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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점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오사가리 오늘은 오사가리다. 물론 사이지키를 찾아보니 이튿날은 오사가리라 안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봉래를 장식한 2층서 보면 역시 마음만은 오사가리다. 아래서는 갓난아기가 울고 있다. 혀에 종양이 생겼다는데 아감창이 생기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싶다. 가만히 코타츠 안에 들어가 "츠즈라후미"를 읽어도 마음은 어느 틈엔가 그 우는소리를 따라가곤 한다. 우리 집은 순거가 아니다. 속세의 괴로움은 오사가리인 오늘도 거리낌 없이 나를 어렵게 한다. 과거에 어느 오사가리 날, 방에서 누나나 누나 친구들과 하고를 가지고 논 적이 있다. 그 동료 중에는 나 이외에도 나보다 몇 살인가 많은 얌전한 소년이 섞여 있었다. 그는 그 자리의 소녀들과 나란히 사이가 좋았다. 그런 상황서 하고를 떨어트리면 하고이타를 양보하는 규칙.. 2021. 10. 22.
한 줌의 흙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오스미가 아들과 사별한 건 찻잎을 떼기 시작할 즘이었다. 아들 니타로는 여덟 해 가량을 앉은뱅이나 다름 없이 자리에 누워 있었다. 그런 아들이 죽은 건 "내세에 복을 받을 거다"란 말을 듣는 오스미에게도 마냥 슬픈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오스미는 니타로의 관 앞에서 향을 하나 올릴 적에는 어찌 됐든 아사히나의 긴 동굴 따위를 겨우 빠져 나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니타로의 장례식이 끝난 후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건 며느리인 오타미였다. 오타미에겐 남자 아이 하나가 있었다. 그런 데다가 누워 있던 니타로를 대신하여 밭일의 태반을 해주었다. 그런 상황에서 집을 나서면 아이를 돌보는 게 어려워지는 건 물론이요 생활조차 꾸려낼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하물며 사십구 재도 있으니 오타미에게 새남편을 주.. 2021. 10. 21.
'망춘시집'에 - 사토 하루오 오늘 아침 무로우 군의 편지를 머리맡에 받아서 몸도 일으키지 않고 펼쳐 보니 망춘시집에 서문을 써달라고 한다. 읽으면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어떤 대화이다. 그건 불과 일주일 전에 나를 찾은 어떤 사람과 내가 나눈 것이다―― "저번에 무로우 씨를 찾아서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직접 시를 칭찬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 시를 칭찬하는 건 자기 소설엔 감탄하지 못 했다는 말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런 나쁜 지혜는 선생님이 주신 거 아닙니까?" "아니, 나는 무로우 군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하지만 기다려달라. 내가 오 월에 그와 만났을 때 '신조'에 오른 그의 신작 시를 칭찬하며 그게 진짜 네 것이다. 네 소설의 전부를 보느니 그 시 중 한 편을 읽는 게 너를 한 층 더 친하게 접하는 일이다――그런 .. 2021. 10. 20.
루시헤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천주초성세계하느님께서 처음으로 세계를 만들 때 수조삼십육신함께 서른 여섯 신을 만드셨다 제일거신가장 높은 신을 운로제아루시헤루라 한다 (중략) 자위지여천주등그는 스스로 말하길 자신이 하늘과 같다고 했다. 천주노이폄지옥하느님께서 이에 분노하셔 지옥에 떨어트리셨다. (중략) 로제수입지옥수고루시헤루는 지옥에서 고통받는다. 이일반혼신작마귀유행세간하지만 절반의 혼은 신이기에 마귀가 되어 세상에 내려와 퇴인선념사람에게서 선함을 앗아간다고 한다. ―좌벽제삼벽열성문애유락답허대수어― 하나 파데우스破提宇子라는 천주교를 논리적으로 비난한 책은 아는 사람도 적지 않을 터이다. 이는 겐나 6년, 카가의 파비안이란 자가 쓴 책이다. 파비안은 당초 남만절에서 살던 천주교도였으나 그후 모종의 사정으로 DS 여래를 버리고 불문으로 귀.. 2021. 10. 16.
말 다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노 한자부로란 남자이다. 아쉽게도 대단한 남자는 아니다. 베이징 미츠비시에 근무하는 서른 전후의 회사원이다. 한자부로는 상과 대학을 졸업한 후 두 달째에 베이징에 오게 되었다. 동료나 상사의 평가는 별반 좋다고 할 수 없다. 단지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평범한 게 한자부로의 풍채와 똑 닮았다.또 하나 덧붙이자면 한자부로의 가정생활과 똑 닮았다. 한자부로는 삼 년 전에 어떤 아가씨와 결혼했다. 아가씨 이름은 츠네코였다. 이 또한 아쉽게도 연애 결혼은 아니다. 어느 친척 노부부에게 중매를 부탁한 중매결혼이었다. 츠네코는 미인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또 물론 추악하다가도 할 수 없었다. 단지 둥글게 부풀어 오른뺨은 항상 미소 짓고 있었다. 펑톈에서 베이징으로 오는 도중 침대차서 빈대.. 2021. 10. 15.
도조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텐노지 별당, 도묘 아자리는 홀로 슬쩍 마루서 빠져나와 경상經床 앞에 앉더니 그 위에 놓인 법화경 8권을 등불 아래에 펼쳤다. 등불의 불은 꽃과 같은 모양을 맺으며 나전 경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귀에 들어오는 건 키쵸 너머에 누워 있는 이즈미 시키부의 숨소리리라. 봄밤의 조시는 마냥 조용해서 쥐 우는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아자리는 하얀 비단 테두리를 두른 방석에 앉아 시키부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작은 소리로 조용히 법화경을 읽었다. 그게 이 남자의 습관이었다. 다이나곤 후지와라노미치츠나의 아이로 태어나 텐다이자스 지에 대승정의 제자로 자랐지만 삼업의 수행도 하지 않았고 오계도 지녀 본 적이 없다. 아니 되려 "하늘이 내려준 건 호색 밖에 없다"는 Dandy 계급에 속할 법한 생활마저 계속하고 있다... 202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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