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소설번역413 오다 군의 죽음 - 다자이 오사무 오다 군은 죽을 생각이었다. 나는 오다 군의 단편 소설을 두 개 읽은 게 전부고 만난 것도 겨우 두 번뿐이다. 심지어 그마저도 불과 한 달 전에 처음 만난 것이니 깊은 관계를 지녔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어지간한 사람들보다도 오다 군의 슬픔을 깊게 느끼고 있다고 믿는다. 그와 처음 긴자에서 만났을 때엔 '참 딱한 남자로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힘들어 견딜 수 없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죽음의 벽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게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죽을 생각이다. 하지만 내게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선배 다운 충고도 꺼림칙한 위선이다.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죽을 생각으로 무언가를 쓰는 남자. 나는 요즘 같은 시대엔 훨씬 많아도 당연하다 느껴지는데 의외로 쉽게 찾아 볼 .. 2021. 12. 15. 바다 - 다자이 오사무 도쿄 미카타 집에 살던 적에는 매일 같이 근처에 포탄이 떨어졌다. 나야 죽어도 상관없지만 이 아이의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지면 이 아이는 끝내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 건가 생각하니 안타까워졌다. 나는 츠가루헤이야의 한가운데서 태어나 열 살이나 되어서야 겨우 바다를 보았다. 그때 느낀 대흥분은 지금도 귀중한 추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아이에게도 한 번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는 여자아이로 다섯 살이다. 이윽고 미카타 집은 폭탄으로 박살이 났지만 누가 다치는 법은 없었다. 우리는 아내의 고향인 코후시로 옮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후시도 적기의 공격을 받아 사는 집을 불태웠다. 그럼에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끝내 우리 고향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가 마지막으.. 2021. 12. 14. 하루오와 여행하지 못한 이야기 - 다자이 오사무 일반 사회인으로서 여기에 문장을 써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고 있다. 사토 하루오 씨와 함께 늦가을의 고향을 찾는단 약속은 진실이다. 실현되지 못해 거짓말이 되어 고향의 한두 명에게 비웃음의 표적이 된 모양이다. 이 세상에선 거짓도 진실도 역량의 문제라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바보란 말을 들어 그 두 배, 세 배 되는 목소리로 바보라 외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돈 또한 그러하다. 패전한 장군은 말하지 않는다. 그런 말이 있다. 포기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듯하다. 해야 할 말이 너무 많고 그걸 냉정히 정리하기 위해 숙이는 것이다. 증거품의 냉혹한 취사이다. 삼 년 이내에 훌륭히 꽃이 필 걸 확신하고 있다. 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는 누구도 용서하지 않는다. 우리 안 늑대는 들에.. 2021. 12. 13. 개화의 남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언젠가 우에노의 박물관에서 메이지 초기 문명에 관한 전시회가 열렸을 때의 일이다. 어느 흐린 오후, 나는 그 전시회 각방을 하나하나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렇게 당시의 판화가 진열된 마지막 방에 들어갔을 때, 그 유리 선반 앞에 서서 낡은 동판화 몇 장을 바라보는 한 노신사가 눈에 들어왔다. 노신사는 키가 말쑥하게 크고 어딘가 풍류가 느껴지는 노인으로 매무새가 단정한 검은 양복에 품위 있는 보울러 햇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곧장 사오 일 전에 어떤 모임 자리서 소개받은 혼다 자작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가까워진지 얼마 안 된 나도 자작이 교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 탓에 가서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러자 혼다 자작도 내 발소리가 귀.. 2021. 12. 12. 일보전진 이보후퇴 - 다자이 오사무 일본만의 일이 아닌 듯하다. 또 문학만의 일도 아닌 듯하다. 작품의 재미보다도 작가의 태도가 먼저 화두에 오른다. 작가의 인간성을, 약함을 끌어내야 직성이 풀린다. 작품을 작가에서 벗어나 서명 없는 하나의 생물로 독립시켜주지 않는다. 세 자매를 읽다가도 그 세 어린 여자의 그림자서 작게 웃고 있는 첸호프의 얼굴을 의식한다. 이런 관람 방식은 지성이자 날카로움이다. 안력으로 종이 뒤를 꿰뚫는 셈이니 힘든 일이다.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날카로움이니 창백함이니 얼마나 무른 총속적 개념인지 알아야만 한다. 불쌍한 건 작가이다. 실수로 웃을 수도 없게 되었다. 작품을 정신수양의 교과서로 다뤄서야 견딜 수가 없다. 추잡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야기하는 사람이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2021. 12. 11. 무제 - 다자이 오사무 오오이 히로스케는 정말로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이걸 쓰면서도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19자 24행. 즉 사백오십육 자의 문장을 하나 쓰라는 것이다. 제멋대로기 짝이 없다. 나는 오오이 히로스케와 논 적도 없고 오늘까지 우리 둘 사이에 어떠한 은혜도 원한도 없었을 터인데 왜 이러한 난제를 내던지는가. 정말로 곤란하기 짝이 없다. 오오이 군, 나는 난폭한 남자야. 자네가 잘못 본 모양이지. 딱 맞춰 사백오십육 자의 문장을 쓰라니 그런 그럴싸한 남자가 못 되지. "도무지 쓸 수 없다"고 말하며 거절하니 "그건 곤란하죠. 제가 면목 없어지니까요"하고 말했다. "면목이 없다"가 아니라 "없어진다"고 말하는 것도 묘하다. 그래서야 꼭 내가 오오이 히로스케의 면목을 없앤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생각하기 나름이지.. 2021. 12. 10. 이전 1 ··· 25 26 27 28 29 30 31 ··· 6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