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타 선생님의 번역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국민 문고 간행회의 '세계 명작 대관'의 제1부 16권의――말하고 보니 조금 길다. 어찌 되었든 국민 문고 간행회의 '세계 명작 대관'의 제1부 16권의 대다수는 히라타 토쿠보쿠 선생님이 번역을 맡으셨다. 히라타 선생님은 아직 한 번 밖에 뵙지 못 했다. 하지만 호탕하고, 상냥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는데――요컨대 참으로 왕년의 '문학계' 사람다운, 아직도 산뜻한 선생님이시다. 이런 산뜻한 선생님께서 국민 문고 간행회의 '세계 명작 대관'의 제1부 16권의 대다수를 번역했단 사실은 적어도 내게는 신비하게 비쳤다. 본래 산뜻하단 말에서는 저력을 떠올리기 어렵다. 하지만 히라타 선생님의 번역을 보면 디킨스, 새커리, 램, 메러디스, 제임스, 하디, 와일드, 콘래드 등을 망라하고 있다. 나는 번역은 고사하..
2021. 2. 23.
게와 원숭이의 싸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게의 주먹밥을 빼앗은 원숭이는 기어코 게의 손에 죽고 말았다. 게는 절구, 벌, 계란과 함께 원망스러운 원숭이를 죽였다.――새삼 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으리라. 단지 원숭이를 죽인 후, 게를 시작한 동지들은 어떤 운명에 이르렀는가. 그걸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동화는 이 이야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기에. 아니, 이야기하지 않는 건 고사하고 마치 게는 구멍 속에서, 절구는 부엌의 구석에서, 벌은 제 벌집에서, 계란은 겉겨 속에서 무사태평한 일생을 보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거짓이다. 그들은 원수를 갚은 후, 모조리 경관에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심지어 재판을 거듭한 결과 주범인 게는 사형, 절구, 벌, 계란과 같은 공범은 무기징역의 선고를 받았다. 동화밖에 알지 못 하는 독자는 이런 그들의 운..
2021.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