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928 장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시로다스키 부대 메이지 37년 11월 26일의 미명이었다. 제x사단 제x연대 시로다스키 부대는 쇼쥬잔의 보충 포대를 탈취하기 위해 93 고지인 북쪽 기슭에서 출발했다. 길은 산그늘을 따르며 오늘만 특별히 사열측면 진형을 따 행군했다. 풀도 얼마 없는 으슥한 길에서 총신을 줄지은 한 부대의 병사가 하얀 어깨띠시로다스키만을 희미하게 빛내며 조용히 걷는 모습은 비장한 광경임에 분명했다. 실제로 지휘관 M대위는 이 부대의 선두에 섰을 때부터 다른 사람처럼 말수를 줄인 채로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의외로 평소의 기운을 잃지 않았다. 그건 무엇보다 야마토다마시의 힘이었으며, 둘째로는 술의 힘이기도 했다. 한동안 행군을 거듭한 후, 부대는 돌이 많은 산기슭에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강가로 나.. 2022. 10. 22. '일본인을 보다' 서장을 대신해서 - 키시다 쿠니오 우리 일본인은 먼저 일본인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 요즘 들어 누구나 그렇게 말하고 있으나 그 '아는 방법'에는 여러 각도가 있으며 이를 적당히 나누면 자신을 가지기 위한 지식과 반면교사로 삼기 위한 지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너무 한쪽에 치우처지면 늘 '정확한 인식'에서 벗어나 어떤 도움도 되지 않으리라.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란 말도 있으니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안다는 건 필경 우리 민족의 발전을 가능케 하는 소질과 그 운용을 고려하기 위한 기반으로 삼는단 것 이외의 다른 목적은 없을 터이다. 때문에 나는 개인의 경우라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개의치 않는 걸 좋아하나 나라에 한해서는 다른 사람의 눈이 우리를 어떻게 보나 크게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의로 사실을 왜곡해 우리를 속이는 말은 애당초.. 2022. 10. 21. 고민과 죽음의 미소 - 키시다 쿠니오 나는 아쿠타가와 씨의 작품을 절반밖에 읽지 않았다. 또 직접 말을 나눈 건 고작해야 서너 번에 지나지 않는다. 생전에 교우가 굉장히 넓었던 아쿠타가와 씨를 생각해 보면 한 번도 그 집을 찾지 않은 나 같은 건 길 가는 사람과 다를 바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놀러 와라――한 번 찾아뵙죠" 같은 대화는 나눈 적이 있었다. 아쿠타가와 씨는 내가 하는 일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 준 사람 중 하나이다. 또 가끔 해주신 감상의 단편이 사람과 사람을 건너 내 귀에 들어왔다. 나는――구태여 말하자면――예술상의 지기로서 아쿠타가와 씨에게 감사하고 있다. 물론 이는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그의 폭넓은 감상과 풍부한 취미, 또 진정으로 '문학을 사랑하는' 천품이 갖은 경양, 갖은 색조 때로는 갖은 변덕에도 충분한 이해와 .. 2022. 10. 20. '티롤의 가을' 그 이후 - 키시다 쿠니오 제 희곡의 처녀 상연은 '티롤의 가을'입니다. 재재작년 9월, 연극 신조에 제 두 번째 작품 '티롤의 가을'이 발표되자 얼마 되지 않아 신극 협회의 하타나카 군이 찾아와 그걸 상연하고 싶다 말했습니다. 스텔라역은 이자와 군이 맡아줬습니다. 이자와 군은 몇 년 전의 첫 무대를 본 게 전부였는데 그 침착한 자세나 동작도 그렇고 생기가 도는 목소리도 그렇고 충분하지 싶었습니다. 아마노는 고하시 군이나 이시카와 군이 맡게 되었습니다. 어느 쪽도 모르는 배우였지만 뭐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연습이 시작되었지만 저는 입원하게 되어 제 작품을 자주 읽어준 친구 타츠노 유카타 군에게 한두 번 연습을 봐달라 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날 수 있게 되었기에 저도 연습에 참여했습니다. 그때는 아마노 역은 이시카와 군으로 .. 2022. 10. 20. '동지 사람들' - 키시다 쿠니오 나는 요즘 들어 연극은 어디가 재밌는 건가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조금씩 그걸 알게 된 거 같았다. 그런 차에 존경하는 벗 야마모토 유조 씨가 근래 쓴 희곡집 '동지 사람들'의 은혜를 받았다. 곧장 그중 어떤 작품을 다시 읽어 보았다. 야마모토 유조 씨에겐 굉장히 실례되는 일이나 내 희곡론 설명을 위해 작품 하나를 빌리려 한다. 그건 야마모토 씨의 첫 번째 희곡집인 '젖먹이 죽이기'에 수록된 작품부터 이번 '동지 사람들'에 수록된 작품으로 옮겨 오면서 어떤 현저한 변화가 발견되고 이 변화가 내 희곡론을 뒷받침하기에 극히 편리한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발표 순서를 도렷이 기억하는 건 첫 번째 희곡집 작품의 대부분은 두 번째 희곡집의 작품들보다 전기에 속한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22. 10. 20. 파르스의 근대성 - 키시다 쿠니오 이쿠미 세이지 군의 설에 따르면 비극은 귀족적이고 희극은 중산 계급적이며 파르스가 민중적이라 한다. 이 견해는 재미도 있고 거의 동감도 되나 내가 연극의 한 양식이란 면에서 파르스에 관심을 가지는 게 꼭 그렇게 '계층적'인 의미에만 주시하기 때문은 아니다. 애당초 Farce를 소극笑劇이라 번역하는 건 Comédie를 희극으로 번역하듯이 굉장히 문학적이지 못하다 보는데 이 또한 시대가 흐름에 따라 번역어의 딱딱함이 사라져 가리라. 나는 당장은 파르스를 Comédie와 대립시키지 않고 되려 Comédie 안에 포함되는 의견에 따르려 한다. 요컨대 희극으로 불리는 작품 중에 그게 희극이기에 필요한 요소를 요구할 때, 분명 파르스의 '씨앗'을 줍는 경우가 존재하리라. 그와 동시에 파르스라 이름 붙은 작품 중에서.. 2022. 10. 20.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15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