렇게 그는 감상의 들판서 시의 꽃을 꺽지 않고 지성의 산에서 시의 돌을 찾았다. 그의 대담한 뜻은 민감하지 않은 나도 모르지는 않는다. 시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지성을 도입해야 마땅치 싶다. 하지만 곤란하게도 우리가 우리의 시의 소재로 쓰는 일본어란 철사가 아니라 견사이지 않은가. 일본어는 참으로 광택이 풍부하며 유연성이 뛰어나 한 마디 한 마디에 부드러운 심정이 담긴 감정이 세심한 말이다. 이는 즉 철사성이 빈곤한 말이란 뜻이 되지 않을까. 호리구치 군이 우리에게 그 좋은 충고를.. 2021. 11. 14.
소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크리스마스 작년 크리스마스 오후, 호리카와 야스키치는 스다쵸의 구석에서 신바시행 승합자동차를 탔다. 그의 자리는 있었으나 자동차 안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만원이었다. 그뿐 아니라 지진 후 도쿄의 길거리는 자동차를 모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야스키치는 오늘도 평소처럼 주머니에 넣어둔 책을 꺼냈다. 하지만 카지쵸에도 이르지 않은 사이에 기어코 독서만은 단념했다. 이 안에서도 책을 읽으라는 건 기적을 행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적은 그의 직업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원광을 두른 과거의 서양 성자의――아니, 그의 옆에 앉은 가톨릭 선교사는 눈앞에서 기적을 행하고 있다. 선교사는 모든 걸 잊은 것처럼 작은 서양 문자가 적힌 책을 읽고 있다. 나이는 벌써 쉰은 되었으리라. 철 테두리의 코안경을 쓴 닭.. 2021. 11. 13.
신구 - 사토 하루오 내 고향은 쿠마노의 중심인 신구新宮의 한 마을이다. 신미야나 니미야라고 말하면 사람들한테 웃음을 살 테고 나로서는 고향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고향문을 떠난 지 오십 년이 되었으니 고향의 신년이란 즉 내 유년 시절의 신년이란 셈이다. 천하는 태평했고 소년은 즐거웠다. 우물 펌프의 약수로 척척 얼굴을 씻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남자 형제 셋이 모여 별을 올려다보며 하얀숨을 내쉬고 집의 뒷산인 미즈노 씨 삼만육천오백석의 단카쿠성, 소위 오키미성의 니노마루 뒤에서 태평양 위에 떠오르는 태양을 본다. 붉은 파도가 올라오는 건 신년에 걸맞은 활동적인 구경거리로 이를 보는 게 신년을 맞이한 우리집의 연레행사였다. 눈앞에는 깃발을 수없이 나부끼는 배가 많이 모여 있었다. 과거 쿠마노가와의 강입구에는 나루터가 자리해 있.. 2021. 11. 12.
행복 속에서 - 사토 하루오 이게 여섯 번째 연남일까. 앞으로 두 번 정도는 더 해도 될 거 같지만 세 번은 어려울지 모르겠다. 메이지 25년 임진 4월 9일은 얼마나 복이 많은 날이었는가. 나는 삼라만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이 주어졌고 또 스승이나 벗, 가족 모두의 애정 속에서 살 수 있었던 건 내가 생각해도 어지간히 행복한 처지지 싶다. 작년은 우연히도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했으니 올해는 꽃을 충분히 보고 싶다. 또 달이나 눈, 그 외에 살아서 봐야 하고 즐겨야 할 것도 많다. 행복하기에 좀 더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언제 죽어도 아쉬울 게 없지 싶다. 수많은 습작을 종잇짝 산에 묻어버린 늙은 나는 이는 올해 주제인 "종이"에 곤란해 입으로 읊어 본 것인데 사실 나는 별로 종잇짝을 만드는 편도 아니고 또 자신.. 2021. 11. 11.
사람 제각기의 고생 - 사토 하루오 늙으면 추해진단 말이 있는데 나는 옛날부터 그 말을 무척 싫어했다. 지독히 유치한 관념적인 말로 노인을 무조건 주눅 들게 하는 짓궂은 정치적 치사함이 담겨 지독히 순수하지 못한 점에서 무엇보다도 멍청한 말인 게 싫다. 늙는 게 추하다면 소년도 장년도 인간은 모두 처하리라. 청춘이나 장년만이 아름다움처럼 여겨지는 건 통속적이고 유치한 관념이다. 소년과 장년에 아름다움이 있다면 노년에게도 아름다움은 있으리라. 노년의 아름다움은 소년과 장년의 아름다움과 조금 종류가 다르리라. 이를테면 백발 머리도 그렇다. 그것도 꽤나 아름답다. 그런 걸 소년과 장년의 미의 척도로 보니 추해질 뿐이다. 나는 노년만이 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삶도 죽음도 별달리 추하다 여기지 않는 탓인지 늙음이 죽음을 향해 휘청이며 가는 추.. 2021.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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