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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기관차를 바라보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리 아이들은 기관차 흉내를 내고 있다. 물론 정차한 기관차는 아니다. 손을 휘젓고, "칙칙폭폭"하고 말하는 등 진행 중인 기관차 흉내를 내고 있다. 꼭 우리 아이들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리라. 그럼 왜 기관차 흉내를 내는가? 물론 기관차에게 모종의 위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혹은 그들 본인 또한 기관차처럼 격한 생명을 지니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요구를 지닌 건 아이들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어른들 또한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어른들의 기관차란 말 그대로의 기관차가 아니다. 하지만 제각기 돌진하고 심지어 궤도 위를 달리는 것 또한 역시 기관차와 마찬가지다. 이 궤도란 금전이기도 하고, 혹은 명예기도 하며, 마지막으로 여인이기도 하리라. 우리는 어른 아이를 구분 않고 자유에 돌진하고 싶다는 욕망을 지.. 2021. 2. 23.
헛소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제 위장은 고래입니다. 콜럼버스가 보았다는 고래입니다. 이따금 물줄기도 내뿜고는 합니다. 우는 소리는 듣다 질렸습니다. 둘 제 혀나 구강은 이따금 열을 낼 때마다 양치류를 가득 낳습니다. 셋 설사할 때마다 커다란 소철을 떠올리는 건 저뿐일까요? 넷 저는 배울림을 듣고 있으면 저 스스로가 언젠가 상어 알을 낳을 것처럼 느껴졉니다. 다섯 저는 우울해지면 제 뇌수의 주름에 이가 꼬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2021. 2. 23.
이른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대학생 나카무라는 얄팍한 봄철 오버코트 아래로 자신의 체온을 느끼며 어두컴컴한 돌계단을 올라 박물관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가면 파충류 표본실이 나왔다. 나카무라는 그 안에 들어가기 전에 금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손목시계 바늘은 다행이 아직 두 시를 가리키지 않았다. 의외로 늦지 않았다――나카무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안도하기 보다는 손해를 본 느낌이 들었다. 파충류 표본실은 고요했다. 간수마저 오늘은 걸어 다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희미한 방충제향만이 풍겼다. 나카무라는 실내를 돌아본 후, 심호흡하듯이 기지개를 폈다. 그러고는 커다란 유리 선반 안에서 두터운 썩은 가지를 휘감고 있는 남쪽 나라의 뱀 앞에 섰다. 이 파충류 표본실은 대략 작년 여름부터 미에코와 만나는 장소로 이용하고 .. 2021. 2. 23.
한 마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대중문예는 소설과 다를 바가 없다. 서양인이 소설로 통칭하는 것 중에는 대중문예적인 물건이 잔뜩 있는 모양이다. 단지 나는 대중문예가가 스스로 대중문예가에만 머무르는 건 생각해 볼 일이지 싶다. 그 탓에 대중문예가가 흥미본위――라면 차라리 낫다. 흥미 이외의 것을 추구하지 않는 건 생각해 볼 일이다. 대중문예가도 좀 더 거만한 얼굴로 소설가의 영역에 파고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되려 소설가가(소설의 권위를 버리지 못 하고) 대중문예가의 영역에 파고들지 모른다. 도도이츠는 서정시적 대중문예다. 키타하라 하쿠슈 씨 등의 속요는 서정시적 소중문예다. 도도이츠 시인에 머물러서는 결코 키타하라 씨를 따라잡을 수 없다. 덧붙여 말한다. 지금의 소설이 재미가 없어 대중문예가 번성한다는 건 거짓이다. 고금동서 소설.. 2021. 2. 23.
봄의 심장(The Heart of the Spring)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역 한 노인이 명상에 잠긴 채로 바위가 많은 해안가에 앉아 있다. 얼굴은 꼭 새 다리라도 되는 것처럼 살이 없다. 위치는 질 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암나무속에 둘러싸인 평평한 섬의 끝자락이었다. 그 옆에는 얼굴이 붉은 열일곱 소년이 파리를 쫓아 조용한 수면을 스치는 제비 무리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노인은 낡고 푸른 우단을, 소년은 푸른 모자에 라샤 웃옷을 입고 목에는 푸른 구슬 몇 개를 걸고 있다. 두 사람의 뒤에는 반쯤 나무 사이에 숨은 작은 수도원이 있었다. 여왕에 붙은 배교자들이 수도원을 불태운 건 먼 옛날의 일이다. 지금은 이 소년이 다시 골풀 지붕을 깔아, 노인의 여생을 편히 지낼 수 있게 만들었다. 수도원 주위에 자리한 정원에는 소년의 가래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일까. 노인이 심은 백합이나 .. 2021. 2. 23.
사토 하루오 씨에 대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사토 하루오는 시인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시인이며 혹은 누구보다 먼저 시인일지도 모른다. 둘. 허면 작품 특색 또한 그 시적인 점에 있다. 시를 추구하지 않고 사토의 작품을 읽는 것은 호박을 먹겠답시고 곤약을 사는 꼴이다. 도무지 만족할 수 없을 터이다. 만족을 얻지 못 해놓고 호박이 아니냐고 운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또 인도 바깥에서 호박을 요구하는 것과 똑같다. 셋. 사토의 작품 중에 도덕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사상을 칠하는 건 언제나 일맥의 시정이다. 따라서 사토는 그 시정을 만족하는 한, 노기 대장을 숭배하는 걸 멈출 수 없는 동시에 오오이시 쿠라노스케를 박살하는 것도 돌아 볼 필요가 없다. 사토의 몸에는 시불과 시마가 공존한다 할 수 있다. 넷. 사토의 ..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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