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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넥타이와 지팡이 - 사토 하루오 넥타이와 지팡이. 나는 그런 물건의 애호가가 아니다.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든 건 천하의 가십이다. 가십에 따르면 나는 삼천 개의 넥타이를 지니고 있다 한다! 잘 생각해 보라. 하나에 오 엔이라 치고 삼천 개면 일만 오천 엔이다. 나는 불행히도 그만큼이나 철저히 비상식적이지 않다. 넥타이 삼천 개란 사실 백발 삼천 개처럼 수많다는 뜻일지 모른다. 그럼 나는 실제로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세어 본 적은 없으나 고작해야 서른 개나 마흔 개. 물론 나는 어떤 것이든 수집하는 취미가 일체 없다――없었다고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조금이나마 수집가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더라도 나는 수집하기보다는 놓아주는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니 나는 넥타이도 꽤나 많이 놓아주었다. 즉 남.. 2021. 11. 3.
그 시절의 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하는 소설로 부를만한 종류는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고 뭘로 불러야 하는가 하면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나는 단지 네다섯 해 전의 자신과 그 주위를 되도록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써보았다. 따라서 나 혹은 우리의 생활이나 그 심정에 관심이 없는 독자에겐 재미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그 걱정을 밀고 가면 결국 어느 소설도 마찬가지니 그 사실에 마음을 편히 먹고 발표하기로 했다. 참고로 있는 그대로라 해도 사건의 배열은 반드시 있는 그대로는 아니다. 단지 사실 그 자체만이 대부분 있는 그대로란 걸 덧붙여둔다. 하나 십일 월의 어느 맑은 아침이었다. 오랜만에 갑갑한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니 정문 앞에서 역시나 교복을 입은 나루세와 만났다. 내가 "안녕"하고 말하니 나루세도 "안녕"하고 답했다. .. 2021. 11. 2.
우노 코지 군을 생각한다 - 사토 하루오 21일 오후 11시경, 이미 자리에 누워서 막 잠에 들려던 나는 두 신문사 손에 일어나 우노 군의 타계 소식에 놀랐다. 우노 군이 일 년 전부터 병으로 누운 건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본래 끈기 좋은 장건한 체질이며 이따금 병상에 눕다가도 곧장 기운을 차리는 우노 군도 알고 있었으니 그 재기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병상을 찾지 않는 사이에 우노 군을 잃은 내가 단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예술원의 가을 회합에는 반드시 참가하리라 믿고서 신규 회원의 선정 등을 전화로 이야기한 게 한 달 전 일이었던가. 그때도 고용인 이야기로는 병상은 그리 걱정스럽지 않고 단지 다리가 조금 불편할 뿐이라서 전화도 받기는 받았던 것이다. 목소리도 기운찼고 말하는 것도 분명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 2021. 11. 1.
천성 시인 - 사토 하루오 내게 '시인 바보'란 말이 있다. 시인은 보통 속세 사람으로선 무능력하지만 그 때문에 사람은 순진무구하다. 하늘은 그런 무구함을 보호할 생각으로 시인에게 속세적 재능을 주지 않았단 설이다. "시는 다른 재능이다"란 옛사람의 말도 같은 뜻일까. 이러한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람으로 나는 항상 무로우 사이세이 군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즉 내가 생각하는 천성 시인의 전형이다. 스스로 능력이 없다 말하는 그는 능력이 있네 없네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이란 생활 형태하고는 전혀 동조하지 못하는 야생아이다. 시인의 천직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진 로봇화한 인간 사회에 인간 본연의 원시적인 창조주의 창조 그 자체를 보존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천성 시인은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이 천성 시.. 2021. 10. 31.
그림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코하마. 닛카요코日華洋行의 주인 친사이는 책상에 정장을 입은 두 팔꿈치를 얹고서 불이 꺼진 담배를 물은 채로 오늘도 가득 쌓인 장사용 서류에 바쁜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친즈 커튼이 걸린 방 안은 여전한 잔더위의 적막함에 갑갑할 정도로 지배되어 있었다. 그 적막을 깨는 건 니스 냄새가 나는 문 너머서 이따금 들려오는 희미한 타자기 소리 뿐이었다. 서류가 일단락된 후, 친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이 탁상 전화 수화기를 귀에 얹었다. "우리집에 걸어주게." 친의 입술에서 나온 말은 묘하게 저력이 담긴 일본어였다. "여보세요?――할멈?――와이프 좀 바꿔주게――후사코니?――나 오늘 밤 도쿄에 가야 해――그래, 거기서 자고 올 거고――못 오냐고?――도무지 기차 시간에 맞을 거 같지 않네――그럼 부탁할게――뭐.. 2021. 10. 30.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집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목차 자색 벌벳/오동/장미/객중연/젊은 사람/모래 위 늦은 해 자색 벌벳 부드러운 짙은 자색의 벌벳을 쓰다듬는 마음이 봄을 저물게 하네 제비도 바삐 날아가게 하는 우편 마차 젖히는 봄비 붉은 기후 제등 들어와 둘로 뒤엉키는 봄 저녁(메이지좌 3월 쿄겐) 광대의 붉은 웃옷에 먼지 향 스미는 늦봄이랴 봄은 어지럽게 져간다. 무희의 금색 소매에 봄은 져간다 봄을 새어나가는 물이 울리는 건 무희가 두드린 북 때문일까(교토여정) 짝사랑하는 나의 세상 슬픈 히아신스야 옅은 보라색으로 향을 뿜는구나 사랑하고 젊으면 장미 향이 이렇게나 느껴지는가 밀밭의 연둣빛 겨자 꽃 피는 오월의 하늘에 산들바람 불게 하네 오 월이 오지 않아 잊힌 풀도 내 사랑도 지금 희미하게 향을 풍기네 밀을 베는 냄새에 눈도 노랗게 물드는 들판 ..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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