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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신극 쇠퇴의 전조 - 천재 배우여 나와라 - 키시다 쿠니오 근래 또 신극단이 나와서 성대히 초대장을 뿌리고 있다는 듯한데 이 사실을 통해 신극이 호황을 맞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는 되려 이런 상태기에 여러 의미에서 신극의 쇠퇴를 말해주고 있다 본다. 그건 '신극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진리가 횡행하단 증거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적 선언극도 물론 좋다. 소위 오락적 대중극도 좋다. 하지만 한편으로 '연극을 위한 연극'을 표방하는 호사가 덕에 끝없이 '목적 없는' 일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굳이 말하자면 선언극도 대중극도 이를 통해서만 '새로운 수단'의 선택이 용납되는 것이다. 자 우리는 작년 분게이슌주샤의 경영에 기댄 신극 협회에 관여해 다소의 포부를 가지고 일에 임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손을 뺄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 극단과 생사를 함께 할.. 2022. 10. 4.
신극 생존의 길 - 키시다 쿠니오 일본의 현 상황은 아직 신극의 홀로 일어서 생존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단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나서서 신극을 보려는 관객이 적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양의 각국에서도 선구적 경향이 현저한 극장은 늘 경영난에 빠져 있어 끝없이 악전고투하고 있으니 일본만의 문제라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는 서양에선 이미 민중의 욕구와 취향에 걸맞는 '현대 연극'이 존재하며 그 시대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걸 추구하는 사람은 늘 선택된 소수에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일본에는 '현재의 연극'이 없습니다. 일반 민중이 즐겨 보는 연극은 시대의 생활과 거리가 먼 가부키극 내지 그 전통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속극이니 정말로 신비한 현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무대에서 우리가 슬퍼하는 슬픔을, 우.. 2022. 10. 3.
신극 협회의 갱생을 두고 - 키시다 쿠니오 내가 이번에 키쿠치 칸 씨 및 하타나카 료하 씨의 권유를 받아 신극협회의 갱생 운동에 임하고 다른 제군과 함께 걸맞은 힘을 기르려 한 동기에 대해 세간의 양해를 받아 한 마디 해두고 싶다.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분게이슌주샤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겠지만 나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밝혀두고 싶은 건 현재의 배우를 통해 돌아가는 어떠한 극단도 본질적인 신극 운동에 참가할 자격은 없다는 평생의 주장과 얼핏 뒤섞이지 않는 태도를 취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점에 있다. 오늘날에도 나는 평생의 주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착수할 일이 곧 나의 소위 '본질적 신극 운동'이라 생각하는 건 섵부른 판단이다. 말하자면 장래 '본질적 신극 운동'에 들어가기 전의 준비 운동이라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번에 하는.. 2022. 10. 2.
말의 매력 - 여학교용 독본을 위해 - 키시다 쿠니오 말이란 쓸 때와 말할 때의 성질이 꽤나 달라진다. 쓰는 말, 요컨대 '문장'은 여러 연구나 모범이 존재하나 '하는 말' 요컨대 '담화'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 않다. 문장의 좋고 나쁨은 깔끔하고 올바른 판단 기준을 통해 논해지게 되었으나 '담화'나 '입말'의 표준은 영 애매하여 기댈 구석이 없는 듯하다. "말을 잘 한다", "말재간 있다"하는 사람의 말을 실제로 들어보면 대다수는 형식에 틀어박힌 말의 나열이며 매력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봐도 좋다. 문장과 마찬가지로 '하는 말' 또한 단순히 한정된 사상이나 감정만 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요컨대 말하는 사람의 연령, 성별, 교양, 환경, 국적, 시대, 더욱이 그 직업, 성격, 기분까지 표현하는 물건으로 그런 의미에선 '말의.. 2022. 10. 1.
서양 영화는 왜 재미 있는가? - 키시다 쿠니오 영화의 역사가 젊은 것처럼 영화 관객은 대개 굉장히 젊다. 보통 예술적이고 정신적인 오락을 추구하는 나이는 아직 생활을 위한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 청년기인 경우가 분명하며 문학적 독서 등도 마흔을 넘으면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평범한 듯하나 그럼에도 문학이나 연극 방면에선 어른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영화는 무엇보다 내용이 어른의 머리로 생각되지 않아서 세간을 어느 정도 아는 시선으로 보면 바보 같은 거짓말이 너무 많으며 형식상으로도 자유로운만큼 세련되지 않은 점이 있다. 특히 영화관의 분위기란 게 묘하게 어린애 같은 냄새가 감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그렇다는 게 아니다. 장식도 설비도 어른의 신경에 녹아내리지 않는 면이 있다. 요컨대 부끄러운 것이다. 영.. 2022. 9. 30.
순수 희곡을 향한 길 - 키시다 쿠니오 야시로 세이이치 군의 '시로'를 보고 나는 매우 큰 신선함과 극히 풍부한 재능 개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신선함에선 희곡 형식을 향한 대담한 도전이 느껴졌으며 테마상으로나 구성상으로나 또 특히 문체상으로 나는 근래의 일본 문학 중에 이만큼 기성 희곡에서 벗어난 작품을 알지 못한다. 이는 분명 작가가 정열적 탐구 덕이리라. 작가가 '문학적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지 나는 지금 확실히 맞출 수 없으나 그건 분명 새로운 희곡의 '생명의 본질'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단지 그런 야심만으로 급조된 게 아니라 오히려 야심의 그림자 뒤편에서 묵묵히 웃고 있는 작가의 유연하고 날카로운 감수성을 지녔음을 누구도 놓치지 않으리라.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 발레리가 순수시라 부르는 말의 운율의 지적이며 감각적 조작..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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