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도 품절된 모양이고 "여학생" 또한 마찬가지로 품절된 듯하다. "만년"은 초판이 오백 부 정도로 그 후에 다시 천 부 가량 찍었을 터이다. "여학생"은 초판이 이천이고 그 후로 약 2년가량 지나 겨우 다 팔려 올해 초여름에 다시 천 부를 증쇄하게 되었다. "만년"은 쇼와 11년 6월에 냈으니 그로부터 다섯 해 동안 천오백 부를 판 셈이다. 한 해에 삼백 부 가량 판 듯한데 그럼 하루에 한 권씩 팔린 꼴이다. 다섯 해 동안 천오백 부라면 한 달새에 십만 부 팔리는 평판 소설에 비해 참 빈약해 보이지만 하루에 한 권 팔렸다니 마냥 싫지는 않다. "만년"은 이번에 스나고야쇼보에서 마흔여섯 판으로 개판해 출시되는 모양인데 빨리 내줬으면 한다. 품절인 채로 두 해, 세 해 지나면 하루에 한 부 팔렸다는 내 자랑거리도 무너지는 셈이다. 이를테면 품절인 채로 십여 년 가량이 지나면 "만년"은 쇼와 11년부터 십오 년 동안 겨우 천오백 부밖에 팔리지 않은 게 된다. 그럼 한 해에 백 부씩 팔린 게 되어 내 책은 사흘에 한 부나 나흘에 한 부 밖에 팔리지 않은 게 된다. 많이 팔렸다는 건 최고의 명성이라 할 수 없지만 팔리지 않는 것보다야 조금이나마 팔리는 게 보람이 있어 좋다. 하지만 문학서는 만 부 이상 팔리면 위험한 거 같다. 작가에게 위험하다. 선배인 야마기시 이시 씨의 설에 따르면 돈이 가득 든 지갑을 품에 넣은 채 걸으면 위장이 차가워져 병에 걸린다고 한다. 그건 동전만 넣어 다니는 탓 아니냐 반문했더니 지폐라도 마찬가지다, 지폐는 아주 차가워서 품에 넣고 다니면 반드시 위장이 망가지니 조심해야 해, 하고 진지하게 충고해주셨다. 부에 욕심을 가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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