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멧도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천팔백팔십 년 오 월 며칠의 저녁이다. 2년 만에 아스나야 폴랴나를 찾은 Ivan Turgenyef는 주인인 Tolstoi 백작과 함께 바론카강 너머의 잡목림에 도요새 사냥을 나갔다. 사냥 일행 중에는 이 두 늙은이 이외에도 아직 젊음을 잃지 않은 톨스토이 부인이나 개를 끄는 아이들이 더해졌다. 바론카강으로 향하는 길은 대부분 밀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몰과 함께 불어온 미풍은 그 보리잎을 흔들며 조용히 흙냄새를 옮겨왔다. 톨스토이는 총을 어깨에 짊어진 채로 선두서 걸었다. 그리고 이따금 뒤를 돌아보고는 톨스토이 부인과 걷고 있는 투르게네프에게 말을 걸었다. 그때마다 "아버지와 아들"의 작가는 살짝 놀란 듯이 눈을 뜨며 기쁜 투로 매끄러운 대답을 했다. 때로는 또 폭이 넓은 어깨를 흔들며 갈라진 웃음소.. 2021. 10. 12. 금주 - 다자이 오사무 술을 끊으려 한다. 요즘 술은 인간을 비굴하게 만드는 듯하다. 과거에는 술을 통해 소위 활력을 길렀다는 모양인데 요즘은 단지 정신을 얄팍하게 만들 뿐이다. 요즘 들어선 술을 미워하는 지경이다. 만에 하나 금주를 할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술잔을 박살 내야 한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정신이 얼마나 인색해져 있는가. 한 병의 배급주에 열다섯 개의 눈금을 긋고 매일 한 눈금씩 마시고 이따금 지나쳐 두 눈금이라도 마시면 곧장 한 눈금치 만큼의 물을 붓고는 병을 눕혀 흔들어 술과 물의 화합 발효를 꾀하고 있으니 정말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배급 나온 540ml 가량의 소주에 질 나쁜 녹차를 한가득 넣고 그 갈색 물을 작은 잔에 붓고는 이 위스키엔 찻기둥이 서있군, 유쾌해 하고 허세를 부리며 호쾌하.. 2021. 10. 11. 속 징강당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나츠메 선생님의 글씨 내게도 이따금 나츠메 선생님의 글씨를 검정해달라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 안광으로는 도무지 분명히 검정할 수 없다. 단지 새빨간 위작만은 저절로 정체를 드러내준다. 나는 요즘 그런 가짜 중에서 결코 위작이라 생각할 수 없는 부채 하나를 만났다. 확실히 이 부채에 적힌 구는 소세키란 이름은 붙어 있어도 나츠메 선생님이 쓴 게 아니다. 하지만 또 구나 글씨체를 보면 나츠메 선생님의 위작을 만들기 위해 쓴 게 아닌 것도 확실하다. 이 소세키란 누구인가? 태백당 삼세 무라타 토린 또한 첫 호가 소세키였다. 하지만 내가 본 부채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그 위작 아닌 위작이라 불러야 할 부채의 필자를 정말이지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참고삼아 말한다. 나츠메 선생님의 글씨도 근.. 2021. 10. 10. 징강당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타이가의 그림 나는 요즘 타이가의 그림이 가지고 싶다. 하지만 그건 타이가기만 하면 돈을 아끼지 않는단 말은 아니다. 고작해야 오십 엔 정도의 한 폭을 구하고 싶을 뿐이다. 타이가는 대단한 화가이다. 과거에 타카쿠 아이가이는 무일푼의 곤경에서도 한 폭의 타이가만은 놓지 않았다. 그런 영령한의 붓을 통해 이루어진 그림은 몇백 엔이라도 비쌀 게 없다. 그런 걸 오십 엔으로 깎으려 드는 건 내게 돈이 얼마 없는 슬픔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가의 그림을 생각하면 설령 오백만 엔을 내든 나처럼 오십 엔을 내든 저렴한 건 매한가지일지 모른다. 예술품의 가치를 우표나 지폐로 환산할 수 있다 생각하는 건 지독한 속물뿐이다. Samuel Butler가 쓴 글에 따르면 그는 항상 "질 좋고 잘 보관된 사십 실링 정도의.. 2021. 10. 9. 시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느 봄의 늦은 오후입니다. 시로란 개는 땅에 코를 얹고서 조용한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좁은 거리의 양옆에는 싹이 돋은 나무 울타리가 이어져 있고 그 울타리 사이서는 힐끔힐끔 벚꽃도 피어 있습니다. 시로는 울타리를 따라 불쑥 뒷골목으로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몸을 돌리다 마치 깜짝 놀라기라도 한 것처럼 불쑥 멈춰 섰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 뒷골목의 십 미터 언저리에는 시루시반텐을 입은 개장수 하나가 함정을 뒤에 숨은 채로 한 검은 개를 노리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검은 개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개장수가 던져 준 빵을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로가 놀란 건 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잘 모르는 개라면 또 모를까 지금 개장수가 노리는 개는 옆집이 기르는 쿠로였으니까요. 매일 아침 얼굴을.. 2021. 10. 8. 다이도지 신스케의 반생 - 어떤 정신적 풍경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혼죠 다이도지 신스케가 태어난 건 혼죠의 에코인 부근이었다. 그의 기억에 남은 것 중에 아름다운 거리는 하나도 없었다. 아름다운 집도 하나도 없었다. 특히 그의 집 주변은 아나구라다이쿠나 다가시야 같은 낡은 도구점만이 줄지어 있었다. 그러한 집들과 접한 길은 매일 같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더군다나 그 길의 막다른길은 오타케구라의 커다란 도랑이 자리해 있었다. 남경마름이 떠다니는 도랑은 항상 악취를 내뿜었다. 그는 물론 그런 거리에 우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혼죠 이외의 거리는 더욱 불쾌하게 느껴졌다. 민가가 많은 야마노테를 시작으로 깔끔한 상점이 줄지은 에도에서 이어져 온 변두리도 어쩐지 그를 압박했다. 그는 혼고나 니혼바시보다 되려 쓸쓸한 혼죠를――에코인을, 코마도메바시.. 2021. 10. 7.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