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느낀 감상을 이야기해주시죠."
"곤란하네요."
"곤란하네요라고만 하시면 제가 더 곤란해집니다. 뭐라도 말씀해주세요."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 최근 들어 똑똑히 느끼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감상인데 어제도 길을 걸으면서 분명히 느꼈지요. 속이려 드니까 생활이 어려워지고 성가셔지는 겁니다. 정직히 말하고 정직히 나아가면 생활은 정말로 간단해집니다. 실패랄 게 없지요. 실패라는 건 속이려다 미처 속이지 못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떠 욕심 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요. 욕심을 부리면 도리 없이 조금 속이고 싶어지니까요. 속이려 들면 이래저래 성가셔지고 이윽고 들통나서 곤란해집니다. 뻔한 감상이지만 이만한 사실을 깨닫는데 34년이 걸렸지요."
"젊을 적의 작품을 다시 읽어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과거의 앨범을 펼쳐보는 느낌이 들지요. 사람은 달라지지 않는데 복장은 달라졌군요. 그 복장을 흐뭇하게 볼 때도 있습니다."
"무언가 주의 같은 걸 가지고 계시나요?"
"생활 상에선 항상 사랑을 생각하는데 이건 저만 국한된 게 아니라 누구나 생각하는 일이겠죠. 하지만 이건 쉽지 않습니다. 사랑이라 하면 달콤하다 생각하실지 모르는데 어려운 일입니다. 사랑이란 게 어떤 건지 저는 아직 알지 못 합니다. 쉽사리 쓰는 말 같지 않죠. 스스로는 굉장히 애정이 깊은 사람 같아도 정반대인 경우도 있으니까요. 어찌 됐든 쉽지 않죠. 아까 말한 정직하고도 조금 이어져 있는 거 같습니다. 사랑과 정직. 알 듯 모를 듯, 저는 아직 알지 못 하는 점이 있죠. 정직은 현실의 문제이고 사랑은 이상의 문제죠. 뭐 그런 점에 제 주의, 같은 게 숨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아직 뚜렷이 알지 못 하는 거 같습니다."
"기독교인이신가요?"
"교회는 가지 않습니다만 성서는 읽습니다. 세게에 일본인만큼 기독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인종은 적지 않을까요? 앞으로 일본은 기독교에서도 세계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기독교는 정말로 어설프지요."
"슬슬 전람회의 계절이 되었군요. 뭔가 보신 게 있으신가요?"
"아직 어떤 전람회도 보지 않았습니다만 요즘에는 그림을 즐기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요. 조금도 기쁨이 없어요. 생명력이 빈약하죠.
괜히 허세 부리는 듯한 말만 해서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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