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바다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1. 12. 14.
728x90
반응형
SMALL

 도쿄 미카타 집에 살던 적에는 매일 같이 근처에 포탄이 떨어졌다. 나야 죽어도 상관없지만 이 아이의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지면 이 아이는 끝내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 건가 생각하니 안타까워졌다. 나는 츠가루헤이야의 한가운데서 태어나 열 살이나 되어서야 겨우 바다를 보았다. 그때 느낀 대흥분은 지금도 귀중한 추억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아이에게도 한 번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는 여자아이로 다섯 살이다. 이윽고 미카타 집은 폭탄으로 박살이 났지만 누가 다치는 법은 없었다. 우리는 아내의 고향인 코후시로 옮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후시도 적기의 공격을 받아 사는 집을 불태웠다. 그럼에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끝내 우리 고향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가 마지막으로 죽을 장소였다. 우리는 코후에서 츠가루의 본가를 향해 출발했다. 삼일밤낮을 지나 겨우 아키타현의 히가시노시로마마저 이르렀고, 그곳에서 고우센으로 갈아타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바다, 바다가 보이는 건 어느 쪽일까요."
 나는 먼저 차장에게 물었다. 이 선은 해안가의 바로 옆을 지났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쪽에 앉았다.
 "바다가 보일 거야. 곧 보일 거야. 우라시마 타로 씨가 나오는 바다가 보일 거야."
 나 혼자 소란이었다.
 "자! 바다야. 보렴. 바다야. 아아, 바다다. 크지? 바다지?"
 드디어 이 애에게도 바다를 보여줄 수 있었다.
 "강이구나, 엄마."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강?" 나는 황당했다.
 "그러게, 강이네." 아내는 반쯤 자며 대답했다.
 "강이 아니야. 바다지. 완전 다르잖아! 강이라니 너무하잖아."
 실로 보잘 것 없어진 기분으로, 나 혼자 황혼에 젖은 바다를 바라본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