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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긍지'와 '귀감' - 키시다 쿠니오 문제는 소위 국민연성의 효과에 관한 것이나 나는 이 연성이란 말뜻을 특정 단체 내지 기관이 그 기획으로 일정한 인원을 모아 어떤 방식을 따라 일정 기간 연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국 그 자체의 필연적인 압력이 오히려 일종의 지도력, 추진력적인 작용이 되어 국민전체의 자각과 분발을 촉진해 거기서 기대치 않은 '연성'의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란 것도 포함해 생각하고 싶다. 연성에는 본래 정신적인 면과 육체적인 면이 존재해서 이 양면은 일본적인 '행동' 같은 형태로 통일해야 한단 건 일찍부터 알려진 바이나 일반적으로 그 취지가 어느 정도까지 철저한지는 조금 의문이다. 요컨대 지도자와 연성을 받는 자 사이에 과연 공통된 희망과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내가 아는 범위에선 어디든 그게 유야무야로 끝나.. 2022. 11. 15.
사단지 일행 - 키시다 쿠니오 가부키극을 서양 극단에 소개하는 건 확실히 유익한 일이고 그 기획이 의외로 간단히(물론 곤란이 전혀 없진 않았겠지만) 이뤄진 건 무엇보다 기쁜 일이나 러시아 예술가가 가부키 연극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무엇을 얻었는지 알 방법은 없는 걸까. 하나둘 신문 비평 같은 게 전해져 있긴 하나 별로 도움이 되진 않는다. 러시아인은 다른 유럽인에 비해 동양 예술의 진수를 체득할 수 있는 민족이라 생각하는데 대뜸 그 무대를 보고 무엇을 알 수 있으랴. 과거에 프랑스 무도 비평가가 일반 일본인의 괴이한 '검무'란 걸 견학하여 적잖이 감탄했단 이야기는 알고 있으나 그와 동시에 마담 사다야츠코의 예술을 볼품 없다 비난한 배우도 있다. 토오야마 미츠루 일좌가 채플린에게 인정 받는 시대에 사단지잇코가 러시아에서 열렬한 갈채를 얻.. 2022. 11. 14.
신협극단을 보다 - 키시다 쿠니오 유라구좌의 '수천만이라 해도 나는 간다'는 줄곧 상연을 기대하고 있던 연극이다. 이번에 신극 협동 공연이란 계획 하에 이 히사이타 에이지로 군의 역작이 꼽힌 건 당연한 일이지 싶다. 이 작품은 이전 잡지에 발표된 것을 작가가 크게 손 대 그만큼 전체의 긴밀도를 높이며 전편 '북동의 바람'에서도 되도록 독립되도록 꾸며지게 됐다. 주인공 토요하라의 사상――보다 정확히는 그 온정주의적 신앙의 모순과 그 차질을 다루며 이를 계급 투쟁의 면으로 발달시키지 않으면서도 일종의 운명비극으로서 현대 사회의 도덕이 가진 문제에 비판의 눈초리를 보내도록 하는 노력과 배려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테마 중심이 살짝 불안정하단 우려는 있으나 이를 한 개의 전기극으로 꾸미면서 그 안에 역사적이며 사건적인 움직임을 자연스러운 극적 발전.. 2022. 11. 13.
폴 에르뷔에 - 키시다 쿠니오 천팔백구십오 년, '집게(Les Tenailles)'를 발표해 일약 극단의 주목을 받은 폴 에르뷔에는 천팔백구십칠 년 '사람의 규정(La Loi de l'Homme) 삼막이 국립극장의 상연목록에 더해진 행운(?)을 등에 업고 다음으로 천구백일 년 보트뷜좌의 '횃불(La Course du Flambeau)' 사막의 훌륭한 무대적 성공을 통해 시대적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자유극장 운동에서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 소설가로서 얼핏 사실주의적 경향을 가진 그는 그 희곡을 통해 개념적 무대 표현을 시도하고 이 점이 되려 실사만능의 당시 극단에 한층의 신선미를 준 건 말할 것도 없다. 그에게 상을 준 사람이 전통주의를 표방하는 비평가였던 점도 주목해야만 한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항상 어떤 '문제 해결'에.. 2022. 11. 12.
공개장 - 키시다 쿠니오 하타나카 씨. 일본의 신극 개척자 중 한 명. 먼저 당신을 이렇게 부르도록 허락해 주시지요. 나는 신극 협회를 위해 쓴소리 한 마디를 해보려 합니다. 당신의 재능과 당신의 용기를 신뢰하는 자는 일본신극단 특히 호극가 중에 저 하나만이 아니라 봅니다. 당신이 경제적 어려움과 싸우면서도 우리가 바라던 하나의 극단, 현대극을 정기 상연할 장소와 사람을 소유한 신극단 실현에 도달한 것은 오늘날 우리 극단계가 가장 주목해야 할 일이라 봅니다. 게다가 그 첫날은 또 어떨까요. 관객이 고작해야 서른 명 언저리. 초대장 발송이 늦어졌단 이유――아뇨, 그건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세간이 모르는 거지요. 당신은 닷새 동안 매일 서른 명씩 오면 되는 거 아니냐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와야만 하는 겁니다. 단지 모르는 거.. 2022. 11. 11.
궤도(침묵극) - 키시다 쿠니오 인물 여자. 남자. 취객. 역무원. 장소 대도심 교외를 지나는 고속 전철의 작은 정류장. 시대 현대. 무대는 플랫폼이다. 정면에 의자. 막차 시각. 초여름. 자칭 신사풍 취객 홀로 의자 위에 누워 있다.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가정부인 듯 보이나 그런 것치고는 살짝 몽상가 같다. 그러면서도 어딘가――아마 입가이리라――차가운 매력 같은 걸 가진 여자. 스물네다섯 쯤 되었을까. 빠른 걸음으로 들어온다. 취객과 살짝 거리를 두고 앉는다. 가방에서 커다란 각봉투를 꺼낸다. 편지로 그 봉투를 뜯더니 내용물을 읽는다. 무표정. 그러는 사이 한 젊은 양복――학생 분위기가 아직 빠지지 않은 중절모 착용법――이 유유히 들어온다. 물론 전차를 기다리나 부산스러운 심정으로 어딘가 여자 쪽을 훔쳐보며 플랫폼을 오가고 있다. .. 2022.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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