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928 사종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얼마 전 영주님 시대에 가장 사람을 놀래킨 지옥변 병풍의 유래를 이야기해드렸지요. 이번에는 도련님의 일평생 중 단 한 번뿐인 기이한 일을 이야기해 드릴까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영주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급병으로 서거하신 일부터 이야기해둬야겠지요. 그건 분명 도련님께서 열아홉이 되던 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병이긴 했으나 사실 반 년 전부터 저택 위로 별이 지나가질 않나, 정원의 홍매가 때에 맞지 않게 한 번에 꽃을 피우질 않나, 마굿간의 백마가 하루만에 새까매지지 않나, 연못의 물이 순식간에 말라버려 잉어나 붕어가 진흙 안에서 헐떡이지 않나 이래저래 흉조가 끊이질 않았지요. 하지만 개중에서도 특히 무서웠던 건 어떤 여종의 꿈자리에 요시히데의 딸이 탄 듯한 붉게 타오르는 수레 하나가 .. 2022. 9. 22. '고생 많은 사람' 조르주 쿠르틀린 - 키시다 쿠니오 "우리 집의 평화"의 작가 조르주 쿠르틀린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근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이름은 파리에서 굉장히 유명했다. 우리 키쿠치 칸 씨가 도쿄에서 유명한 것처럼. 그의 예술이 가진 특징은 우리 야나기야 코산, 그리고 우리 마츠모토 잇페이 씨와 닮은 점이 있다. 경묘하고 신랄하며 어딘가 우스운 구석이 있으며 통쾌함과 온정이 적절하게 뒤섞여 파리 생활 속 다양한 감정 뉘앙스를 미울 정도로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이 "우리 집의 평화"는 그의 걸작 중 하나로 국립 극장 코메디 프랑세주의 상연 목록에도 올라 있어 나도 그 무대를 본 적이 있다. 단지 우리의 배우는 이런 극본을 연기하기엔 그 소질이 너무나 다른 듯하나 당 협회의 이시이 칸 군은 비교적 희극에 적합하며 하나야나기 하루미 군도 이 배역.. 2022. 9. 21. 각본난 - 키시다 쿠니오 나는 과거에 본란(지지신보)에서 '상연목록'이란 제목으로 신극단체존립의 주요 조건으로 상연 극본 선정에 들여야 하는 주의를 논했다. 또 '예술적인'이란 신조 이외에 '문득 든 관심'으로 호의를 품은 무대를 보러 오도록 궁리해야 한다는 말도 해두었다. '문득 든 관심'――이는 결코 예술과 따로 노는 게 아니다. 영리 본위 극장에 맞서 경제적 기반을 확립하고 그 존속을 이뤄내기 위해선 결코 '연극연구자'만을 상대해선 안 된다――그런 점도 암시해두었다. 나는 결국 '괴로움을 괴로움으로 다룬 작품', '사색을 사색의 형태에 얹은 작품' 더욱이 '인생의 엄숙함만을 가르치고 또 느끼게 하는 작품'……이러한 작품은 설령 예술로서 최상위에 위치하더라도 '무대 관객'에겐 '가끔 먹는 특식'으로 머물러줬으면 한다고 늘 생.. 2022. 9. 20. 여성 풍속 시평 - 키시다 쿠니오 여자 사이에 '키미', '보쿠'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여자 간의 대화엔 아주 많이 사용되나 아직 남녀 사이의 대화에선 잘 사용되지 않는다. 물론 남자와 그런 대화를 나눌 법한 여성이라면 꽤나 방심할 수 없는 강자이리라. 이렇게 말하는 여자는 기묘하게 아리스트클라틱한 학교 학생이 많다. 이를테면 가정에선 '아소바세' 같은 말을 쓰는 여학생이 친구 사이에선 반동적으로 '키미', '보쿠' 같은 말을 쓰는 듯하다. 곧잘 생각하는 일인데 소위 모던 걸이란 건 꽤나 상대를 아랑곳 않고 자유분방한 듯하다. 새삼스레 이런 말을 하는 건 우스울지 모르나 이야기하다 보면 그 기세에 압도되게 되는데 그녀들은 자신의 약점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다. 한 마디 들으면 당황스러울 텐데 그걸 조금도 모르는 듯하다. 그런 점에선 되.. 2022. 9. 19. 신극협회의 공연을 앞두고 - 키시다 쿠니오 신극협회가 이번에 분게이슌쥬샤의 손으로 경영되게 되어 우리는 미력하나마 장래 같은 극단의 상연극본 선정 및 무대 지휘에 공동의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를 두고 개인의 입장에서 벗어나 같은 극단의 관계자로서 일단 뜻을 두는 바를 말해두고 싶다. 하나, 상연극본 선정에 관해 상연할 극본은 국내외, 유파, 색조를 따지지 않는 건 물론이요 장래 영리 극장 무대에 오르지 못해 희곡적 가치가 허무하게 묻힌 우리나라 현대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가능한 많이 세상에 알리고 싶다. 둘, 무대 지휘에 관해 우리는 '연출자'로서 우리의 색채로 이 극단을 물들이고 싶지 않다. 우리는 작가가 무대 지휘자임을 정당히 인정하고 경우에 따라선 임시로 어떤 극본의 무대 지휘를 어떤 '연출가'에게 의뢰할 생각이다. 극단의 주체를 형성하는.. 2022. 9. 18. 그 얼굴 그 목소리 - 키시다 쿠니오 모지에서 지롱까지 물론 배 위이다. T라고 자칭한 남자――장화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남자――콧수염을 기른 남자. "이렇게 조용한 건 드물다네요." 이쪽은 또 앞뒤로 뚜껑이 달린 금시계를 몇 번이나 꺼내보는 남자――볼일이 없음에도 선원한테 말을 거는 남자――누구에게나 밥을 같이 먹자 물어보는 남자. "아버지가 청일 전쟁 때 통역으로……" 그 아버지 사진을 꺼내러 가는 사이에 나는 내 객실로 내려갔다. 홍콩 ××기선회사지점장――알자스 출신의 프랑스인――아오지마에서 일본군 포로가 된 남자――독신. 매일 아침 모터보트로 가게에 출근해 매일 밤 자동차로 귀가하는 남자. "아아, 많이 취했네. 제가 춤 한 번 춰보겠습니다." ――(멋대로 하라지) "여자는 역시 일본 여자지요." ――(바보, 넥타이나 제대로 매.) .. 2022. 9. 17.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15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