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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오다 군의 죽음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1.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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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다 군은 죽을 생각이었다. 나는 오다 군의 단편 소설을 두 개 읽은 게 전부고 만난 것도 겨우 두 번뿐이다. 심지어 그마저도 불과 한 달 전에 처음 만난 것이니 깊은 관계를 지녔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어지간한 사람들보다도 오다 군의 슬픔을 깊게 느끼고 있다고 믿는다.
 그와 처음 긴자에서 만났을 때엔 '참 딱한 남자로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힘들어 견딜 수 없었다. 그가 가는 곳에는 죽음의 벽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게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죽을 생각이다. 하지만 내게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선배 다운 충고도 꺼림칙한 위선이다.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죽을 생각으로 무언가를 쓰는 남자. 나는 요즘 같은 시대엔 훨씬 많아도 당연하다 느껴지는데 의외로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정말이지 하찮은 세상이다.
 세상의 어른들은 오다 군의 죽음을 보고 자중이 부족했다느니 득도한 듯한 얼굴로 판단을 내릴지 몰라도 그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소리는 하지 않는 게 낫다.
 어제 읽은 타츠노 씨의 세낭쿠르의 소개문 중에 다음과 같은 세낭쿠르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삶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걸 죄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죽음을 금하는 궤변가들이 때로는 나를 죽음에 떠밀고 죽음을 내 앞으로 끌어당긴다. 그들이 생각해내는 갖은 혁신은 내 주위에 죽음의 기회를 늘리고 그들이 하는 말은 나를 죽음으로 유도하고 또 그들이 정한 법률은 내게 죽음을 선사한다."
 오다 군을 죽인 건 당신들 아닌가.
 그가 이렇게 급작스럽게 더난 건 그의 마지막 항의시기도 했다.
 오다 군! 정말 잘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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