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바바오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석감당 콘 토코 군은 학문을 좋아하는 미소년이다. '분게이순슈' 2월호에 카츠라가와 츄료의 케이린만로쿠를 인용해 고류큐후부츠시시후의 저자 사토 소노스케의 부족한 학문을 비웃었다. 소려한 문장풍모가 바람에 살랑이는 아름다운 나무를 방불케 한다. 단지 의심스럽다. 콘 군 또한 석감당의 기원을 알고 있으랴. 콘 군은 카츠라가와 츄료와 마찬가지로 함께 세이겐슈키의 설을 믿는 자이다. 하지만 이시칸토에 관한 설은 세이겐슈키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안사고가 급취장(사유)의 주석에도 "衛有石碏鄭有石癸斉有石之紛如其後亦以命族石敢当"라고 되어 있다. 무엇이 옳은지는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을 터이다. 서씨필정서 말한다. "二説大不相侔亦日用不察者也"하고. 그렇다면 그 기원을 모르는 게 비단 사토 소노스케 군만 있지는 않을 .. 2021. 12. 3. 자작을 말하다 - 다자이 오사무 나는 이제까지 내 작품을 이야기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내키지 않았다. 독자가 끝까지 읽었다면 그뿐이다. 작품집에 서문을 더하는 것마저 내키지 않는다. 자심의 작품을 설명하는 건 작가가 지는 거라 생각한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나는 A란 작품을 만든다. 독자가 읽는다. 독자는 A가 재미없다고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뿐이다. 아니, 재밌는데 당신이 모르는 거다. 그런 항변은 성립되지 않는다. 작가는 더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마음에 안 들면 별 수 없단 뜻이다.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 되도록 정성 들여 썼을 터이다. 그럼에도 모르겠다면 조용히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나는 친구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나는 그 몇 안 되는 되는 친구에게도 내 작품을 해설한 적이 없다. 발표하더라도 구.. 2021. 12. 2. 의혹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제 와서는 십 년 가량 지난 일이다만 어느 해 봄, 나는 실천윤리학 강의를 의뢰 받아 이래저래 일주일 가량 기후켄 아래의 오오가키마치에 머물게 되었다. 본래 지방 유지란 사람의 두터운 민폐에 질색을 하던 나는 나를 초청해준 어떤 교육가 단체에 미리 편지를 보내 환대니 환영식이니 또 명소 안내니 갖은 강연에 부속되는 모든 쓸데없는 시간 때우기를 거절하고 싶다는 요지를 희망해두었다. 그 일로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풍평이 이 지방에도 전해졌는지 내가 도착하자 그 단체의 회장인 오오가키마치장의 알선으로 모든 게 내 바람처럼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숙소도 평범한 여관을 피해 재산가 N 씨의 마을 안 별장이란 한적한 거처를 마련해주셨다. 내가 이제부터 이야기하려는 건 그렇게 머물게 된 별장서 내가 우연히 접하게 .. 2021. 12. 1. 같은 별 - 다자이 오사무 자신과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난 사람에게 무관심할 수 있을까. 나는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는데 이 "마스"라는 잡지의 편집을 하는 미야자키 죠 씨 또한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다고 한다. 7, 8년도 더 된 일인데 나는 미야자키 씨께 편지를 받았다. 그에는 대강 다음 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음을 기억하고 있다. 문예연감을 통해 네가 메이지 42년 6월 9일생인 걸 알았다. 정말 기묘한 느낌이다. 실은 나도 메이지 42년 6월 9일에 태어났다. 이 신비한 합치를 이제까지 몰랐다니 아쉬운 일이다. 마시자. 네 형편 좋은 날을 가르쳐달라. 나는 시인이다. 그런 내용의 편지를 받은 나는 꿈이라도 꾸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단언해도 좋을 거 같은데 메이지 42년에 태어나 행복한 사람은.. 2021. 11. 30. 모리 선생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연말의 어느 저녁, 나는 친구인 두 비평가와 소위 코시벤 가도의 전라로 벗겨진 가로수용 버들 아래를 칸다바시 방향으로 걸었다. 우리 좌우에는 과거에 시마자키 토손이 "좀 더 고개를 들고 걸으라"고 한탄한 하급 관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직 떠올라 있는 황혼 빛 속에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 간다. 저도 모르게 옮겨 온 같은 우울감을 떨쳐내려 해도 미처 떨쳐내지 못한 걸 테지 우리는 외투 어깨를 마주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오오테마치의 정류장을 지날 때가지 거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친구 비평가가 붉은 기둥 아래서 추위에 떨며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불쑥 몸을 떨더니 "모리 선생님이 떠오르네"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모리 선생님이라니?" "내 중학교 선생님. 너한테는 아직 .. 2021. 11. 29. 우리의 사계절감 - 사토 하루오 "나는 이제 극락행은 포기했어." 어느 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특유의 장난스러운 눈을 빛내며 내게 그런 말을 걸었다. "?" 분명 뒤에 재밌는 말이 이어지리라. 내가 그렇게 뒤를 기대하고 있자니 그는 말했다. "극락은 날씨가 사시사철 따듯하고 쾌적하고 계절 변화가 없다잖아. 계절 변화 없는 세계는 질색이야." 정말로 아쿠타가와 다운 말이었다. 그는 하이진의 일면을 지녔고 하이쿠는 계절 변화를 주제로 삼는 문학이니 아쿠타가와가 계절 변화 없는 세계를 질색이라 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극락정토에는 계절 변화 이상으로 이를 보상해주는 수많은 정신적 쾌락이 있는 듯하나 그럼에도 아쿠타가와가 계절 변화를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라 말하는 건 하이진이 아니더라도 모든 일본인이 동감해도 좋지 싶다. 애당초 우리 .. 2021. 11. 28.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