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코콘지츠모노가타리古今実物語
하나
오사카 화공 호쿠센의 저작 중에 코콘지츠모노가타리란 책이 있다. 전후 사 권, 작가가 직접 붓을 든 삽화가 섞여 있다. 딱히 희소한 책은 아니나 조금 독특한 정취가 있어 조금 소개해볼까 한다.
코콘지츠모노가타리는 기담 스물한 편을 수록한다. 기담은 괴담 같으나 사실은 조금도 괴담이라 할 수 없다. 이를테면 "유령 니가츠도의 우왕을 두려워하다"를 보라.
"이마니시무라에 헤이에몬이란 돈 많은 백성이 있었는데 그 집의 시녀가 겉보기에 뛰어나고 마음도 착하니 주인인 헤이에몬이 이를 아꼈다. 그러나 헤이에몬의 아내는 질투가 많아서 이를 듣고 분노에 가슴을 태우며 시종을 몰래 부르더니 '그 여자를 죽여라, 잘 해내면 금은을 주마'하고 말했다. 남자도 당초엔 놀랐으나 본래 욕심이 많은 자여서 기꺼이 받아들였다. (중략) 하녀 (중략) 별생각 없이 밭두렁 옆을 걷다 갈대 뒤에서 대뜸 튀어나온 시종에게 붙잡혀 연못 안으로 빠지고 말았다.(중략)
"해도 서쪽으로 기울고 추적추적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밤산책을 즐기며 팔을 푸는 남자, 소가노미야에 참배를 하러 간다. 그때 마침 그 옆을 지났는데 연못 안에서 '여기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싶어 멈춰 서니 시녀가 연못 안에서 가만히 나와 '남자분인 듯하여 불렀습니다. 청할 바 있습니다'하고 말한다. 남자는 이게 여우나 너구리의 짓인가 싶어 겉보기에는 사람으로 보여도 내 눈을 못 속인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그러자 '아뇨,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이마니시무라의 헤이에몬이란 분을 모셨는데 이러저러한 일로 허무하게 죽었습니다. 너무나도 한심하여 원한을 품어 몸을 벗어날 수 없었고 오늘 밤에 그 집에 가려던 차였지요. 헌데 주인이 항상 관음을 믿으시며 문에 니가츠도의 우왕을 세워두고 있어 사령이 다가갈 수 없사옵니다.(중략) 우왕만 치워주시면 떠나서도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하고 세상 서럽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 자가 아주 대담하여서(중략) 그곳을 밀었다. 바람을 이루어야겠다며 황급히 뒤를 쫓는다. 곧 헤이에몬의 집에 이르니 여자의 지시를 따라 아무것도 모른 채 문을 열어준다. 여자는 기뻐하며 집으로 들어가 뻔히 보이게 앉아 있는 안주인의 목에 매달려 어려움 없이 목숨을 빼앗고 밖으로 나갔다.(중략)
"여자가 달려서(중략) 정말 죄송하지만 데려가 달라며 등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사이에 집안이 술렁이더니, 누구냐 하고 제등이 켜지고 횃불이 붙는다. 위로 아래로 소란이니 남자 또한 저도 모르게 저 살리라며 도망친다. 저도 모르게 집까지 이른다.(중략) 혼자 사는 몸이니 누가 나무랄 일도 없지마는 유령을 데리고 있는 게 오싹해져서 '바람을 이루었으니 어디로 가버려라'하고 마음속으로 염불을 외웠다.
"유령도 한동안 시무룩해 했으나 (중략) 원한도 풀었으니 물러난다면 연못으로 가야 하나 아직 이 땅에 머무르고 싶은 거 아니냐는 의문이 들고 보니 실제로 그랬다. (중략) 그로부터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더더욱 유령이고 싶지 않았다. (중략) 남자 또한 정해진 아내도 없으니 이야기를 나눈 끝에 그곳을 떠나 오사카로 가기로 했다. 헤이에몬은 이 일을 알지 못해서 본처와 하녀의 수라장을 알지 못하고 단지 가출이나 돈을 벌러 간 걸로만 알았다."
이 이야기는 별난 이야기도 아니다. 스즈키 쇼산의 같은 괴담도 찾아 볼 수 있으리라. 단지 호쿠센은 이 이야기에 현실주의적 해석을 더해 초자연을 자연으로 변역해냈다. 그건 이 이야기에만 국한 된 게 아니라 안친과 키요히메의 이야기를 번역한 '키슈 히다카의 여자 야마부시를 죽이다"도 그렇고 구즈노하 이야기를 번역한 "축류인과 결혼한 남자"도 그렇다. 카나와 이야기를 번역한 "질투하는 여자 키부네묘진에게 기도하다"도 그렇다. 특히 마지 한 편은 질투의 화신이 되려는 여자, "고마운 말입니다. 바라건대 성취를 기뻐하여 그대로 강에 들어가지요"하고 말하나 "죽는 것도 서리낀 하순쯤 되면(중략) 사방이 하얀 눈에 덮이고 강바람이 불어 몸에 얼음이 스며 드는 거 같으니 손발도 이미 죽었다 봐야 하리라"하고 어느 틈엔가 질투심을 잊는다는 내용이다. 누가 이 잔혹한 현실주의자의 해학에 실소하지 않을 수 있으랴.
둘
또 "황금 솥을 파낸 효자의 딸"을 보라.
"산바치라 하는 백성은 홀몸인 어머니를 모시는 효자이다. 어느 해 서리가 낀 하순, 어머니가 죽순을 먹고 싶다 하셨다. 본래도 빈곤한 처지지만 어머니가 드시고 싶다 하니 아침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중략) 삿갓을 쓰고 두세 정 정도 떨어진 곳의 덤불을 되는 대로 살핀다. 떨어진 나뭇잎과 쌓인 눈을 쓸어내며 찾아도(중략) 아아, 하늘은 나를 버리는가 하고 눈물과 눈으로 소매를 적시며 도리 없이 돌아가는 길, 줄이 달린 작은 통 하나를 뭔가 싶어 들어보니 효자 산바치에게 준다고 적혀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 소금과 죽순이 담겨 있다. 금보다 더 기뻐서(중략) 아내에게 이렇게 알리니 며느리로서 마찬가지로 기뻐하며 재빨리 소금을 뿌려 곧장 삶아냈다. 비린내가 나는 법이 전혀 없으니 어머니도 크게 기뻐하셨다. 누가 거기에 떨어 트린 것인지 참 신기할 노릇이다.
"그러나 그만한 효자라도 벌면 벌수록 가난해져 집을 작게 옮기고 이제는 아침저녁을 넘기는 것마저 쉽지 않으니 산바치의 아내가 말한다(중략) 두 사람이 딸에게 올해 열다섯까지 밖에 못 키워주겠으니 (중략) 도심으로 가서 일을 해 돈을 벌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딸은 자신은 좀 더 일찍 그럴 생각이었다(중략)고 대답한다. (중략) 산바시는 짐을 꾸리고 딸을 데리고 나섰다. 나니와의 오오미나로 행선지를 굳이고 길을 물으며 요정서 일을 맡게 되었다. (중략) 그리고 이 딸이 (중략) 부호 대신의 눈에 들어 아내가 되었다. 산바치 부부를 오사카로 부르어 새 생활을 시작하니 산바치는 번듯한 옷을 차려 입고 마루서 부채질을 하고 아내는 또 어머니께 내주던 유방을 양갱으로 바꾸어 얼음에 담긴 잉어를 즐기고 수정 미즈부네에 조선 금붕어를 기르게 되었다. 이게 효도해야 하는 이유다."
하늘은 효자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 효자에게 행복을 주는 건 누군가가 잃어버린 죽순뿐이다. 혹은 몸을 파는 외동딸 뿐이다. 속세를 향한 작가의 냉소도 악랄하기 짝이 없다 해야 하리라. 나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주의에 조금의 동정을 품고 있다. 단지 작가의 윤리적 두뇌는 유감스럽게도 별로 영특하지 못하다. "아귀성령회를 논하다"나 "사승 병인 문답"이나 또 "불자와 유자와 도당 천신을 논하다"도 그렇고 논리의 붓을 놀린 건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대개 이발소 사장이 논하는 인생관과 오십 보 백 보이다. 참고삼아 말한다. "코콘지츠모노가타리"는 호레키 이 년 정월 출판, 토케이젠의 한문 서문이 있다. 출판은 오사카 미나미혼마치 잇쵸메 무라이키 타로, "코콘햐쿠모노가타리", "토세이햐쿠모노가타리"호와 같은 해 출판인 것도 하나의 흥미거리지 싶다.
둘 콘탄이로아소비후토코로오토코魂胆色遊懐男
"콘탄이로아소비후토코로오토코"는 그 "마메오토코에도켄부츠"의 프로토 타입이다. 우리집이 소장한 건 1권, 4권의 두 권뿐이나 마메에몬의 모험에는 라블레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마메에몬은 라쿠토 야마시나의 사람이다. 그 어머니가 "시오노쵸지 마냥 말을 삼키는 꿈을 태몽으로 꿨기에" 마메에몬이라 이름 지었다니 그 이름의 유래는 많이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마메에몬, 스물세 살일 적에 "열매칡 따서 팔기 위해 아후사카야마에 오르렀다"는데 이때 아름다운 선녀를 만나 금단 한 알을 먹게 되었다. "고맙게 먹으니 곧 몸이 서리마냥 사라지는 것처럼 쪼그라들어서 겨자 인형처럼 되었다" 이는 인간의 이치로는 불가능한 일이나 선녀가 설명하기에 따르면 "이제 어디로든 다 들어갈 수 있을 게다. (중략) 그대가 마음을 둔 여자를 꾀는 남자의 품에 들어가면 그 남자의 혼을 빼내고 그대가 그 안으로 대신 들어가니 상대 여자를 자유롭게 하는 게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말하니 굉장히 편리한 몸이라 할 수 있었다. 그 후로 마메에몬은 천하의 색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나 미궁과 닮은 인생은 간단히 행복을 주지 않았다. 이를테면 1권의 "누나의 이견이통견목침"을 보라.
"부엌에서 뛰쳐나와 안쪽을 향해 후스마를 살짝 열어 큰방으로 나서(중략) 당나라 노렌을 들고 긴 네 첩 방을 지나 작은방에 이르니 불빛 속에서 이 집의 주인이 침소서 장지서 살짝 기대어 누워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부부가 잠자리를 나란히 하여 누가 들어온 줄도 모른 채 코를 골고 있다. (중략) 먼저 아내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그 아름다움이 서른 가량으로 보이는가 하면 서른대여섯으로도 보였다.(중략) 남자는 서른하나둘로 보이며 튼튼해 보인다. 허면 이 여인의 아름다움에 반해 두 살이든 네 살이든 아랑곳 않고 구애를 한 걸까 아니면 데릴사위라도 되는 걸까. (중략) 마메에몬이 품에 들어 그대로 혼을 바꾸니 (중략) 자, 꿈에서 깼냐고 물으니 여인이 눈을 떠서 지독히 놀란 표정을 짓더니 주위에 고성을 지르며 일어나 이게 미쳤네, 여기가 어딘 줄 아네 모르네, 잠이 안 온다길래 재미도 없는 카루타에 어울려주고 심지어는 남편도 오오츠마츠리에 가서 자리도 비웠겠다 남매의 정으로 하룻밤 머물고 가라고 기분 좋게 자리를 빌려줬더니 누나한테 이런 짐승 같은 짓을 하느냐. 이렇게 짐승이 되긴 싫다. (중략)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하냐고 땅을 내리치며 성을 낸다. 허면 이는 아내가 아니라 누나로구나. 이는 난리가 났다 (중략) 되는 대로 떠들고는 옷도 대충 챙겨서 자는 것보다 빠르게 자리서 벗어나(하략)"(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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