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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책을 모으는 일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본래 나는 어떤 일에나 집착하지 않는 성격이다. 특히 수집이란 건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곤충 표본을 모은 거 말고는 아직도 열중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성냥 상표는 물론이요, 오일캔이든 간판이든 내지는 유명 작가의 그림이든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모으는 사람들에게는 경의에 가까운 걸 느끼곤 한다. 때로는 약간의 혐오가 뒤섞인 감탄 가까운 걸 느끼고 있다. 서적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나도 벌어먹는 게 있으니 조금의 서적을 지니고 있다. 허나 그마저도 모은 건 아니다. 되려 저절로 모였다 해야 한다. 만약 모은 서적이라면 무언가 전체를 통트는 맥락 따위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책장 안 서적은 모은 서적이 아니라는 증거라도 되듯이 굉장히 제각각이며 또 뒤섞여 있다. 맥락 따위는 약으로 쓰고 싶어도 없다... 2021. 2. 22.
타네코의 우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남편의 선배인 한 사업가의 딸이 결혼식을 가진다. 그런 소식을 들은 타네코는 마침 출근 준비 중이던 남편에게 이렇게 물었다. "제가 꼭 나가야 할까요?" "아무렴 나가야지." 남펴는 넥타이를 매면서 거울 속 타네코에게 대답했다. 물론 서랍장 위에 세워진 거울인 이상, 타네코보다는 그 눈썹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에 가까우리라. "그치만 제국 호텔에서 하는 거잖아요?" "제국 호텔――이야?" "어머, 모르셨어요?" "응……야, 조끼 떨어진다!" 타네코는 서둘러 조끼를 들어 올리고는 다시 한 번 결혼식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국 호텔은 양식일 거 아니에요?" "당연한 소리를 하네." "그러니까 곤란하죠." "왜?" "왜냐니……저는 양식 먹는 법을 한 번도 안 배웠는걸요." "그런 걸 누가 배워서 해!" 남편은.. 2021. 2. 22.
우치다 햣켄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치다 햣켄 씨는 나츠메 선생님의 문하이자 내가 존경하는 선배이다. 문장이 탁월하고 그에 더해 시다류 거문고 실력이 뛰어나다. 저서 '명도'는 다른 사람이 허투루 대할 수 없는 특색을 지녔다. 하지만 불행히도 출판 직후에 지진이 일어나 널리 퍼지지는 못 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치다 씨의 작품은 '명도' 후에도 가작이 적잖이 존재한다. 특히 '여성'에 기재되는 '료준카이죠' 등의 몇 편은 독창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 몇 편을 읽을 수 있는 건(내가 아는 한) 무로우 사이세이, 하기와라 사쿠타로, 사사키 모사쿠, 키시다 쿠니오 정도 밖에 없다. 이 또한 유감스러운 일이다. 천하의 서점들이 다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낼 동안 우치다 햣켄 씨를 돌아보지 않는 건 어째서일까. 나는 사토 하루오 씨와.. 2021. 2. 22.
요코스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카페 나는 어떤 카페의 구석에서 반숙 계란을 먹고 있었다. 그러자 사람 하나가 멍하니 내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놀라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묘하게 축 처진 얇은 김 같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무지개 나는 항상 석탄이 내려 앉은 공창 뒤편을 걸었다. 무겁게 내려 앉은 공창의 하늘에는 무지개 하나가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나는 발꿈치를 들어 올리듯이, 그 무지개에 코를 대보았다. 그러자――희미하게 석유 냄새가 났다. 5분간 사진 나는 어느 봄 오후, 어느 젊은 해군 중위와 5분간 사진을 찍으러 갔다. 사진은 금새 만들어졌다. 하지만 인화에 적힌 건 Ⅵ라는 커다란 로마 숫자였다. 작은 진흙 나는 어느 열둘이나 열세살 쯤 돼보이는 소녀의 뒤를 걷고 있었다. 소녀는 하늘색 정장 아래로 맨다리.. 2021.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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