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모토 카오루 군의 작품을 읽으면 굉장히 새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모리모토 군의 진짜배기 새로움이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단 비평이 보입니다. 모리모토 군의 새로움은 요컨대 그렇게 문제시되는 성질의 것이라 봅니다. 이번에 우연히 모리모토 군이 죽은 교토에서 '게키사쿠'가 재간되게 되었는데 그 사실은 어쩐지 '게키사쿠'의 새로운 출발점에 지금도 모리모토 카오루가 있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무대적 리얼리즘의 추구는 다이쇼 첫해에 나온 작가군 쿠보타, 키쿠치, 야마모토, 쿠메 같은 사람들 손으로 첫 기반이 쌓였지요. 연극상의 리얼리즘의 첫 뿌리가 거기에 있다면 그게 점점 자라 이번에는 쇼와 10년 전후, 요컨대 '게키사쿠'의 운동이 열매를 맺은 시대에 드디어 근대적인 의미의 리얼리즘이 진정으로 완성된 형태를 이루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게키사쿠' 동인 제군이 극문학 위에 쌓은 걸음은 결코 놓칠 수 없습니다만 그 가운데 특히 근대적인 감각을 담은 리얼리즘이란 점에선 모리모토가 가장 눈에 띄는 존재입니다. 서양에선 무대의 리얼리즘이라 하면 하나의 문학상 유파와 연결 지어 발달한 걸로 여겨지는데 일본에선 새로운 리얼리즘을 세우는 게 연극 근대화 중 하나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봅니다. 그런 점에서 다이쇼 초기 작가군과 쇼와 10년 전후의 작가군을 비교해보면 벌써부터 재미난 현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요컨대 전자의 리얼리즘은 아직 근대적인 리얼리즘이라 할 수 없지만 후자에 이르러 처음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바꿔 말하자면 희곡은 기술적으로 낡았다기 보다도 오히려 문화적 근대미가 희박하단 점이죠. 최근 필요가 있어 양쪽을 비교해 읽어 확실히 느낀 건데 그런 의미에선 '게키사쿠'의 작가군 중에서 모리모토 군의 리얼리즘이 가장 근대적 감각에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 또 하나 그의 새로움은 그의 작품 속에 지성을 쥐어짠 일종의 댄디즘이 있다는 점으로 보입니다. 이게 다른 많은 작가보다 무언가 새로운 걸 느끼게 하는 큰 이유일 테죠. 일본에서도 과거부터 댄디즘이란 게 존재했으나 근대적인 댄디즘은 모리모토 군에 이를 때까지 발견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이는 아마 희곡에 국한되지 않고 소설을 포함해서 할 수 있는 말일 겁니다. 어찌 됐든 모리모토 군은 프랑스의 '무서운 아이'의 소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만약 모리모토 군이 다른 방면으로 갔었어도 반드시 '무서운 아이'의 특색을 발휘한 한 사람이 되었을 테죠.
'화려한 일족' 계열의 작품과 '노도', '여자의 평생' 같은 작품의 차이도 논해지나 그는 일단 모순되는 두 소질을 지니고 있던 모양입니다. 섬세함과 강인함은 양립하기 어려우나 그의 작품은 섬세한 한편으로 꽤나 강인한 구석이 있습니다. 후기 작품이 역시 희곡으로서 밀도가 부족하다 하지만 그건 되도록 연기하기 쉽도록 의도적으로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작품으로서 문학적으로도 연극적으로도 가치가 떨어지는 건 물론입니다만 그의 걍우 나중 작품에는 전 작품에는 없었던 것에 존재합니다. 다소 부족하단 느낌은 받아도 역시 작가에게, 또 현대 일본 연극에게 그건 필요한 것이었고 충분히 의의가 인정받을만하다 저는 생각합니다.
작품의 차가움이란 여러 요인이 제각기의 작가에게 존재하지만 모리모토 군은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오히려 감수성이 좋았던 사람이지 싶네요. 그의 작품이 가진 매력은 이지적인 것과 날카롭고 유연한 감수성의 혼재이며 대부분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감정은 뿜어져 나오지 않지요. 냉정하단 건 결코 아닙니다. 갑갑한 호기심 같은 건 오히려 많지요. 감수성이 항상 움찔움찔 움직입니다. 여러 대상에게 그 감수성의 동요가 있으며 한사코 모종의 반응을 보여주기에 냉정하다곤 할 수 없습니다. 보통 우리가 속되게 쓰는 말로 따지자면 신경질적이라거나 신경 과민에 가까운 게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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