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928 모리모토 카오루 군 - 키시다 쿠니오 모리모토 카오루 군의 작품을 읽으면 굉장히 새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모리모토 군의 진짜배기 새로움이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단 비평이 보입니다. 모리모토 군의 새로움은 요컨대 그렇게 문제시되는 성질의 것이라 봅니다. 이번에 우연히 모리모토 군이 죽은 교토에서 '게키사쿠'가 재간되게 되었는데 그 사실은 어쩐지 '게키사쿠'의 새로운 출발점에 지금도 모리모토 카오루가 있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무대적 리얼리즘의 추구는 다이쇼 첫해에 나온 작가군 쿠보타, 키쿠치, 야마모토, 쿠메 같은 사람들 손으로 첫 기반이 쌓였지요. 연극상의 리얼리즘의 첫 뿌리가 거기에 있다면 그게 점점 자라 이번에는 쇼와 10년 전후, 요컨대 '게키사쿠'의 운동이 열매를 맺은 시대에 드디어 근대적인 의미의 리얼리즘이 진정으로 완.. 2022. 11. 9. 돛단배 그림 - 키시다 쿠니오 벌써 10년 전 일인데 내가 친구 A군에게 우연찮게 사에키 유조의 그림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건 어떠냐며 작은 풍경 스케치를 가져와주었다. 파리 교외의 뫼동 주변으로 보이는 사에키치고는 보기 드물게 색이 밝고 포장지 같은 데에서 쉽게 찾아 볼 법한 초가을 숲이었다. 나는 기뻤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어 A군은 보도요원으로 남방으로 가게 됐고 내가 별송연에 그를 불렀을 때――자신은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이 그림만이라도 네가 가져둬 하고 말하며 한 눈에 내 마음을 사로 잡은, 작지만 사에키 유조 독특의 깊은 정서가 드러난 걸작을 주었다. 나는 이 그림에 그려진 하늘과 바다와 묵묵히 떠있는 돛단배 앞에 서면 저도 모르게 이 작가의 혼이 가진 향수에 이끌.. 2022. 11. 8. '유리하타에'를 쓸 적의 추억 - 키시다 쿠니오 희곡을 쓰기 시작하여 겨우 2, 3년. 소설이란 건 단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내게 갑자기 신문 연재 소설을 써달라기에 꽤 당황스러웠다. 사실 희곡을 써 잡지에 발표한다는 것부터가 나로선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던 시기였고 머릿속은 '새로운 신극 운동' 일로 가득하여 매달 잡지에 실리는 단편 소설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하물며 신문의 연재물 따위는 딱히 경멸하진 않을지언정 별달리 주워 읽은 적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뭔가 잘못 온 게 아닐까 싶은 주문이었다. 잘 생각해 보면 이는 아마 아시히신분의 변덕이겠지 싶었다. 무언가 눈길 주는 곳을 바꾸자는 기획임에 분명하다. 선배 중 누군가가 추천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쪽으로선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지만 고료를 받아 소설을 쓰는 사치스러운 행위가 가능하면 .. 2022. 11. 7. 야마모토 유조의 '진실일로' - 키시다 쿠니오 부인 잡지에 이런 본격적 소설이 개제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며 그런 소설이 편집자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독자의 반향을 부른 일 또한 실로 획기적인 일이다. 확실히 야마모토 유조 씨의 작품은 단순히 양심으로 적혀 열정과 신념으로 세상에 호소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주제는 평명하고 엄숙하며 기도와 비슷한 고양성을 지니고 있고 심지어 독자의 머리에 따라선 진실의 적절한 깊이 덕에 강한 사상의 결실을 찾아 볼 수 있으리라. '진실일로'는 특히 인생의 행복과 불행, 육친의 애증, 여성의 숙명, 더욱이 거짓 없는 혼의 승화를 이야기했다. 심각하며 청순하고 파란이 풍부하면서도 일망천리의 정취가 있는 대서사시이다. 젊은 독자는 페이지를 넘김에 따라 가슴이 뛰고 몽상에 젖고 작게 웃으며 때로는 소리 내 울기도 하리라. .. 2022. 11. 6. 대답 - 키시다 쿠니오 편지의 요지란 즉슨 이 고난과 불안으로 가득 찬 현실 생활을 연극 세계서 즉, 무대 위에서 어떻게 다뤄야 좋은가, 로군요. 우리가 일상서 진지하게 임하는 문제를 그대로 연극으로 짜 보여주는 방식에는 자연스레 한계가 있다 봅니다. 저는 고리키의 '밑바닥에서'를 연출할 때에도 '밑바닥' 생활의 비참함, 어두움을 괴로워한 사람들의 분노나 체념이란 형태로 그대로 표면에 드러내기 보단 외려 누가 생각해도 안타까운 거칠고 어두운 생활 속에서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말하자면 밑바닥 없는 낙천성과 그걸 부드럽게 긍정하는 고리키의 선의와 동포에 따습게 데워진 작가의 단순한 웃음을 이 희곡 연출의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확실히 이 작품에는 세 개의 죽음이 다뤄져 있지요. 죽음이란 말에서 곧장 암흑을 연상하는 .. 2022. 11. 5. '꽃문답' 후기 - 키시다 쿠니오 이 한 권에는 이제까지 어떤 작품집에도 넣지 않았던 나로서는 살짝 예외적인 형식의 단편만을 모으기로 했다. 따라서 어떠한 시도의 영역에서 그친 게 많으며 이를 다시 세상에 발표하는 게 살짝 주저되긴 하나 순요도의 신지배인 이소베 세츠지 군의 강한 권유를 꺽지 못해 그 취사를 일임하는 형태로 호의에 보답하려 했다. 단지 도통 단편 소설이란 걸 쓰지 않은 내가 변덕 삼아 꽁트풍 작품을 두세 개 적은 게 전부 수록되었다는 것만이 이 한 권의 존재 이유가 되리라. 2022. 11. 4.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15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