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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집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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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자색 벌벳/오동/장미/객중연/젊은 사람/모래 위 늦은 해


자색 벌벳


부드러운 짙은 자색의 벌벳을 쓰다듬는 마음이 봄을 저물게 하네

제비도 바삐 날아가게 하는 우편 마차 젖히는 봄비


붉은 기후 제등 들어와 둘로 뒤엉키는 봄 저녁(메이지좌 3월 쿄겐) 

광대의 붉은 웃옷에 먼지 향 스미는 늦봄이랴

봄은 어지럽게 져간다. 무희의 금색 소매에 봄은 져간다

봄을 새어나가는 물이 울리는 건 무희가 두드린 북 때문일까(교토여정)

짝사랑하는 나의 세상 슬픈 히아신스야 옅은 보라색으로 향을 뿜는구나

사랑하고 젊으면 장미 향이 이렇게나 느껴지는가

밀밭의 연둣빛 겨자 꽃 피는 오월의 하늘에 산들바람 불게 하네

오 월이 오지 않아 잊힌 풀도 내 사랑도 지금 희미하게 향을 풍기네

밀을 베는 냄새에 눈도 노랗게 물드는 들판 속 장미 그 그림자 속 여름날의 사랑

유녀의 얕은 사랑보다 제비붗꽃의 옅은 보라색 향에 물들겠노라






오동 (To Signorina Y. Y.)


너를 그리다 보니 다시 오동 꽃 피는 날이 되었네

너와 다시 만나 인사를 할 때마다 쇠약해지는 아버지

히로시게의 낡은 판화의 촉감도 잊히기 쉬운 너와 닮았을까

여느 때보다 더 슬픔을 담은 오동 꽃도

병실 창문에 기르는 붉은 새가 되어 너를 그리네

저녁이 되면 아타고 호텔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나의 슬픔을 떠오르게 하는구나

풀색의 휘장 그림자에 불을 붙인 채 우는 아이야 무슨 생각을 하느냐

약 냄새도 차갑게 하는 건 병실 창문에 핀 사프란 꽃

파란 초크로 ADIEU라 벽에 적고 사라진 아이의 행방불명도

그날로 소식 불명이 된 풍소의 아이를 나무라는 것 같네

사랑스러운 오동꽃의 향이 슬쩍 찾아오는 걸 어떻게 해야 할까
 

(4・9・14)







장미


마른 장미를 둘루어 보내는 듯한 사랑의 체야逮夜

향료를 뿌린 바닥에서 사랑의 관에 덮어주는 것 하나 없네

향 좋은 비단 베개 장미색 깃털을 두른 묘 

밤이 깊어지면 길거리의 사람과 섞이지 않는 우리의 우는 여자야

그 밤부터 창부처럼 색을 찾은 그 몸에선

우리의 다리에 기름을 뿌리는 사람마저 자식으로 이루었는가.(사원에서 삼 수) 

어두컴컴한 나의 혼의 황혼이 드리우고 벌꿀이 떨어지니

고개 숙여 백야의 거리를 헤매다 시성금요의 종이 울릴 때

희미한 사향을 내게 풍기는 바람은 홍등가 안에서 불어왔네


가짜 눈물이라도 기대어 흘리면 사랑처럼 슬프구나

옅은 노란색 침대의 막에 어둡고 어지러운 가을이 다가온다

장미의 좋은 냄새를 드리우는 옅은 여명에 우는 여자 있네
 

(9・6・14)






객중연


초여름 큰거리의 저녁 놀 사이를 너와 걸을 수 있다면


바다는 푸른색을 껌뻑이며 조용히 밤을 기다리고

너의 집의 붉은 등롱도 지금 희미하게 빛나고 있네

거리에 걸리는 석양이 아타고 호텔을 비추면

검은 배가 드리운 등불에마저 젊은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랑처럼

수많은 산과 강보다 슬픈 건 큰길을 홀로 걷는 것

걱정이나 로망에 젖은 소년은 홀로 눈물 흘려도

슬픔은 그날 밤 네가 맨 인도 비단 오비서 찾아온다

이틀이 지나 달이 뜨면 네가 새끼손톱보다 작게 모습을 드러낼까

확신 없는 여행자는 귤 밭 울타리에 기대고

등불도 비에 젖은 추석도 너를 보내는 밤을 채우네

비단으로 된 여름 오비 맨 채 녹 빛에 가까운 여름에 살고만 싶다
 

(Ⅷ XI XIV)







젊은이 (세도카)


젊은 도시인 그들은 결코 슬피 우는 법이 없으니. 잃은 꿈 찾아 도시도시 사이를 헤매이며 다닐 뿐.

마로니에의 꽃 홀로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지는가. 꿈 많았던 날 수없는 추억만을 살며시 남긴 채.

게이샤 얼굴 우울해 보이는 듯 푸른 눈동자일까. 저녁노을의 하늘에 만들어진 이 월달의 달처럼.

남 몰래 우는 검은 머리 아이의 울음소리 들리네. 첫사랑마저 격지 않았을 듯한 옅은 여명 속에서.

저만큼이나 아낀다면 탕에나 던져 넣어 버릴까. 붉고 긴 부채 그 뒤에 쏠랑 몸을 감추어 버렸구나.

그립기만 한 인형 마을서 보낸 이 월의 달밤 또한. 젊은 사람의 눈물을 재촉하는 이 월의 달밤 또한.

절실할 만큼 울고 싶은 사람은 사랑을 해보아라. 노란 벌꿀에 눈물을 끼얹으면 불타오르는 듯이.

사모바르의 온기가 어적간히 따뜻하다나 보다. 나의 친구가 사이가쿠 방불케 뜨겁게 논했었다.(K에게)

흐트러진 꽃 떨어트려 버리는 오오가와야나기. 물 또한 마저 사랑하고 마느냐 오오가와야나기.

차갑게 내린 비 마치 향유에서 떨어지는 듯하네. 저녁놀 내린 긴자 거리를 걷는 저 아이는 누구일까.

사랑마저도 농담이 되고 마는 아직 젊은 광대는. 얼굴에 항상 가짜 눈물 하나 맺혀 있을지 모른다

어느 틈엔가 울적해지고 말아 버린 사랑마저도. 옮긴 향기가 울적하고 차가운 건 그 때문일지.
 

(IX XV XIV)







모래 위 늦은 해


비추는 것 하나 없는 대낮의 바다는 모래가 운모처럼 눈부시다

팔백 일 가는 먼 파도는 은분이 물에 섞인 것처럼 빛나고

반짝이며 지금이다 싶어 몸을 움직이는 모래를 도려내는 파도

작은 파도를 밀어내도 하늘 높게 빛나는 빛은

둥글게 하늘을 둘러 하늘 아래에 모이는 외국 소녀를

모이는 해녀를 부끄러움 없이 비추어주나

이승의 여인이 잠들면 불던 커다란 파도도 숨을 죽인 채

장엄한 빛 아래서 잠든 여인의 젖을 검게 물들이나

작은 파도 불어 통보리사초 잎 흔들고

반짝이는 눈 불어 통보리사초 잎 흔들고

구름 그림자 통보리사초를 푸르게 만들고

구름 그림자 통보리사초 잎 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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