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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이 히로스케는 정말로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이걸 쓰면서도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19자 24행. 즉 사백오십육 자의 문장을 하나 쓰라는 것이다. 제멋대로기 짝이 없다. 나는 오오이 히로스케와 논 적도 없고 오늘까지 우리 둘 사이에 어떠한 은혜도 원한도 없었을 터인데 왜 이러한 난제를 내던지는가. 정말로 곤란하기 짝이 없다. 오오이 군, 나는 난폭한 남자야. 자네가 잘못 본 모양이지. 딱 맞춰 사백오십육 자의 문장을 쓰라니 그런 그럴싸한 남자가 못 되지. "도무지 쓸 수 없다"고 말하며 거절하니 "그건 곤란하죠. 제가 면목 없어지니까요"하고 말했다. "면목이 없다"가 아니라 "없어진다"고 말하는 것도 묘하다. 그래서야 꼭 내가 오오이 히로스케의 면목을 없앤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이미 상식적인 생각은 아니다. 실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대체 무슨 이유로 사백오십육 자의 문장을 써야 하는가. 원고용지를 서른 장이나 찢었다. 원고료 육십 엔을 청구하겠다. 멍청이 같으니라고. 지금 줄 수 없다면 달아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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