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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티롤의 고성에서 - 키시다 쿠니오 베르사유 강화 조약에 국경 획정 위원회가 세워져 그 한 분야인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양국간의 국경 획정에 일본도 위원을 보내게 되었다. 이에 핫토리 효지로 소장(당시 중좌)가 임명되어 나도 통역으로 함께 했다. 조금 오래된 이야기인데――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에는 티롤이라는 로마 시대의 전통을 고스란히 유지한 역사적인 도시가 존재한다. 이곳은 계곡을 둔 절경의 땅을 차지하여 참으로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곳으로 유럽인의 피서지 내지 피한지로 이용된다.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땐 전후인 탓에 사람도 많지 않아서 조용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적한 마을, 슈발츠엔슈타인에 로마 시절의 고성이 남아 있다. 이탈리아의 아무개 공작 부부가 한 손녀딸과 한적히 생활하는데 당시 내가 쓴 기록은 다음과 같.. 2022. 10. 16.
여행의 고생 - 키시다 쿠니오 여행은 좋아하나. 사람들이 흔히 묻는 말이다. 나는 언제나 미적지근하게 대답한다. 싫어한다곤 할 수 없으나 그리 즐거운 여행을 한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싫어한다고 할 수 없단 건 종종 여행하는 공상을 하기도 하고 공상 속에서 하는 여행은 일종의 해방이니 진심으로 가벼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실제 여행은 왜 즐겁다 여기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이 이유란 게 나중에 덧붙인 것일 경우도 있으나 무엇보다 출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전날 밤까진 큰 용기를 품고 있더라도 막상 아침이 되어 열린 가방을 보면 묘하게 속이 타는 기분이 들고 만다. 역에서 티켓을 살 걸 생각하고 기차 시간은 괜찮겠지 싶어 시계를 보면서 밥을 먹을 때면 지긋지긋해질 지경이다. 그럴.. 2022. 10. 15.
'횃불지기'에 관해 - 키시다 쿠니오 내가 프랑스의 현대 희곡 중 처음으로 접한 게 이 '횃불지기'였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나는 이를 지금의 교토 대학교수 D 박사 앞에서 머뭇머뭇 번역했다. 물론 가르침을 받기 위함이었다. 그 후, 파리에서 이 희곡이 코메디 프랑세즈에서 상연목록에 오른 걸 알고 일부러 보러 갔다. 그리고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 새롭다는 말뜻은 당시 파리의 연극 혁신파는 엘비유란 이름을 돌아보지 않았고 나 또한 시대가 달라졌다며 일찍부터 이 '신고전주의' 작가의 작품을 가방 밑바닥에 넣어두었을 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횃불지기'의 무대는 재밌었다. 게다가 내가 프랑스에서 본 연극 중에서 이렇게 관객이 훌쩍훌쩍 우는 연극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게 프랑스의 가장 '건전한 관객'이다. 엘비유의 명성은 물론 이 .. 2022. 10. 14.
신츠키지단에게 바라다 - 키시다 쿠니오 사람에겐 각자의 밭이 존재하며 나는 자신의 일을 자신에게 맞는 범위에서 해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신극'이란 일반적인 입장에서 제각기의 편향을 초월해 공통된 문제를 문제시하는 것 또한 내게 주어진 역할 중 하나라 생각한다. 문학 영역에서도 작가 간에 자신의 '경향' 내지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며 이를 표준 삼아 상대가 하는 일의 가치를 운운하곤 한다. 그것도 '옳다'고 할 수 있을진 몰라도 과연 서로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인가 싶다. 무엇이 개개인의 특색이며 무엇이 공통된 과제인지를 확연히 구별하여 서로 침범하지 않은 채 항상 좋은 자극을 주는 것이 예술 수행에 빠져선 안 될 우정적 결속이다. 우리는 현재 '신극'의 운명을 두고 나란히 고심하며 혼돈한 시대에 맞서 새로운 연극 문화 부문.. 2022. 10. 13.
신문 소설 - 키시다 쿠니오 신문 소설에는 거의 경험이 없다 해도 좋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어떤 야심을 가진 적도 없습니다만 저만의 문제로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신문 소설을 써보고 싶단 관심이 있고 쓰는데 형식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스스로만 만족할 게 아니라 굉장히 넓은 범위의 독자에게 충분한 재미를 주고 싶단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넓은 독자층에게 호소할 수 있는 소설이란 결국 현대 사회를 작가라는 특수한 입장으로 보아 어느 정도 비판을 가하는 것이어만 하겠지요. 애당초 신문 독자란 다른 잡지 독자와 달리 어떤 층을 품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봅니다. 신문 종류에 따라 조금이나마 구별도 갑니다마는 더욱이 그 신문 독자 중에서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매일 다음 내용을 읽고 있는가 하면 사실상 현재의 .. 2022. 10. 12.
극작에 뜻을 둔 젊은이에게 - 키시다 쿠니오 스스로 극작가라 칭해도 될 자격이 있을지 모를 제가 극작가 되는 법을 논하는 게 굉장히 우습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를 일개 극작가로 봐주며 이런 과제를 준 본지 편집자의 표면적 책임 뒤에 숨어서 제가 믿는 바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애당초 '극작가가 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어떤 비평가가 말하길 '극작가는 날 때부터 극작가여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전기 기술사나 소설가가 수행을 통해 그 길에 이르는 것하고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큰 모순을 품고 있지요. 우리가 항상 하늘이 내려준 소질 앞에 고개만 숙이고 있어야 한다면 팔짱 긴 채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비평가가 왜 극작가만이 특별하게 '날 때부터' 극작가여야 한다 주장하는가. 그건 극작가만이 현..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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