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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면' 사람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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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 시절의 나는 제3차 및 제4차 '신사조' 동인 사람들과 가장 친밀히 왕래했다. 본래 작가 지망생이 아니었던 내가 기어코 작가가 되어버린 건 전부 그들의 악영향이다. 전부?――물론 전부인지는 의문일지 모르겠다. 당시의 나는 그들 이외에도 와세다 사람들과 교제했다. 그 사람들 또한 역시 청정한 내게 악영향을 끼친 건 분명하다.
 그 사람들이란 동인잡지 '가면'을 내던 히나츠 코노스케, 사이조 야소, 모리구치 다리 제군이다. 나는 한두 번 산구 마코토 군과 함께 붉은 초립 전등이 들어온 사이조 군의 객간에 놀러 갔다. 히나츠 군이나 모리구치 군은 물론, 선생격인 요시에 코간 씨와 만나게 된 것도 그 객간이다. 당시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언젠가 괴담을 나눈 밤, 사람 하나 지나지 않는 비 내리는 오오쿠보로 귀가하는데 고생한 일은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후로는 요시에 씨를 시작으로 사이조 군이나 모리구치 군하고는 거리를 두고 지내오고 있다. 단지 가마쿠라 오오마치에 살 적에 히나츠 군 또한 하세로 거처를 옮긴 덕에 이따금 왕래하기는 했다. 당시의 히나츠 군의 팔 첩 방은 나와 마찬가지로 셋방이었는데, 문을 닫아도 마루와 벽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는 게 참 우스꽝스러웠다. 그러나 카마쿠라를 떠난 이후로는 히나츠 군하고도 소원해졌다. 제군은 모두 건재한 듯하다. 히나츠 군은 이따금 중앙공론에 시에 관한 긴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 원고를 적어내린 방에는 더 이상 바람이 들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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